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순
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부분도 있지만
오래된 풍경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두 흐름이 곡선을 그리며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변화는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금의 부산이 그렇다.
해외 관광객 300만 명 시대.
숫자는 단순한 통계지만
도시가 느끼는 변화는 숫자보다 훨씬 섬세하다.
요즘 여행자들은
정해진 스폿만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레 들어오는 방식을 택한다.
작은 골목에 들어가고,
시장 상인들의 손짓을 보고,
어떤 가게의 냄새에 발걸음을 멈춘다.
그 변화는
자갈치의 골목, 남포동의 시장, 청사포의 바닷가
부산의 가장 ‘부산다운 장소들’에서 먼저 나타난다.
그들의 발걸음은 관광이 아니라 체류에 가깝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태도는
도시의 공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부산의 변화는 크게 떠들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도시의 결을 바꾸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