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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가드로잉 Aug 22. 2020

그림초보자들이 인물전신 드로잉 할 때 어려워하는 이유

드라마나 영화에서 미대생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자주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석고상을 바라보며 흑연을 길게 깎은 연필을 측정 도구로 쓰는 것 같은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것은 멋져보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길게 깎인 연필의 끝을 그리려는 물체에 한쪽 눈을 감은 채 갖다 대면서 전체 넓이의 비율과 길이의 비율을 대충 어림잡기 위한 그림의 한 과정이다. 길게 깎은 4B 연필이 소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 많이 사용되는 목적은 이처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앞에 놓인 커다란 종이에 정확한 비율로 그려내려 할 때 가장 유용하다.

인체의 전체 비율을 잡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엄지길이와 비슷한 연필심의 길이가 커다란 전지 종이에 대략 어느 정도의 크기로 확대되어야 하는지 감으로 그려낼 수 있다. 그다음 스케치북의 가운데와 위, 아래 그리고 양옆의 끝 선들을 잡아내면 대충 전체 형태의 크기는 맞춘 셈이다. 이제부터는 수없이 많은 비교를 통해 전체 형태에서 작은 형태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단계만 남았다.


만약 눈의 넓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옆의 눈의 넓이와 코의 길이, 이마의 높이, 귀의 위치 등 눈에 보이는 모든 형태를 상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데 뇌를 완전 풀가동 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 비교를 할 때 절대적 비교가 아닌 상대적 비교를 거의 동시에 생각하면서 손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이 과정을 한 번에 기계처럼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확한 형태의 선은 여러 번의 불확실한 선 중에 가장 근사치에 가까운 선을 찾아내고자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초보자들이 인체 드로잉을 할 때 비율을 맞추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보는 얼굴은 항상 눈높이가 대부분 상대의 얼굴에 향하고 있어서 (보통 얼굴 보고 얘기하지 발 보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의 비율에는 익숙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표현한다. 하지만 얼굴 이외 팔의 길이 혹은 손의 길이, 발의 넓이 같은 인체의 어느 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고 작은지 자세히 관찰해본 경험이 없기에 실제로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림 초보자들은 내가 손을 그리고 싶으면 손만 보게 되지 인체의 다른 부분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데에 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인물의 키에 비해 손이 매우 작다든지 혹은 상반신에 비해 하반신이 너무 짧게 표현된 그림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좌절하기 쉽다.



형태감이란 지금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그리려고 하는 종이에 얼마만큼 정확한 비율로 축소해서 그려낼 것인지 내 ‘감’만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직관적인 감각을 말한다. 줄자나 그 어떤 도구의 도움 없이 말이다. 그림 그리기에 익숙한 사람들도 인체 드로잉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문가들은 지겹도록 반복해서 하는 시각적 훈련을 혹독하게 해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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