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스쿠터 스타트업 버드의 비밀과 로컬라이제이션
- 10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평가받은 스타트업, BIRD
- 3가지 관점으로 보는 BIRD의 성장 비결
- 버드를 기다리는 건 마냥 레드카펫이 아니다
- 만약 BIRD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유니콘은 이마에 뿔이 달린 말로, 중세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환상의 동물이다. 현재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를 넘은 스타트업을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그만큼 유니콘 스타트업은 희소하고 가치 있는 기업이다. 불과 10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평가받은 놀라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BIRD(버드)다. 버드는 공유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으로, 비고정형(dockless)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비고정형이란 별도의 거치대 없이 운영되는 형태를 의미한다. 쉽게 서울시 따릉이가 보관대 없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소리다. 고객의 활용성이나 편의성을 고려한 방식이다.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지도에 표시된 스쿠터를 찾아 이용하고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자세한 사용법은 위 영상 43초 이후를 참고하자.
버드는 작년 9월 LA에 위치한 산타 모니카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는 11개 도시 17개 지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버드는 산타 모니카에서 5만 명의 라이더(rider)를 확보했다. 5만 명의 라이더는 총 25만 회 주행을 가졌다. 단기간 성장 때문에 현재 버드의 전기 스쿠터 충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한다. 버드의 양적인 성장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는 수익모델 때문이다. 버드의 ceo인 트래비스 밴더잰든은 스쿠터 대여를 통한 수익원을 제외하고 어떤 수익원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는 물론 고객의 위치와 같은 데이터 판매 등 모든 수익모델을 배제한다고 말했다. 이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스캔들의 여파로 보인다. 한편으론 무궁무진한 잠재시장 덕에 가능한 수익모델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유럽으로 아시아로 확장의 여지는 다분하다. 때문에 산타 모니카 사례처럼 양적인 성장은 유의미하다. 그렇다면 이런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Sequoia : 세쿼이아 캐피털은 지금의 구글, 유튜브를 있게 한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이다.
버드는 크게 3개의 이해당사자 집단으로 얽혀있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신사업 공급자 BIRD(버드)와 각자의 니즈를 만족하기 위해 스쿠터를 사용하는 수많은 rider(라이더)들, 원활한 서비스 운영을 돕는 긱 이코노미* 노동자 charger(차져)다. 세 집단의 관점으로 성장동력을 파악해보자.
*긱 이코노미(gig economy) : 긱은 일시적인 일을 의미하는 단어로, 긱 이코노미란 과거 정규직 중심의 고용형태에서 그때그때 발생하는 기업의 수요에 따라 단기간 계약으로 전환된 고용 경제 형태를 뜻한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 자동차가 미래 이동수단이 될 것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상용화 시점은 쉽사리 답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전기 충전소 같은 인프라 확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전기 자동차 충전기의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보조금 축소 덕(?!)이다. 어차피 소비자 입장에선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충전기 가격이 변하더라도, 실구매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 충전기 제조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보조금 감소는 액면 가격의 하락을 불러오며, 이는 전체 파이의 감소를 뜻한다. 결국 수익 감소로 재투자가 어려워지며, 효율성 감소를 비롯해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뿐 만 아니라 현재 발전소가 전기차 충전에 소모될 전력을 감당할 수 있냐도 문제다. 결국 전기차와 같은 신사업의 인프라 확충은 확실히 난제다.
반면 버드의 전기 스쿠터는 인프라 확충에 큰 문제를 겪지 않는다
애초에 전기 스쿠터는 장거리 교통수단이 아니다. 전기 스쿠터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근거리 통근처럼 라스트 마일*이동수단이다. 두 번째는 집-장거리 이동수단 또는 서로 떨어진 장거리 이동수단을 잇는 보완재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이동수단이 아닌 취미를 위한 역할이다. 따라서 전기 스쿠터는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 없다. 원활한 충전기 생산만 가능해진다면 인프라 구축은 버드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차져 부분에서 다루겠지만, 스마트폰 충전기처럼 충전기만 필요할 뿐 충전소는 따로 필요 없다. 덕분에 지금까지 버드는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라스트 마일 : 과거 사형수가 처형을 위해 집행장까지 가는 마지막 길을 뜻하는 표현으로, IT분야에선 통신사업자 또는 방송사업자에서 시작된 전송망이 건축물 내의 가구 단자함과 구내 선로를 거쳐 전화, TV, 컴퓨터 등에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1마일 내외의 최종 구간을 뜻한다. 유통에선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 구간을 뜻한다.
