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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이: 인도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하루에 수십 번도 바뀌는 인도의 첫인상
역사가 새로 써지는 2017년 9월 17일이다. 인도로 가는 날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여행을 끝내고 Kila2 공항에 왔다. 7시 비행기라 여유 있게 5시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었다. 여권을 들고나가려 하자 갑자기 뒤에 있던 인도 아저씨가 내 앞에 섰다. 사실 그전에도 인도 사람들이 나를 툭툭 치면서 지나갔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엔 참을 수 없었다. 레이저를 쏘면서 다그치려 했지만 상상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뒤를 자주 쳐다보며 자리를 지켰다. 공항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인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체크인을 하고 6시 30분경 게이트로 가서 비행기를 탔다. 운이 좋게도 내 자리는 복도 쪽이었다. 거의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지만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속으로 아무도 안오길 빌었다. 비행기 게이트는 닫혔고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인도 여행에 좋은 일만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다. 왼쪽 뺨이 뜨거워질 정도로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났다. 느낌을 따라가다 보니 옆에 앉아있는 인도 할머니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쳐다보는 건 몰라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내가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쳐다보자 할머니는 고개를 빠르게 휙 돌렸다. 그려려니 하고 다시 앞을 보는데 할머니는 나를 또 쳐다봤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 비행을 6시간 해야 되는데 계속 이럴 순 없었다. 할머니가 다시 쳐다보면 말을 할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몇 번이나 탁구공처럼 서로의 얼굴이 왔다 갔다 반복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잠을 자고 있었는데 밥을 먹을 시간인지 불이 켜졌다. 비행기 티켓 예약할 때 기내식을 신청했었다. 딱 마침 배가 고팠고 밥 먹을 생각에 침이 고였다. 내 앞에 있는 책상을 폈다. 스튜어디스 어는 카트를 끌고 앞쪽에서부터 오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뭘 주문했는지 계속해서 메뉴를 생각했다. 치킨 테리야키 인 것 같았다. 생각을 하던 중 스튜어디스는 카트를 끌고 내 앞까지 왔다. 나는 스튜어디스를 한번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고 기내식 사인을 보냈다. 스튜어디스는 내 앞에서 리스트를 보더니 그냥 지나갔다. 내가 생각하던 그림이 아니었다. 뒤를 보면서 스튜어디스에게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스튜어디스는 기내식 리스트를 한번 보더니 신청을 안 했다고 했다. 기가 막혔다. 분명 주문을 했다. 스튜어디스는 나에게 예약지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예약지를 꺼내려고 일어서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다 나를 쳐다봤다. 민망했지만 우길건 우겨야 했다. 일어서서 가방을 꺼내 가방 안에 있는 예약지를 펼쳤다. 예약 종이에는 무게 20KG만 있었고 기내식은 없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안 적혀 있었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종이를 접고 앉으려고 했는데 스튜어디스가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시 가방을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 채로 앉아있는데 비행기 안에는 음식 냄새가 지독했다. 온몸의 감각은 예민했다. 사람들의 쩝쩝거리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이어폰을 꼈다. 바로 옆사람 밥 먹는 모습을 쳐다봤는데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 못해 쓰렸다. 혼자 속으로 말했다. ‘3시간만 참자. 3시간.’
사람들이 밥을 다 먹었는지 비행기 안이 조금 소란스러웠다. 내 뺨을 계속 쳐다봤던 할머니는 옆에 앉아 있는 여자랑 말이 트였나 보다.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쳐다본 듯 보였다. 할머니와 옆에 앉아있었던 여자랑 말하기 시작하는데 중독성으로 퍼져 나갔다. 할머니의 옆사람 그리고 뒷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떠들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인도 사람들은 그런 게 없어 보였다. 다 떠들었다. 왼쪽 할머니 그룹도 떠들었고 고개를 돌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도 떠들었다. 시끌 버끌 했다. 인도로 간다는 실감이 조금씩 났다. 말 걸기 쉽고 말하면 친구처럼 받아주는 인도 사람들이었다.
