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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코 Mar 30. 2022

만들고 기록하며 생각한 것 25가지

대화카드 프로젝트

지난 3개월 동안 대화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박하게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맥락 없는 25가지 짧은 생각과 계획을 남깁니다.



1. 프로젝트 에세이는 일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조바심과 모순, 가치와 시행착오, 성취감과 회의, 그리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근사한 기록 활동입니다.


2. 일에 관해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마치 관객 없는 버스킹처럼 자신을 위해 의미 있는 정성을 기울이는 일에 가깝더군요. 혼자 보는 기록이었다면 제멋대로 쓰다가 중단했을 겁니다.


3. 좋아하는 일에서 시작하더라도 사랑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가 길어지면 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회의감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지금 하는 일이 근사한 무엇인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혹은 부질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자책을 만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습니다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버텨오고 있습니다. 미련한가요? (웃음)


4. 종이 노트는 예쁘고 바르게 정리할 때도 좋지만, 머릿속에 순서 없이 굴러가는 제멋대로인 마음을 포착해두기에도 훌륭한 도구입니다.


5.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일단 빠르게 완성하는 것! 나머지 크고 작은 계획들은 완성한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더군요.


6. 글쓰기는 프로젝트에서도 유효합니다. 디자인이나 기획을 글쓰기로 풀어서 정리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렇게나 먼저 쓴 메모나 작은 글귀에서 출발한 것이 결과물로 안착할 수도 있습니다.


7. 자주 끄적이는 것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낙서도 물론입니다!


8. 하는 김에 뭔가 한 두 가지 새로운 주제(시도)를 정해 배우기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러면 다음 도전 과제를 찾기 쉬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대화 프로젝트에서는 ‘대화’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고, 이후에는 앱 디자인하는 도구인 ‘피그마’를 새롭게 배워볼 계획입니다. 


9. 프로젝트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발견할 때면 그 안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박동하며 아우성 쳤습니다. 때때로 새로운 야망과 욕심으로 섣부른 계획을 짤 수도 있겠지만 실현되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0. 책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프로젝트와 관계없는 부분은 띄엄띄엄 읽게 되었지만 대화를 비롯한 굉장히 폭넓은 맥락 속에서 주제 의식을 탐구하기 때문에 배우며 영감을 받는 점이 큽니다. 물론 다시 정독할 계획입니다.  


11.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한정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것은 꽤 유용한 능력이라고 생각되었어요. 저는 할머니 밥상처럼 언제나 넘치게 계획하는 편인데요. 우선은 원하는 만큼 계획하고, 유연한 시선으로 매일 계획을 검토하면서 현실성 있게 미뤄가며 창작 생활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12. 계획에서 엇나갔다면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원래 할 수 있었던 것을 예상대로 해낸 것에서 그칠 뿐입니다. 여러가지 궁리를 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이야기를 만났을 때의 기쁨은 꽤 큰 보상이었습니다.


13.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대부분 실패에서 비롯된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오히려 궁금한 점을 정리해 사람들에게 설문을 부탁하거나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과 응원을 얻을 수 있기도 했고, 프로젝트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쌓여나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14. 프로젝트를 느긋하게, 또 멀리 바라보는 즐거움을 발견했어요.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도 없이 휴양지 같은 마음을 느낄 때가 더 많았어요. 덕분에 자부심 있는 핵심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죠. 좀 더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세계로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15.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록을 병행하고 있어요. 의외로 둘은 서로 훌륭하게 호응합니다. 종이 노트는 복잡한 생각을 구현하기 좋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빠르고 자유롭고 효과적인 기록 앱이거든요. (웃음) 디지털 기록은 노트의 기록을 제대로 읽고 볼 수 있게 정리 한 뒤 결과물을 만들거나, 장기 보관을 위해 사용합니다.


16. 내향적인 저에게도 지켜봐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큰 의미였습니다. 같은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자신과 결을 함께 하는 창작자 친구들과 소식을 나누세요. 서로가 기꺼이 서로의 팬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근사한 출발이 있을까요. (혹시 그런 커뮤니티에 관심이 있다면 사이드 챌린지에 대해 알아보세요)


17. 하지만 반대로 지난 3개월 동안 누군가에게 든든한 프로젝트 지지자가 충분히 되어주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밥벌이를 위한 손이 바빠지니 시간이 갈수록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했군요.


18. 아이디어가 하나씩 실현되는 즐거움, 완성될수록 조금씩 쌓이는 두려움.


19. 대화 주제(질문)는 선정은 가장 도전적이었어요. 한 문장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의욕을 불어넣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르고 나서도 낱말이나 표현 속에 선입견이나 전제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작업이 추후에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 프로토타입 제작에 사용했던 도구들: 문구점 응 매일 에세이 무지 노트, 연필과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스탬프, SB철자, 스카치 커터칼, A3 작두형 재단기, 엡손 프린트기, 스카치 매직테이프, 판지 종이, 맥북, 인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 아이패드, 앱 프로크리에이트


21. 대화카드가 완성된다면 누구에게 또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대화형 보드게임’에 관심 있는 플레이어와 교육자, 커뮤니티 멤버, 다정한 대화 기회가 필요한 친구와 가족, 창작자나 디자이너, 여행지나 숙소, 카페와 같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들.


22. 카드가 완성되면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커뮤니티 ‘조금 적어도 좋아’에 같은 이름으로 대화, 글쓰기 모임을 열어볼 계획입니다. 과연 언제가 되려나요.


23. 대화카드 프로토타입을 가만히 보며 생각해보면 글로 세운 아늑하면서도 신비한 집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4. 대화에 관한 설문에 답변해준 분들, 프로젝트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갖고 응원해준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번쩍번쩍거리는 완성품으로 당장 화답하고 싶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웃음)


25. 정말이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물론 끝인사는 아닙니다. 대화카드 프로젝트 Lonely (But Not Alone)  계속됩니다. 고맙습니다.

 


프로젝트 에세이 노트! 3개월 동안 열심히 적었습니다!
1월에 기록한 프로젝트 맵, 3개월 동안 얼마나 성취했고, 또 얼마나 재미있게 엇나갔을까? (웃음)
4월부터는 새로운 퍼즐을 더 정교화하고, 더 세심하게 맞춰보겠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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