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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언니 Aug 02. 2016

112에서 위로를 찾는 사람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

'112, 경찰입니다'

'저... 여기 전화하고나서 죽을려고 해요'

술의 힘을 빌린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생각보다 자주 이런 전화를 받게 됩니다. 경찰관 역시 다급해 집니다. 그러나 그런 내색없이 차분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줍니다. 긴급전화라서 길게 통화는 못하지만, 짧은 순간 상대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지령을 내리면서 한편으로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상담까지도 진행을 하게 됩니다.


제복의 힘이라는 것이 있는게 사실인지, 경찰제복은 입는 순간 태권도 3단 이상의 심리적 위력을  발휘하고, 112 경찰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빠져 나오는 순간, 상대방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각종 번뇌가 오갑니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제복을 벗으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뭐라고... , 그렇게 한말이 도움이 되었을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을 보면서, 세명의 강도 도주범들이 나누게 되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힌트를 준것이 범인이라는 것이 좀 찜찜하다면 찜찜하달까 하며 피식 웃기도 했지만요. 나한테 통찰이 어디있냐고??


아니, 웃기지 않냐? 이 여자 정말로 바보지 뭐야. 우리는 진짜로 올림픽은 깨끗이 잊으라고 말했는데 그걸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해 버렸잖아. 그러고는 결과가 잘 나왔다고 우리한테 감사하고 있어. 깊은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며, 라잖아. 근데 그런게 어디있냐고 우리한테.
맞아 게다가 나는 정말 즐거웠어. 다른사람의 고민을 상담해준 거,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야.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라도, 어쩌다 결과가 잘 나온 것이라도 우리한테 상담하기를 잘했다고 하니까 정말 기분 좋다.
 
 


실제로 소설이 한국에 출간될 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이 밀리언셀러를 넘어 200백만부 이상 팔리던 시절이라, 저 역시도 마음깊은 곳에서  위로를 해주려면 적어도 대학 교수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위축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작가는 일부러 그 점을 부각합니다. 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은 대개 분별력있고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분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일부러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젊은이들로 했다는 작가의 언급이 별도로 있었던 것처럼 능력고하를 불문하고 사람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그러나 이 책에도 주로 상담은 경험이 많은 잡화점 할아버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민상담이예요.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백 점을 맞고 싶어요. 커닝도 안되고 속임수도 안되요.어떻게 하면될까요?

- 선생님께 부탁해서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세요.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답이 반드시 정답입니다.

말도안되는 질문에 심혈을 기울여 대답하는 모에 독자로서 같이 빵 터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리도 지혜로운말이 바로 나올 수 있을까 감탄하기도 합니다. 부럽기만합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갖고 있다는건 정말로 도움이 되는말을 해주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 아닐까요.


나미야 잡화점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부분은 이별에 관한부분입니다. 비틀스의 해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사람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실질적으로 이미 끝나버린 비틀스였기 때문이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고스케는 그걸 알고싶었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모른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같은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네명의 멤버들은 비틀스를 구하려 하지 않은것이다.


이런 문구를  번쯤은 112에 전화를 해서 위로릉 구해보려했던 (긴급상황의 도움을 구하려했던 분들은 제외하고)날려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답장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을까요.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 한장까지도 삶의 의미를 답장을 통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 절절했던 나미야잡화점의 주인장의 마음처럼, 짧은 순간의 통화로 끝이 나는 긴급전화의 한쪽에 서서 늘 이런 마음을 보내왔던걸 누군가는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서 봅시다. 모든것은 당신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미야잡화점 #112 #비밀상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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