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쉐어하우스에서의 생활기 시작합니다
작년 12월, 스타트업 인턴 제의를 받고 부랴부랴 서울에서의 거주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할 수 없었다. 수중에 모아놓은 돈따위는 없었고, 가족들은 나의 타향살이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서울에 집을 구해줄 만한 여건도 안되었다. 손벌릴 곳도 기댈 친척도 친구도 서울에는 없었다. 그래도 인턴 제의를 놓지고 싶지 않았다. 자취를 향한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취업을 향한 첫번째 '기회'였기에. 기회는 한번 놓치면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래서 계속 찾았다. 서울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원정책이란 정책은 다 찾아봤다. LH, SH 등 여러 홈페이지를 맨날 들어갔고, 묻고 묻고 또 물었고,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쉐어하우스'였다.
쉐어하우스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였다. 쉐어하우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쉐어하우스란,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ㆍ화장실ㆍ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소유보다는 공유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요즘 물건을 넘어 공간 또한 서로 공유하는 시대였다.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쉐어하우스란 개념은 인터넷에 검색만해도 수십가지의 쉐어하우스 업체가 검색이 되고 갖가지 후기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종류도 참 다양했다.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쉐어하는지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었고 자신들만의 컨셉이 있는 쉐어하우스도 많았다.
그렇게 나는 인턴생활을 위해, 자취를 위해, 취업을 위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지였던 낯선 쉐어하우스의 생활을 택했다. 내가 느꼈던 쉐어하우스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군'이었다. 쉐어하우스를 고를때 가장 중점으로 보았던 것은 첫번째, 어느정도 개인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 두번째 불특정 다수와 함께 거주하는 만큼 그리고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인만큼 보안이 잘되어 있는 곳. 이 두가지였다. 회사와의 거리나 주변 편의시설 등은 나에게는 배부른 소리였다.
이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쉐어하우스에 있었다.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로 기숙사 같던 곳이었는데 샤워실, 화장실, 주방, 거실만 공유하고 각 개인의 방이 있어 프라이버스를 지킬 수 있었던 곳이다. 여성전용이다보니 보안이 철저했다. 각 층마다 각 방마다 보안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조용함과 따듯함이었다. 어른들이 그랬다. 내 집이 될 곳이라면 첫인상부터 느낌이 다르다고 쉐어하우스를 처음 방문했을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다. 굉장히 깔끔했고 조용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거주하는 곳이다보니 서로가 조심하고 예의를 지키는 공간이었다. (쉐어하우스마다 다를 수 있음) 심지어 거실에서 밥을 먹을때에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이런 조용한 분위기는 2개월을 지내면서 계속 유지되었다.
서울 사람은 모두 깍쟁이고 낯선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돼!라는 생각으로 쉐어하우스에서의 생활은 늘 날이 바짝 서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즐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이 남아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만큼 많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쉐어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의외로 낯선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살다보니 서로가 '이정도로?' 할정도로 조심했다. 조용조용 생활하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서로가 공용물품, 공간 등은 깔끔하게 사용했다. (당연한 거지만 가장 힘든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도 굳이 남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옆방 사람의 얼굴도 몰랐다. '같이 사는데 그렇게까지 교류가 없을 수 있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응 당연한거야' 라고 대답한다. 말그대로 서로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사니 살아가는 생활 패턴이 다 다르기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내가 출근할때에 누군가는 자고 있거나 씻고 있었고 혹은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퇴근할때 출근하는 이도 있었고 없는 사람도 있었다.
교류하는 곳은 오로지 카톡방에서만 있었다. 같이 쉐어하는 사람들끼리의 카톡방 만들어져 있었다.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관리자 만든 방으로 공지나 서로 조율해야하는 사항이 있을 때에 소통의 창구로 사용했다. 다수가 함께 사는 곳이다보니 불만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었기에 이런식으로 서로의 의견을 듣고 수렴했다. (나중엔 주기적으로 면대면 모임을 했음)
쉐어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이게 끝이다. 서로 계속 조심했고 배려했고 예의를 차렸으며 지나치게 선을 넘지 않고 생활을 이어나갔다. 쉐어하우스에서의 장단점 그리고 내용 정리는 다음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