지구를 생각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니즈
복잡한 도시의 교통체증을 덜어줄 이동수단에 대한 니즈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취미에 대한 니즈
클리오 광고제, 뉴욕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손꼽히는 칸 국제광고제가 이번 달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올해 칸 국제광고제는 총 30가지 부문에서 수상이 이뤄졌는데, 그중 SDGs 부문은 올해 신설된 부문이다. SDGs는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줄임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폭발적인 인구증가 등으로 모든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와 프라이탁 같은 브랜드의 등장도 이 궤를 같이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 지구적인 니즈는 이동수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네덜란드 자전거 시장에서 3대 중 1대는 전기 자전거였다. 이는 10년 전 20대 중 1대와 비교했을 때 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더군다나 전기 자전거 구매자의 40%가 자동차를 대신하기 위해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전기 스쿠터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불필요한 차량 사용을 줄여준다. 즉 지속가능성이라는 니즈를 충족시켜줄 서비스라는 소리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은 규제를 받는 버드가 처음에 환영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교통체증의 훌륭한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좁고 울퉁불퉁한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는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고질적인 원인이었다. 이를 해소해 준 게 바로 버드다. 서울 남부순환로의 예술의 전당 ~ 사당역 구간은 출퇴근 시간에 정말 막힌다. 막히지 않으면 10분에서 20분 정도면 통과하는 구간이 출퇴근 시간엔 1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만약 전기 스쿠터가 이런 교통체증의 대안이 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용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계에 도시인구는 물론 도시의 수가 늘고 있다. 버드는 복잡해지는 도시교통의 대안책이 되리라 보인다.
버드의 이용요금은 기본요금 1달러와 추가 요금인 1분 당 15센트가 합산돼 부과된다. 예를 들어, 20분 동안 버드를 이용하면 기본요금 1달러에 추가 요금 3달러를 더해 요금은 4달러가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대중교통의 가격은 버스/전차는 2.25달러, 지하철은 8달러, 케이블카는 7달러다. 하지만 악명 높은 샌프란시스코 교통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많은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버드가 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기 스쿠터의 최고 시속은 24km/h로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버드는 세분화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
버드의 차져는 긱 이코노미와 게이미피케이션이 결합된 형태를 보인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다른 영역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적용한 경우를 일컫는다. 차져가 스쿠터를 찾는 과정은 도전과제를 푸는 과정이고, 충전의 보상으로 받는 돈은 과제해결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또 위치기반 서비스며, 투입되는 노동과 비용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포켓몬 고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차져가 왜 쉽고 돈이 되는지 살펴보자.
-Must be 18 years or older
-Must have a car
-Charge at least 3 birds at a time
-Must live in/near a service area where BIRD operates
위는 차져의 4가지 자격요건이다. 요건을 충족시키고 차져 자격을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언제든지 차져로 활동할 수 있다.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자격요건이다. 차져 승인과 함께 버드는 전기 스쿠터 충전기 3개를 제공한다. 차져의 주임무는 새벽 4시에서 아침 7시 사이에 버드 둥지(BIRD nest)로 불리는 장소에 충전한 전기 스쿠터를 가져다 놓는 것이다. 버드 둥지는 스쿠터 수요가 많고 스쿠터를 타기 좋은 지역으로 지정된다.
버드의 모든 서비스는 단 하나의 앱 연결됐다. 위에서 보듯이 단순히 결제하는 과정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행위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디테일을 제공한다. 이처럼 라이더든 차져든 상황 속 사용자에 맞춰 쉽게 최적화된 서비스는 사용자의 경험이 보다 쉽고 쾌적하도록 돕는다.
포켓몬 고에서 때로 어떤 포켓몬을 잡기 위해선 특정 장소로 가야만 한다. 버드도 비슷하다. 찾기 어려운 스쿠터를 충전할수록 높은 보상을 제공한다. 5달러에서 20달러 사이 보상이 주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일부러 찾기 어려운 장소로 옮겨 이를 충전해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다. 때문에 버드는 이런 허점을 하나둘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노력과 비용에 따른 확실한 보상으로 사람에 따라 차져는 고정 혹은 보조 수입원이 된다.
- 전기스쿠터 임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총 5개의 허가증을 발급한다. 허가증 1개 당 500대를 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하는 전기스쿠터 숫자는 최대 2500대를 넘지 않도록 한다.
