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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ol Oct 22. 2024

3. 기름이 물보다 싸다구? 의료비가 1000원?

브루나이 친구가 들려준 살아있는 브루나이 이야기



'와 덥다'



숙소를 나오자 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공기.

나 여름나라에 왔지를 피부로 느끼는 아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동시내를 가볍게 한바퀴 돌았다. 주변 식당가에는 일요일 오전 느지막이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했다.


가동시내 사거리에 우뚝 서 있는 노랗고 빨간 맥도날드 가판은 어딜가든 눈에 띄었다. 푸른하늘에 흰구름이 유난히 뭉게뭉게 떠 있는 그런 날이었다. i'm lovin' it! 맥도날드 광고 속 한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드는 첫 날 아침이었다.


페이팅은 친구 3명과 함께 나를 데리러 왔다. 페이팅, 페이팅의 언니, 페이팅의 두 명의 절친까지. 나의 브루나이 여행 메이트이자 나의 브루나이 어드벤처를 함께할 친구들이었다. 브루나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이지만 주변 명소들을 거의 가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우리가 서울에 살아도 경복궁을 인생에 한번 찾아 갈까 말까 한 것처럼 말이다.





기름이 물보다 싸다구?


하루 종일 브루나이 이곳 저곳을 탐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주유소로 향했다. 나는 주유소에 적혀진 가격을 보곤 깜짝 놀랐다.


"기름이 물보다 싸다구?"


그렇다. 정말 기름이 물보다 싸다. 브루나이가 원유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었다. 내가 어제 사마신 1L물 한병보다 1L의 기름값이 더 싼 것이다. 기름이 없는 나라에서 온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브루나이 여행정보를 찾아보면 대중교통보다는 차를 빌려 다니라는 조언이 많았다. 버스나 택시같은 대중교통도 운행은 하지만 배차시간이 한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브루나이 국민들에게 대중교통이 필요치 않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브루나이 국민들을 대부분은 차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하이틴영화 속 십대들이 운전면허를 당연하게 따는 것처럼 여기 브루나이 젊은이들도 일찍부터 운전면허를 딴다. 여행자들은 차를 렌트해서 운전해 다니거나 콜택시를 부르는게 훨씬 낫다.





얼어죽어도 차가운 물


여행중 내가 뼈속까지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물 마실 때다.


차에 기름을 가득 넣은 우리는 다음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로컬 식당에 자리잡고 앉으니 종업원이 물을 가져다 줬다. 웜워터였다.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내가 아주 살짝 우울해지는 순간이다.


브루나이 식당에서는 기본적으로 웜워터를 제공한다. 한국식당에서 내어 주는 차가운 물에 익숙한 나에겐 타지에서 물을 마시는 일은 늘 놀랍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차가운 물을 기본값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아아요"를 외치는게 우리지 않는가. 얼죽아 족인 나는 외국에서 스타벅스를 만나면 정말 눈물나게 반갑다. (공감하는 사람 손!)


*얼죽아 :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조어 :)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미지근한 물을 아무렇지 않게 잘 마신다. 미지근하거나 뜨거운 물이 몸에 더 이롭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전기 사용량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미지근한 물을 당연하게 마신다. 타지에 나오면 나에게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이렇게 찾아오곤한다. 그것 또한 받아들이고 즐기면 된다.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이며 속으로 되뇌인다. '아 시원하다.'






의료비가 무료라구?


음식을 기다리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페이팅 절친중 한명인 '세드릭'이 예전에 고도비만이었던 시절의 사진을 보여줬다. 완전 딴 사람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세드릭 덩치의 3배되는 다른 사람이 사진속에 있었다. 페이팅과 친구들은 이 전설같은 세드릭 과거시절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줬다.


"정말 대단한 애야.
몇 년 동안 꾸준히 웨이트도 하고 달리기를 하면서 건강하게 살을 빼더니 이제 음식관리도 철저히 해."


고도비만이었던 시절의 사진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있게 보여주는 세드릭의 자신있고 여유로운 모습이 멋져보였다. 예전에 건강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과거 사진을 보며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이슬람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 할랄푸드는 건강하지 않나?'는 물음이 생겼다. 할랄푸드가 완전한 건강식은 아니라고 했다. 이슬람 국가의 비만율이 꽤 높다는 사실을 대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음식 때문이란다. 그때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 둘 나왔다. 튀겨진 빵, 탄수화물 가득한 면음식, 치킨에 밥... 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 젊은 친구들에게 건강하지 않는 서구화된 음식들에 쉽게 노출되있다보니 비만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의료비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는 의료비가 무료야.
비만도 관리해주고 아픈 국민들은 누구나 쉽게 치료를 받아.
일년에 1000원만 내면돼."


"1000원?" 또 한번 놀랐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게 가능한 것이겠지만 왕은 부를 자신만 소유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아낌없이 나눈다. 테러의 위협이 늘 존재하는 타 이슬람 국가와 비교했을 때 가장 안정적이며 안전한 나라로 느껴지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복지의 사각지대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교육비와 의료비를 국가에서 책임져주니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국민은 자연스럽게 브루나이 국왕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식당 한구석에 걸린 2개의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브루나이의 왕과 왕비의 사진이다. 브루나이 어딜가든 왕과 왕비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먹었던 점심







이래서 여행은 재밌다. 사진에서만 봤던 명소 이곳저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가장 재밌는 부분은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때다. 인터넷 검색만으론 쉽게 찾을 수 없는 현지친구들에게 들을 수 있는 살아있는 지금 브루나이의 이야기다. 나의 브루나이 어드벤쳐를 기꺼이 따라와준 친구들 덕분에 사람사는 브루나이의 진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한국에 놀러오면 똑같이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쏟구쳐 올랐다.


"친구들 고마워! 뜨리마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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