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어떤 나리인지 얼마나 혹독한 신고식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인이: 인도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Part.2
말은 알겠다고 했으나 계속 보채는 작업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툭툭 안 탈게, 일단 뉴델리역으로 갔다가 티켓 못 사면 바로 외국인 정보센터로 갈게, 고마워.”
남자는 내 말을 듣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갔다.
(인터넷에서 보니 외국인 정보센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것과 사설에서 운영하는 게 있다. 남자는 나를 사설로 끌고 가서 수수료를 얻으려던 샘인 듯했다.)
빠하르간지를 걷다 보면 갖가지 인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여행객들을 등 처먹을 사람들도 분명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먼저 말을 걸어오면 한 번쯤은 의심을 해야 한다. 인도 사람들을 무조건 신뢰한다면 사기꾼들을 따라다니느라 바쁠 것이다. (여행을 하고 인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면 구별이 된다. 하지만 처음엔 의심하는 게 좋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물어보면 된다. 그럼 인도 사람들은 웬만하면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네이버 ’ 인도 여행을 그리며’에서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게 가장 좋다.
사기꾼 2명을 거쳐 앞을 보니 6차선 도로 건너편에 뉴델리역이라고 크게 적힌 간판이 보였다. 문제는 6차선 도로에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었다. 버스와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마구잡이로 주행을 했고, 버스와 자동차 사이를 오토바이와 툭툭이 비집고 들어왔다. 인도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6차선 도로를 손을 흔들면서 지나갔다. 난 도저히 혼자 갈 수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한 커플이 길을 건너기 위해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난 은근슬쩍 커플들 뒤로가 합류를 했다. 커플들은 자동차의 틈이 생기자마자 왼손을 들고 자신 있게 걸어갔고 난 커플들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 덕에 겨우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드디어 뉴델리역 광장에 도착했다. 뉴델리역 광장엔 엄청난 광경이 있었다. 포대에 싸져있는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전광판 밑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짐을 배게 삼아 누워 있었다. 전광판 밑은 햇빛도 가려주고 바닥도 차가우니 낮잠 자기 최고의 장소였다. 난 사람들을 밟지 않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이리저리 피해 2층으로 올라가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티켓 창구로 들어갔다. 종이에 양식을 적고 번호표를 뽑아 내 순서를 기다렸다. 내 순서가 되어 비어있는 창구로 가서 티켓을 샀다. 티켓 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난 가장 저렴한 슬리 퍼칸을 선택했고 가격은 230루피였다.
(티켓을 사면서 여행 매니저가 생각났다. 230루피(4600원)으로 기차 티켓을 살 수 있는데 31만 원을 요구하다니 너무 뻔뻔했다.)
티켓을 사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휘파람 불면서 말 걸었던 남자를 봤다. 그 남자는 길거리에서 매의 눈으로 여행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욕을 한 바자기 하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호스텔 안으로 들어오니 로비에는 매니저와 여행 매니저가 같이 앉아있었다. 여행 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티켓을 샀냐고 물어봤다. 난 슬리퍼 티켓을 230루피에 샀다고 말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난 바로 올라갔다. 오로지 든 생각은 다른 여행자들이 피해받지 않았으면 했다.
티켓을 사고 침대에 누우니 오후 1시였다. 엊그제부터 씻지 못한 마음에 목욕용품과 생필품을 사기 위해 꼰노 플레이스로 향했다. 걸어서 약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바깥 구경도 할 겸 바로 가방을 싸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문 앞에서 지도를 켜고 가방을 앞에 메고 지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지도를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내가 생각한 꼰 노 플레이스가 아니었다. 난 백화점을 생각한 반면, 큰 건물 없이 작은 상점들이 여럿 붙어있었다. 실망한 기색으로 생필품 살 곳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해? 뭐 찾고 있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이미 사기꾼 2명을 거쳐 인도인을 못 믿었었다. 내가 경계를 하자 남자는 갑자기 학생증을 꺼내 보여주며 걱정 말라고 했다. 학생증을 보자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지금 생필품 하고 옷 사러 갈 건데 혹시 여행할 때 입을 옷 저렴한 거 어디서 살 수 있어?