- 허가증 신청 비용은 500달러이며, 업체들은 심사 운영 비용으로 연간 2만 5000달러를 납부한다.
- 허가증을 받은 업체에 한해 보도, 공공 도로 등에 전기스쿠터를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 업체들은 전기스쿠터 운행과 유지 관리, 청소, 폐기, 보수 등의 계획을 시에 제출해 승인받는다.
- 업체들은 도로 유지 보수 등 공공 자산의 보수 관리 등을 위한 비용으로 1만 달러를 납부한다.
- 업체들은 이용자 정보보호정책을 수립해서 제출한다.
- 업체들은 전기스쿠터 이용 보를 시 교통국에 제공한다.
- 업체들은 저소득층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 황장석, ""선 허용 후 대처"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스쿠터' 대응법", 뉴스 톱(2018.5.3)
이 리스트는 샌프란시스코 교통국이 버드에 제시한 규제 원안을 정리한 글이다. 한때 샌프란시스코 내 비고정형 공유 전기 스쿠터는 1만 6천대에 달했다. 하지만 위 1안에서 보듯이 2500대로 스쿠터 수를 크게 줄였다. 이유는 잦은 사고 때문이다. 보도로 주행하여 보행자에게 위협이 되거나,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주행으로 자동차와 충돌도 우려됐다. 게다가 공공 도로를 막거나, 건물의 통로를 방해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원천봉쇄는 아니지만 적당히 규제를 하며, 어느 정도 기회를 보장하는 중도적인 정책 자세를 취했다. 이걸로 분명해진 건, 비단 미국이 아니라도 전 세계의 많은 지자체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롤모델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안이 기준이 되어, 현지 상황에 따라 규제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버드의 미래가 무조건 밝다고 할 수 없다.
버드가 만약 한국에 들어온다면, 이동수단으로 어떤 역할을 맡을까. 분명한 건 기존 교통수단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진 못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스쿠터의 본질적 한계로 인해 장거리 운전이 불가능한 점이 첫째고, 밤이면 도심이 비는 도심 공동화 현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도심이 아닌 도심 외곽에서 생활한다는 점이 둘째다. 따라서 한국에서 공유 전기 스쿠터의 역할은 라스트 마일 이동수단 보단 이음새 이동수단이 되리라 본다. 이음새 이동수단이란 집-장거리 교통수단 혹은 장거리-장거리 교통수단 사이를 이어주는 이동수단을 뜻한다. 이렇게 된다면, 마을버스처럼 단거리 교통수단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노약자나 아이처럼 혼자 스쿠터를 타기 힘든 사람들만 단거리 교통수단을 이용하리라 예측된다. 지금까지 단거리 교통수단에 투자되던 비용은 장거리 교통수단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우버택시와 편의점을 결합한 것처럼,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이 차량과 결합될 것이다.
다음은 버드의 서비스가 연착륙할 수 있을까. 일단 차져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스쿠터를 충전할만한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따라서 대안책이 필요하다. 바로 편의점이다. 24시간 운영되기에 전기 스쿠터가 제공하는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별도에 시설 대신 스쿠터 충전기와 편의점 근처에 자그마한 간이 공간을 확보하는 걸로 충분하다. 공유 전기 스쿠터와 편의점의 콜라보는 현재 공급과잉에 치킨게임으로 내몰린 편의점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단순히 충전하는 대신, 편의점에 전기 스쿠터를 옮기는 차져들을 타겟으로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충전된 스쿠터를 이용할 라이더에 맞춘 상품을 기획할 수 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 로컬라이제이션 된 서비스가 버드의 입장에서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현재 다른 수익모델을 염두하지 않는다곤 했지만, 양적인 규모의 확장을 통한 박리다매 수익모델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닥친다. 이와 같은 편의점과의 콜라보는 파트너십 비즈니스 모델이며, 버드의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갖게 되고 사업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버드와 편의점은 서로의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공간이 부족한 차져에겐 공간을 제공해 하나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공유 전기 스쿠터는 이동수단을 넘어 이동의 흐름과 사람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마이크로 센서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끝으로 언젠간 역세권이 아닌 둥지권이 생길 날이 오지 않을까한다
- Rob Nikolewski, "How can dockless bike and scooter companies make money?", The San Diego Union-Tribune (2018.4.15)
- "How two-wheelers are weaving their way into urban transport", The Economist (2018.6.23)
- "China’s bicycle-sharing giants are still trying to make money", The Economist (2017.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