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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r 02. 2021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거지?

2016-01-04 (월) 이종국 기자



▶ “정다운 곳에서 친구^친척들이랑 노후 보내고 싶다”


누가 떠났나


60대 후반인 L씨(메릴랜드 거주)는 요즘 ‘역이민’을 심각히 고려 중이다. 이번에 갈 신천지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이민 와 가게를 운영하다 몇 해 전 은퇴했다. 40년을 살아온 미국을 떠나려는 그는 “나이가 드니 아이들도 다 떠나 살고 굳이 미국에 살 필요가 없어졌다”며 “정다운 산하와 일가친척, 친구들이 있는 모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L 씨처럼 1970년대에 이민 와 개척자적 정신으로 미국에서의 삶을 일군 한인들이 이민 가방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이 같은 한국으로의 역이민 추세는 2010년대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 워싱턴 지역의 한인사회에서 활동한 인사들 중에만 벌써 20여명이 은퇴 후 한국으로 새 삶을 찾아 떠났다.


페닌슐라 한인회장을 역임한 고근필 씨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흥사단 회장을 지낸 이광표 전 회장도 강원도 춘천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을 지낸 신근교 씨, 김영근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 김명찬 버지니아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주간지를 운영했던 구명회 씨, 골프 티칭 프로였던 한근상 씨와 정요셉 씨, 보림사 신도회장을 지낸 이우택 씨, 재야 사학자인 방선주 씨 등이 대표적인 역이민 결행자들이다.



워싱턴지역 한인 연 200명 영주권 등 포기하고 떠나



노령화에 따른 귀소본능


한국 경제 발전-혜택 증가


소셜연금 수령 가능등 이유    



왔다갔다 장기체류형과


은퇴후 영구 귀국형으로 분류


“경제적 여유 있어야 가능”



정착 준비


현재 심각하게 역이민을 고민 중이거나 준비 중인 한인들도 적지 않다. 70대인 K 씨(버지니아)는 경남의 한 해안도시에 아파트를 구할 작정이다.


70년대 초반에 이민 온 K 씨는 “자식들도 다 떠나고 늙은 부부가 쓸쓸하게 집만 지키고 살기 보다는 가까운 사람들도 만나며 보다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며 “한국에서 주로 살다가 가끔 미국에 자식들을 만나러 올 생각으로 바다 근처 풍광 좋은 아파트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60대로 은퇴를 앞둔 또 다른 K 씨(버지니아)는 얼마 전 부인을 먼저 한국으로 보냈다. 현지 정착 준비를 위해서다. 그는 “이제 은퇴를 하는데다 미국에 더 이상 눌러 살 이유가 없어 한국행을 하기로 아내와 결심했다”며 “아무리 모국이지만 수십 년을 떠나온 곳이기에 미리 아내가 가서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이민을 한 워싱턴 한인들은 더 많다. 워싱턴한인연합회 임소정 회장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변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1년에 적어도 수백 명의 워싱턴 지역 한인들이 한국으로 역이민을 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서 연 2천명 한국행


2014년 한국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전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역이민자수는 1,8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5년래 가장 적은 수치이다.


미주 한인들의 역이민 행렬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 2,612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2007년 1,576명, 2009년 2,058명, 2011년에는 2,128명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2천명 안팎의 재미 한인들이 역이민을 하고 있으며 미국 내 한인 인구 비례를 감안하면 연 200명가량의 워싱턴 지역 한인들이 모국으로 역이민을 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역이민 현상은 70년대 이민 온 한인들의 노령화와 이에 따른 귀소 본능, 한국의 경제발전과 재외동포들에 대한 각종 혜택 증가, 한국에서도 미국 소셜 연금 수령 가능 등의 사유가 꼽힌다. 또 미국 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도 한인들의 유턴 행렬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마 전 한국으로 떠난 메릴랜드의 70대 L 씨는 “젊을 때는 돈 벌고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같이 어울릴 사람도 별로 없다”면서 “요즘 한국은 건강보험이나 의료 시스템도 잘 돼 있고 노인들에 대한 여러 혜택도 많아 살기 편해진 만큼 한국에서 소셜 연금을 받으며 친지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역이민을 결심한 심경을 토로했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역이민자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은퇴 후에 영주 귀국하는 케이스와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사는 장기체류 유형이다.


영주 귀국자들은 재산을 처분해서 아예 한국으로 들어가 눌러 앉아 살고 있다. 반면에 장기체류자들은 일 년 중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고 미국에는 잠시 들러 자식들도 만나고 남겨둔 재산이나 세금 등을 처리하며 산다.


이들 대다수는 한국에서 다른 경제적 활동은 하지 않고 미국에서 번 돈으로 여생을 보내는 케이스다. 그러나 젊은 역이민자들은 대다수가 생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역이민을 선택한 한인들은 대부분 “역이민은 또 다른 이민”이라며 신중하게 결행할 것을 주문한다.


3년 전 한국으로 돌아간 K 씨는 “돈 없는 사람은 친구나 친지들 사이에서도 냉대 받는 곳이 한국 실정이며 미국에서 재산을 몽땅 정리해도 한국에서는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들다”며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하게 고국행을 했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생활이 편리한 건 많지만 미국에 두고 온 자식들 문제와 몸에 밴 미국생활 등 여러 어려움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5년 전 한국행을 한 C 씨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잘 살펴보고, 그 전에 적어도 한국에 나가서 6개월은 살아보는 게 실제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기의 형편을 잘 살펴보고 그에 맞는 결정과 행동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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