“아! 옷은 내가 잘 알지. 저렴하고 엄청 좋은 곳 하나 있어. 걸어서는 못 가고 툭툭을 타야 돼”
남자는 세워져 있는 툭툭을 붙잡고 툭툭 기사에게 설명을 하더니 나를 태웠다. 고마운 마음에 얼굴을 잊지 않고 싶어서 셀카를 찍고 포옹을 했다. 그리고 30루피라고 부른 거리를 10루피로 깎아줬다.
날씨도 맑고 좋은 학생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툭툭 기사와 말이 잘 통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멈추지 않고 10분 정도 달리니 옷가게에 도착했다. 툭툭에서 내려 옷가게를 보니 건물은 빛이 났고 문 앞에는 보안관이 서 있었다. 앞에 서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데 보안관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자 바닥은 말끔하게 카펫으로 깔려있었고 벽에는 고급 실크들이 나란히 접혀있었다. 손님은 나밖에 없었으며 직원 6명이 일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동시에 모두 나를 쳐다봤다. 문 앞에 줄자를 들고 있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어떤 거 찾고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며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여행할 때 편하게 입을 인도 옷을 찾고 있어요. 가격은 비싸지 않은 200루피(4천 원) 정도?”
물어본 남자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여기는 기본이 2000루피(40,000원) 이상이에요.”
남자는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이 손수건이 200루피 정도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속으로 ‘정주호 또 당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난 고맙단 말을 하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혼자 있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믿었던 신뢰감들이 무너지면서 뒤통수 맞았다는 것에 열이 받았다.
밖에 나오니 툭툭 드라이버가 앉아서 쉬고 있었다. 표정이 일그러진 상태에서 지갑에서 10루피를 꺼내 돈을 건네줬다. 드라이버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왜 옷 안 샀어, 금방 나왔네?”
난 가라고 손짓했다. 드라이버는 다시 말했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뭐야 왜 그래?”
난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내가 분명 싼 옷가게 소개하여달라고 했잖아, 옷이 2000루피 이상이라는데?”
드라이버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그냥 사지, 다른 곳 보여줄게 거기 가보자, 뒷자리에 앉아”
드라이버는 손님에게 옷을 사게 한 후 수수료를 받으려고 수를 썼다. 난 말했다.
“혼자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게, 그냥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줘”
“왜 화를 내고 그래, 다른 곳 가보자. 네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줄게”
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을 보면서 말했다.
“가라고 싸우고 싶어? 가라고”
그리고 난 자리를 떴다. 남자는 어느 정도 내 뒤를 쫓아오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어딘지도 모르고 곳에 떨어졌다. 있는 거라곤 배터리가 얼마 없는 핸드폰뿐이었다. 지도를 보니 대략 40분 정도 걸어야 했다. 돈은 있었지만 툭툭을 다시 타고 숙소로 가고 싶진 않았다. 인도인에 질려 버렸다. 걸어가는 길은 무섭고 외로웠다. 특히 툭툭 드라이버가 뒤에서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계하면서 걸었다. 인도 사람들은 내가 지나갈 때마다 쳐다봤고 손을 흔들면서 툭툭을 타라고 호객행위를 했다. 나는 무서움에 대답도 안 하고 앞만 보고 갔다. 배터리를 아끼며 부지런히 걷자 숙소에 도착했다.
침대에서 쉬고 일어나니 오후 5시쯤 됐다. 며칠간 머리를 감지 못하니 머리가 근질근질했다. 밖에 나가 생필품을 사고 들어와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감을 때 검은 물이 나왔다. 깜짝 놀랐다. 대충 씻고 누워있는데 내 침대 위를 쓰는 스코틀랜드 친구와 말이 트였다. 이름은 막스웰이었고 동네 친구들 4명과 같이 세계여행을 하고 있었다. 오늘이 인도의 마지막 밤이었고 내일은 태국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난 마지막 밤을 축하해주기 위해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스코틀랜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인도 여행을 위해, 스코틀랜드 친구들의 세계여행을 위해 우리는 늦은 밤까지 지라를 지켰다. 나는 믿는다. 혹독한 신고식 후에 더욱더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한다고..
From To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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