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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랭코 Jul 29. 2022

[프랭코] 동료 그루에 관하여

로컬 그래비티 에세이: 프랭코

작년 거제에서 그루님을 만났다. 작은 동네에서 10주를 살며 책을 만드는 일을 이미 한 기수를 잘 소화한 후여서 인지, 나는 두 번째 기수 참가자 분들이 왔을 때 조금 느긋해져서 사람들의 얼굴을 좀 더 편안하게 잘 살필 수 있었다. 그루님은 그중에서도 운영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참여자였는데, 이른바 암벽 등반 참가자로 자연을 가까이하며 얼굴에 그윽한 웃음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루님을 맞이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거제에 들릴 때마다 한 동안 조용한 커뮤니티 공간 소파에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그루님을 보았는데, 그 모습을, 아니 그 시간을 나는 조금 안타깝게 생각했다. 여름의 뜨겁고 즉흥적인 에너지는 금세 잦아들었고, 어쩐지 모두들 효율적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그루님은 근사한 열기와 파도를 놓쳐버린 서퍼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른 마음으로 매일 모험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행스럽게도 거제에도 남아있는 강군님과 결이 같았나 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함께 조용한 해변이나 산으로 캠핑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단단한 연대를 보며 나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몇 주 혹은 몇 개월마다 짧은 의향을 서로 교환했고, 나는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렸다. 비로소 새해의 봄, 온 우주가 진귀한 선물을 보내온 것처럼 그루님과 강군님이 준비한 지원사업에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큰 보탬을 받아 그루님은 로컬 그래비티라는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나는 디자인으로 키트 제작과 함께 회사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로 했다. 문구점 응을 운영하면서 배운 것들을 보태어 그루님의 비전이 좀 더 빨리 실현될 수 있도록 시간을 당겨드리고 싶었다. 그루님과 대화하다 보면 나는 종종 스스로 반성하고는 하는데, 나도 모르게 파트너가 아닌 대표로 말할 때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오래도록 혼자서 일하고 속으로만 말하고 결정하다 보니 팀원으로 서투를 때가 많다. 새로운 동료를 만나면 나는 늘 멀어지게 된 옛 동료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아 움직이고 싶다. 때로는 그런 주의 깊은 태도는 거리 조절을 더 힘들게 한다. 


그루님은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군님이 자제시키는 면도 있는 것 같은데 (큰 웃음) 큰 무리가 아니라면 꼭 걸어가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새롭게 알게 되고 배우고, 변화하면서 스스로 자기 다운 선택을 더 잘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조막만 한 재주 몇 가지로 그루님의 크고 작은 시도들이 가능한 가장 근사하고, 훌륭한 성장으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싶다. 그루님, 그리고 강군님이 지나왔어야 할 모든 그랬었어야 했을 시간들을 잘 모아다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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