왼쪽에 있는 할머니가 옆사람이랑 이야기가 끝났는지 또 나를 쳐다봤다. 아까는 조금 기분 나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 나는 할머니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 얼굴이 마주친다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신기하게 생겼나 보다. '신경 쓰지 말고 잠이나 자자'
눈 감은 지 10분 정도 된 것 같은데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30분 후에 착륙을 할 예정이라 기내 안에 불이 켜졌다. 비행기 안은 쌀쌀했다. 분명 인도는 덥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비행기 안은 추웠다. 하필 바람이 잘 통하는 반팔을 입었다. 30분이 지나자 비행기는 착륙했고 비행기가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 앞쪽에 있는 인도 사람들은 비행기가 서지도 않았는데 벨트를 풀었다. 그리고 일어나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승무원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 큰소리로 “어이 거기 멈춰 자리에 앉으라고” 하면서 고함을 쳤다. 그러자 일어났던 사람들은 웃으면서 대들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인도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개개인의 느낌이 나지 않았고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비행기는 멈쳤다. 난 빼놓고 가는 것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가방을 메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나왔다. 악평이 심한 인도에 내가 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출국장으로 걸어가면서 가방끈을 졸라매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갔다. 인도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신나는 인도 음악이 흘러나왔다.
송광호 목사님께 연락을 하기 위해서 와이파이를 잡았다. 우리 집은 기독교는 아니지만, 어머니는 매달 3만 원씩 인도 아이들을 위해 작년부터 목사님께 후원을 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인도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인도 아이들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계셨다. 인도 여행을 간다고 말을 하니 감사하게도 뉴델리 공항으로 배웅을 나와주신다고 했다.
와이파이를 잡아 목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목사님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코스타 카페로 오라고 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코스타 카페 앞으로 가니 인도 사람들만 보였다. 다른 코스타 카페가 있는지 알고 이동을 하려고 하자 구석에서 목사님이 손을 흔들었다. 목사님과의 만남이 어색 할 줄 알았는데, 목사님의 환한 미소로 분위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한 후 목사님이 준비한 택시를 타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가기 위해 공항 밖을 나가자 숨이 턱 막혔다. 탄 냄새와 맡아보지 못한 냄새들이 내 코로 들어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중에 택시기사들이 끊임 없이 호객행위를 했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자 일반택시 한 대가 나왔다. 택시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나의 가방을 들어 트렁크에 넣어주었다. 택시운전기사는 일반 평상복을 입었지만 택시기사의 매너는 럭셔리 택시 부럽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뒷문도 열어주었고, 택시 안에 들어오자 에어컨도 틀어줬다. 모든 서비스가 완벽했다. 인도의 첫인상이 좋았다.
택시는 내가 예약한 호스텔로 출발했다. 그사이 목사님과 나는 택시 뒷자리에서 간단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대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공항을 벗어난 후 택시가 섰다 멈췄다를 반복하면서 앞이 깜빡깜빡거렸다. 그러면서 택시 운전사 혼잣말을 계속했다. 이야기가 잠깐 끊겼을 때 잠깐 앞을 봤다. 광경은 놀라웠다. 택시 기사는 아까의 부드러운 모습과 반대로 앞차에게 쌍라이트를 1초에 3번씩 계속 깜빡깜빡했다. 그러면서 인도의 특유의 욕을 했다. 쌍라이트를 켜면서 동시에 경적도 울렸다. 마치 피아노를 치는듯한 손동작이었다. 운전사 얼굴을 보니 인상을 쓰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대부분의 차들이 쌍라이트와 경적을 울렸다. 자동차는 앞으로 갈수가 없었다. 툭툭이 자동차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비집어 들어왔고, 오토바이는 툭툭 사이에 공간이 있으면 들어왔다. 택시는 계속 앞으로 갔다가 급브레이크를 반복했다. 그 결과 목사님이 말을 할 때, 입에서 경적소리가 나는 착각을 했다.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경적소리만 나면 아쉬우니 가끔은 자동차 안에서 3cm 정도 점프를 했다. 목사님이랑 택시에서 말할 때 가장 많이 한말이 “네? 네?, 잘못 들었습니다”였다.
