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이렇게] 프롤로그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즉답이 아니라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by 심군

홍성에 내려온 후 1년이 되는 해에 집 앞에 있던 구옥을 수리하여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는 이렇게’


30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홍성으로 내려오며 했던 생각들과 지역을 돌아다니며 느끼고 찍었던 사진들을 전시했다. 시골 외진 곳, 작고 아담한 공간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어요'라고 알리는 안부인사였다. 홍성에 내려올 때만 해도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덧 8년 차, 처음에는 우리 부부 둘 뿐이었는데 지금은 2마리의 강아지(먼지, 보리)와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집 앞 구옥을 꾸며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10만 명이 채 되지 않은 서해안에 위치한 '홍성'. 내포신도시와 충청남도 도청이 있고 최근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 개최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서울이 그립지는 않아요? 왜 홍성에서 창업했어요?’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거나, 도시 사람들을 만나면 꼭 듣는 질문이다. 안부처럼 툭 묻는 질문에는 지역살이에 대한 호기심과 이해되지 않는 의아함, 걱정 등 여러 감정과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도시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인프라도 좋고, 시장규모 큰 대도시를 두고 인적이 드문 지방 골목 한편에서 밥벌이를 하고 살아간다는 게 본인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부분일 것이다.


지난 2024년은 유난히 추웠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몸도 마음도 꽤 지쳐있었다. 지난 7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지인들이 궁금해하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를 반복했지만, 이전과 같이 내 대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왜 지역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홍성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나?’

'사람들이 말하는 지역에서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가?'


작은 매장 구석에 앉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질문에 대한 질문이 쌓여 갈수록 구렁텅이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만의 고민과 걱정일까?' 생각하던 찰나에 내가 아닌 '홍성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그 많은 지역 중 하필 '홍성'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홍성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나의 답을 찾고자 정말 오랜만에 먼지 쌓인 노트북을 열었다.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즉답이 아니라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답을 구하지 못한 질문은 방황처럼 보이겠지만, 그 자체가 방향이다.
- [타인을 듣는 시간] 김현우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