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카드 프로젝트
적정선을 찾는 것은 이후의 즐거움으로
보드게임 파이트 클럽을 제작하면서 훌륭한 설명서를 만들자는 조그만 야심이 있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당시에 꽤 많은 보드게임의 설명서를 조사했었는데요. 기본 수준 이상의 설명서가 되려면 다음 내용이 필수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게임 소개(세계관), 적정 인원 수와 소품 수량, 게임을 시작하는 방법, 승리 조건 혹은 게임을 끝내는 방법, 기본 적인 진행 방식, 인원수에 따른 룰, 예외 사항 등
대화카드 리서치를 하면서 기존 대화카드 제품들은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단순히 카드에 기입된 질문이나 미션을 번갈아가며 나누는 정도였습니다. 룰이 적을수록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재미나 즐거운 분위기가 플레이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서 긴장감이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룰이 많거나 복잡하지만 그것도 곤란합니다. 특히 대화게임처럼 플레이어 간의 교류가 중요할 때에 그렇습니다. 분명 이 부분은 적정선을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룰과 콘텐츠를 다듬으며 꾸준히 테스트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굉장히 설레는 마음이 드는군요. 이후의 즐거움으로 잠깐 미뤄두겠습니다. 프로토타입이 모두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테스트 플레이어를 모집해보려고 합니다.
잠깐만 분명 대화카드 프로젝트였는데, 게임이라고요?
맞아요. 저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대화 게임’이라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마도 앞서서 이런 용어를 썼던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는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이라면 아무리 단순한 구조라 하더라도 승패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럼 한 발짝 물러서서 ‘대화 놀이’는 어떤가요? 하고 조심스럽게 정리 보겠습니다. (웃음)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배우고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론리 대화 카드가 자아내는 놀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규칙에 얼마든지 협의에 따라 예외를 두며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면서, 카드의 힘으로 깊은 대화를 끌어내 상대와 즐겁고도 뜻깊은 교류의 시간을 가질 수 있거든요.
다 함께 펼쳐서 볼 수 있는 팸플릿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제 만들 ‘론리 대화카드 설명서’는 이 대화카드 프로젝트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사람이 읽었을 때 어려움 없이 놀이의 리더가 되어서 카드를 활용하며 이끌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유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읽기 경험을 형태와 크기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카드 크기보다 큰 사이즈에 책처럼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도처럼 펼쳐보는 팸플릿 형태라면 2-3명이 함께 읽으며 빠르게 놀이를 파악할 수 있어 처음 카드를 본 뒤의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핵심 설명 글자를 크고 시원시원하게 잡아서 누구나 1분 안에 론리 대화카드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중의 대화 카드들과 비교했을 때 카드 안에 담기는 내용의 수준과 톤을 관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같은 질문지를 가지고 전혀 다른 대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설명서'에서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작업 해온 작업 중에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예술적인 하루 보내세요.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