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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준 Oct 01. 2018

플라스틱 인류의
지속가능한 마을 탐방기

자신의 집이 지구 공동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태국 빠이 사람들

수억 년 전 동물의 유기체는 우리에게 석유를 남겼다. 그 석유로 우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편리함과 경제성으로 인해 도자기 그릇, 유리병 및 나무 의자도 대신하고 있다. 고분자화합물인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환경호르몬을 축적시키고 있고, 생수만 예를 들더라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석유의 가채연수는 40-50년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모두 재활용 될 거라 믿겠지만 2016년을 기준으로 투명한 플라스틱인 35.2%만 재활용된다. 미국이 10%, 세계 평균이 20%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재활용율은 높은 편이나 1/3 정도만 재활용 되고 있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예전 같으면 서울 난지도나 인천 매립지로 보냈겠지만 중국의 청도와 같은 시골마을에 폐기물 무역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통해 중국 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의 현실이 지난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나일론 실을 만들던 청도 주민들에게 건강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에 중국 정부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로인해 우리는 올해 초 쓰레기 대란을 겪기도 했다. 이후에는 태국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동을 했지만 태국 역시 수입을 금지시켰다. 지금은 제3국 어딘가로 플라스틱이 이동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 


인간 뿐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케냐, 모로코, 몰타니, 탄자니아, 우간다 등과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생산과 사용을 2016년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아프리카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동물들은 버려진 비닐 속에서 음식물을 뜯어 먹고 위가 막히기 일쑤였고, 폭우가 내리면 비닐봉지가 마을의 배수구를 막아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이 웅덩이에서 자란 모기, 말라리아가 늘어나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고, 마을에는 홍수의 피해가 빈번해졌다.


플라스틱과 쓰레기로 넘쳐났던 관광지인 필리핀 보라카이에는 지난 4월 관광객의 입국을 중단시키고 환경 정화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그 후 6개월의 작업을 거쳐 10월부터 관광객의 입국이 다시 허용된다. 우리나라 역시 동해에서 잡힌 바다거북의 위에서 검은 비닐봉지가 발견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강과 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는 북태평양에 커다란 쓰레기 섬을 만든다. 그 플라스틱 섬은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반도 크기의 7배 면적에 해당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지금도 바다로 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다.

다행히 미국의 보얀슬랫이라는 청년이 고교생인 18세 부터 6년간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연구하고 네덜란드 찰스무어와 함께 사회적기업인 『오션 클린업』을 열었다. 얼마전 이 기업은 하와이 인근의 플라스틱 쓰레기섬 제거에 착수했고 2020년까지 이 쓰레기를 모두 치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군가 치우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 한국도 9월부터 커피숍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었고, 2022년에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단을 목표로 종이 빨대, 대나무 빨대, 스텐리스 빨대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나는 지난여름에 방문했던 태국의 빠이 마을을 소개할까 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136km 떨어진 빠이 마을은 버마와 경계를 하고 있다. 매홍손 주에 속하며 약 2,300여 명이 살고 있다. 환경과 예술을 동시에 생각하는 빠이의 상점에선 플라스틱 컵 대신에 대나무 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처음 구매 때에는 컵 보증금을 포함하여 1000원을 지불한다. 이후 컵을 재사용하면 300원에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 대나무 컵은 마을의 상징이자 여행자의 기념품이 되었다.    

빠이의 상점에선 플라스틱 컵 대신에 대나무 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3R 샵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누이스의 가게에선 유기농 차와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개인컵을 사용하면 음료 가격의 20%를 깎아 준다. 이 가게에선 비닐봉지 대신 택배용 뽁뽁이나 포장비닐을 수거한 뒤 끈을 매달아 물건을 담아준다. 또한 여행자들은 아트샵 빠이의 문타리 작가가 판화로 만든 기념품인 에코백으로 비닐봉지를 대신한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씨엔 갤러리의 사카우 작가는 고사리와 꽃잎을 말려 붙인 엽서와 코끼리똥 공책을 전시하고 판매도 한다.

씨엔 갤러리의 사카우 작가
3R 샵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누이스

마을의 중심지에는 리조트, 호텔, 관광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빠이 주민들은 대도시인 치앙마이와 연결될 뻔한 고속도로의 건설도 막아선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많은 동굴과 폭포, 온천을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느리게 살고자 하는 빠이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살아가야 할 고속도로가 그들의 삶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의 개발과 플라스틱의 습격도 막아선 사람들, 자신의 집이 지구 공동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빠이 마을의 중심에는 농경을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광합성의 지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  태국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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