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경준 May 30. 2019

필환경시대!
환경교사 필수를 꿈꾸며

멸종위기종 환경교사모임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신경준

환경교육은 1960년까지 주로 자연 학습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어요. 1970년대에는 야외교육, 자원교육, 인구교육 등의 의미로 담았고요. 또한 1980년대에는 세계화의 가치교육, 1990년대에는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교육의 형태로 강조되었지요. 1991년에는 낙동강 페놀오염 사고와 1992년의 리우 협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된 시점이라 한국에 처음으로 환경 과목이 만들어졌어요. 2000년 이후엔 UN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의미가 환경교육에 반영되었습니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우리는 환경교사모임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환경교사모임은 전국의 중고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아주 행복한 교사들입니다. 학교 환경교육의 내용에는 생물종다양성, 자원과 에너지,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사회 및 환경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어요. 지난 한해 우리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환경교육을 목표로 교육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열렸고요. 이날 16개 학교의 선생님들이 참여했는데요. 학교별 결과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무주 푸른꿈고에서는 학교와 지역에서 생물종 모니터링을 하며 그 과정을 네이처링 앱에 담았어요. 학생들이 일 년 동안 458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놀라운 참여를 보였어요. 성남 성일고에서도 남한산성 바이오블리츠를 진행했고요. 진천 서전고는 신설학교인데요. 야생화가 피어나는 학교 숲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또한 텃밭 경작을 통한 광합성의 과정에도 참여해요. 탈핵 독서 활동에서는 김익중 그린멘토와의 만남도 이어졌어요. 성남 이우학교는 토종씨앗 농업을 시작으로 동물권 보호를 위한 소책자도 만들었어요. 창원과학고는 학교 연못에서 가시연꽃을 살리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주여고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을 깊이 있게 공부했어요. 그 결과를 UCC로 만들어 소개하는 데 완성도가 매우 높았고요. 부천 송내고의 환경교실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만들어 실내 5곳에 측정소를 설치했어요. 환경교실에 태양광발전도 설치했고요. 이들은 제주도 수학여행을 에코투어로 떠나 커뮤니티 매핑 작업을 완성했어요. 서울 숭문중의 환경교실은 미세먼지 프리존을 완성 했는데요. 이곳은 아침에 물청소를 하고 실내의 팬으로 강제 환기를 해요. 그리고 실내정화식물 40여 그루를 가꾸고 있어요. 교실내․외 2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앱을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있어요. 착한 중학생들이 올해는 플라스틱 없는 하루의 축제도 열었고요.     


경기 광주고는 꿀벌을 기르며 기후변화의 지표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대구여고에서는 생태건축 메이킹을 통해 야외학습장을 만들어 아름다운 공연도 함께 나눴어요. 청주 원평중은 천연비누나 치약을 만드는 활동을 했고요. 지속가능한 사회를 그림으로도 표현하고 전시를 열었어요. 김제 지평선고는 교내에 전통차 체험공간을 만들어 지역과 나누며 공정무역을 교육하고 있었어요. 수원 유신고는 학부모들과 환경교육 강의도 진행했고요. 안산고, 천안 한마음고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환경 봉사활동을 진행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어요.      


모든 학교의 결과를 공유하며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은 환경감수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의 수업이 교실 내에서 멈추지 않고 교실 밖과 연결되고 있었어요. 학교 교사들의 환경역량 강화를 위한 시간도 만들고 있었고요. 각자의 지역 축제를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는 환경 수업의 지속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런 환경교사가 모든 학교에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현재 한국의 초중고교는 11,636 곳이 있어요. 학생 수는 5,584,249명, 교원 수는 496,263명이고요. 그 중 환경교사모임이 파악하는 환경과목 전공교사는 31명에 불과해요. 생태계에서는 500 개체수 이하를 멸종위기종이라고 해요. 그래서 환경교사는 한국 교육계의 멸종위기종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리우 협약 이후 한국은 1996년부터 환경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고요. 1세대 교사들은 당시 사라지던 교련, 무용, 상업 등의 교사들이 환경을 가르쳤고요. 환경교육과를 졸업한 2세대 환경교사들은 2000년부터 학교에 임용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서 단 한 명도 환경교사를 선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0년째 학교에는 3세대 환경교사인 미래세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2009년부터 환경교사의 임용이 없는 이유는요.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학습량 부담 감소의 이유로 개설 과목수를 제한하며 집중 이수제를 시작했어요. 환경 과목 명칭이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바뀌는 대참사도 이때 발생했고요. 저는 당시 교과서의 녹색성장 글자 위에 친구들의 이름표를 하나하나 붙여 주었어요. 이후 2012개정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가 도입되었고,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자유학년제, 정보, 진로가 필수 과목이 되어 선택 과목인 환경을 배정하기가 힘들어 졌어요.     


학교 교육은 교육부의 교육과정에서 과목을 편성해요. 현재의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에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기술․가정, 도덕, 음악, 미술, 체육, 정보, 진로, 자유학년을 필수로 편성합니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편성되는 교양 선택 과목이 바로 외국어, 한문, 보건, 환경, 연극 과목 등이에요.     


그래서 환경교사모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심상정, 장하나. 김제남, 신보라 의원의 국정감사를 통해 환경교육의 위기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2017년부터는 국회의 지원으로 환경교사 보호를 위한 꿈꾸는 환경학교 사업이 시작됐어요. 2018년에는 환경교육진흥법도 개정되어 약간의 숨통이 트이는 가 했지만 지난 연말 체육교육법이 개정되어 초․중학교에서는 체육 수업이 1시간 더 늘어나요. 자연환경은 외부의 작은 개입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처럼 학교 생태계의 작은 변화는 환경과목의 선택율에 큰 영향을 미쳐요.   

   

아쉽게도 우리 사회의 중심에 환경을 두지 않는 것처럼 학교 교육의 중심에도 환경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우리의 삶, 교육 및 정치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JTBC 스카이캐슬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교육열은 매우 높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고 봐요. 공론화의 주제는 이런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2019년 필 환경 시대에 필수 환경교사를 외치고 있어요. 먼지와 폭염 그리고 한파가 반복되는 일 년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꿋꿋하게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 공동의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교육 하겠습니다. 환경교사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교육 하겠습니다. 그동안 환경교사모임에 많은 힘을 주신 여러분! 북극곰과 펭귄 그리고 환경난민도 우리와 같은 지구의 생명이라고 교육하고 있는 환경교사들에게 올해에도 관심을 이어주세요.     


2019년에는 공기, 물, 흙, 사람 그리고 정치까지 모두 투명하고 행복한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원고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