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방식의 조용한 변화
해운대의 빌딩숲은 언제나 화려하다.
광안리의 야경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요즘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조금씩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청사포의 잔잔한 파도
낮게 앉은 파란 지붕들,
오래된 집들이 이어진 조용한 길.
그곳에서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남포동 호떡 골목에 서 있는 외국인들은
반짝이는 야경보다
달콤한 김이 오르는 골목의 온도를 먼저 느낀다.
이 변화는
누군가의 취향이 바뀐 것을 넘어
여행 방식의 전환과 가깝다.
사람들은 더 이상
“유명한 장소”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서 어떤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여행자는
정해진 동선 대신
스스로 설계한 하루를 따라 걷는다.
머무는 장소가 바뀌면
도시의 소비가 달라지고
도시의 소비가 달라지면
상권의 미래가 달라진다.
부산은 지금
관광객이 아니라
머무르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를
조용히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