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내가 얼마나 떨... 었는지 아무도 모.. 모르겠지?
8월 중순쯤의 어느 날,
인스타그램 화면을 넘기던 중 ‘해외 일상 스토리’를 들려달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해외, 일상, 스토리?!
단어 하나하나가 '나' 자체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내 눈과 손은 자연스럽게 스크롤을 따라갔고, 그것이 ‘재외동포협력센터‘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인 것을 확인했다.
고민 없이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이민을 결정하게 된 이야기부터 외국인노동자로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까지. 화면 하단의 '제출하기'를 누르고 난 뒤 바쁜 일상 속에 그 기억은 서서히 잊혀갔다.
재외동포협력센터 작가님으로부터의 DM이 도착했다.
처음에는 광고. 협찬 DM인 줄 알고 넘겨버렸다가 며칠 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라 이미 다른 예정자에게 넘어갔을 생각에 짧게 메시지를 남겼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영상통화를 통해 간단하게 나의 사연을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다. 하지만 영상통화 연결 시간에 이곳 뉴질랜드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고,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아. 아쉽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다시 연락이 왔다.
내 상황을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유튭에 소개할 내용과 내 사연의 취지가 잘 들어맞기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날짜, 시간을 여러 번 논의하고 수정한 끝에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내 사연이 이렇게까지 연결할 내용인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알고 보니 유튭 [재외동포협력센터]의 <OK온에어>라는 플레이리스트는 매 회 에피소드로 나뉘는데
'EP1.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EP2. 차세대 재외동포들이 꿈꾸는 미래는?'
그리고 내가 녹화하게 될 EP.3는 ‘늦깎이 재외동포들의 도전,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는 주제로 해외 취업에 관한 주제였다. 앞부분에는 취업을 고민하는 재외동포들의 사연을 소개한 뒤 마지막에 해외 취업을 통해 일하고 있는 내 이야기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의 취지와 연결을 시도하려는 작가님의 노력이 감사해서 떨리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다.
결국 근무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밤 9시. 인터뷰를 녹화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저녁 7시 퇴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냥 영상통화인데 어때? 그냥 내 이야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런데 처음 뵙는 작가님이고, 녹화를 한다니까 떨.. 리네..... 하지 말걸 그랬나...?'
행복-긴장-소심-용기-떨림-후회-감사-행복-긴장......
다중이처럼 다양한 감정이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밤 9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엄마의 인터뷰가 궁금해 방 문에 붙어 귀를 기울이고, 긴장감 높은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채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핸드폰이 곧 울리고, 작가님의 모습이 보였다. 긴장한 탓에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 뒤 녹화가 시작됐다.
<뉴질랜드에서 하고 있는 일>, <경력단절을 끊고 재취업을 위해 노력한 일>, <해외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힘>, <마지막으로 재외동포들에게 한 마디> 정도의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휴우~'
종료버튼을 누른 뒤, 바닥에 주저앉아 OTL(좌절 포즈)로 멍하니 멈춰있었다.
잠시 후 작가님께 메시지가 왔다.
그런 선한 영향력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들께 위로와 공감이 될 것 같아요. 저희도 방송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선한 영향력... 위로…. 공감….?!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구나...
그 말이 너무 감사하고 마음에 와닿아서 며칠을 되뇌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인터뷰 영상은 11월 7일 업로드됐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내 사연에 지나간 과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눈물을 줄줄 흘러내렸다.
영상이 나가고 내 SNS에 공유를 하자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이 왔다.
축하해, 대단해, 멋져 등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성인이 되고 나서 누군가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내가 외로워서, 마음이 답답해서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잘 지내왔구나.
나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구나
인정하고 싶진 않은 나의 낮은 자존감이 한층 올라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일에 인색한 편인데 어쩌면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잘해왔다고’ 칭찬을 해줬다.
낯설었던 인터뷰는 그 결과보다 나를 인정하는 값진 경험이었다.
내 사연 및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