호스텔 근처에 도착하니 저녁 11시쯤이었다. 호스텔 위치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델리에 있는 빠하르간지였다. 인도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 이미 호스텔을 예약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긴장한 탓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반대로 운전사는 웃으면서 신사답게 마지막까지 대했다. 운전할 때 다른 성격에 또 한 번 놀랐다.
가방을 메고 주변을 살펴보니 저녁 11시였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툭툭,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쌩쌩 거리면서 길거리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강아지들이 자고 있었다. 강아지들의 눈동자를 보니 일반 강아지와는 다르게 눈동자가 풀려있었고 시뻘겠다. 등과 몸에는 상처가 많았다. 길거리에서 자니까 많이 부딪히고 상처가 생길만했다. 신기한 건 자동차 경적이 울리건 오토바이가 쌩쌩 지나가던 시끄러운 환경에서 상관없다는 듯이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강이지를 조심해야 한다. 인도의 길거리 강아지들은 대부분 주인이 없기 때문에 물리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목사님과 같이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목사님이 “워 어어어 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옆을 보니 오토바이가 속도를 높이다가 우리를 보더니 “끼이이익”하더니 멈추었다. 만약에 목사님이 오토바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부딪힐 뻔했다. 오토바이 운전사와 뒤에 타있는 사람을 보니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무언가에 취해 보였다. 인도의 첫인상은 또 바뀌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여행할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무서웠다.
바보처럼 호스텔 앞에서 호스텔을 찾아 헤매다가 다행히 호스텔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호스텔 안에는 키가 작은 인도인이 “헤이 프렌드”라고 말하면서 반갑게 반겨주었다. 키 작은 남자는 매니저였다. 매니저는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 여권을 보여주고 적으라는 대로 다 적었다. 정보를 다 적자 매니저는 가격을 제시했다. 1025루피였다. 가격을 보고 내려던 찰나 순간적으로 한 번 더 체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에 적어놓은 가격을 보자 가격이 달랐다. 내가 예약한 가격은 717루피였다. 예약한 걸 보여주자 매니저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당황한 기색이었다. 옆에 있던 목사님도 거들어 가격이 다르다며 717이라고 했다. 우리 셋은 말없이 가만히 서로 눈치만 봤다. 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717루피를 달라고 했다. 만약 한 번 더 체크하지 않았으면 300루피를 더 낼 뻔했다. 돈을 내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에서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일을 했지만 우리나라와 다르게 인도에서는 체크인할 때 까다로웠다. 여권은 당연히 복사해야 되고 비자도 검사한다. 어디서 온 건지, 갈 건지 등등 거의 모든 정보를 적어야 했다.)
체크인을 하고 난 후 목사님은 미리 준비한 삼각김밥과 물 한 통을 건네주었다. 오기 전에 집에서 아내가 만들었다고 했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친절함에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는 사이에 목사님은 미리 방에 올라가서 내가 잠잘 곳을 확인했다. 그리고 윗 침대에서 밑에 침대로 바꿨다. 체크인을 하고 지정된 내 침대에 가방을 내려놓고 필통 7개를 꺼내 목사님께 드렸다. 인도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목사님의 호의에 비해 내 선물이 너무 작았지만, 목사님은 필통을 보더니 고맙다며 인도 아이들을 위해 잘 쓰겠다고 말했다. 목사님을 문 앞까지 배웅하고 오는 길에 매니저가 목사님이 엄청 멀리서 왔다고 했다. 나를 픽업해주려고 먼길을 오신 목사님께 감사했다. 이 고마움을 받아 나도 인도 사람들에게 베풀기로 생각했다. 침대에 누워 목사님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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