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오십 홀로서기 Mar 14. 2020

내 첫 직장은 스타트업

7개월의 스타트업 경험 들어볼래요?

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타향살이하면서 나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진짜 너 이야기 어디 쓸곳 없냐?"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시작된 브런치.


타향살이의 시작은 취업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해 서울로 상경하여 취업을 하면서부터 지독하게 외롭고 외로웠던 사회생활과 자취를 시작했다. 내 첫 직장은 나를 포함해 8명밖에 되지 않았던 AI 기술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나를 제외하면 여직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었다. 연령대도 높았고, 20대는 나를 포함한 사수 한 명뿐이었다.


2개월가량은 대전에서 서울을 오가며 인턴 아닌 인턴생활을 했었고, 작년 1월. 바로 서울로 올라와 또다시 2개월가량 출퇴근 인턴생활을 했다. 그러다 좋은 평을 받아 정규직이 되었다. 막 시리즈 투자를 받은 곳이었고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 


혼자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게 스타트업이다, 야근을 밥 먹듯 한다, 업무량이 과도하다, 박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꼰대 없는 스타트업이란 있을 수 없다, 월급도 못 받을 수 있다, 혼자 일을 배워야 한다 등등 스타트업에 대한 온갖 무서운 소리에도 난 겁나지 않았다. 나도 다 고려한 사안들이었고 그 정도는 충분히 내가 해결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 글에서 더 깊게 하겠지만 난 취준생의 기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었고, 빨리 현장에서 일을 배워 '경력직'이란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나에게 맞는 선택에 시야를 가려 급히 취업을 강행했고 난 친구 중 가장 빨리 취직에 성공했다. 뚜렷한 방향이 있었기에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참 오만했다.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는 것을 왜 난 겪고 나서야 '아, 내 생각과는 다르구나. 내가 오만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난 흔들렸다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일관되지 않고 연속성이 떨어지는 업무들의 연속과 과도기에 접어드는 회사의 분위기, 어쩔 수 없이 '라테는 말이야~'를 실현하는 사람들, 막내니까, 사회성이 부족한 팀원과의 불편한 관계, 정치질, 학벌에 대한 눈치 등등 지쳐갔다. 

무엇보다 날 힘들게 했던 건 사람도 분위기도 돈도 아니었다. 배우는 게 없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목소리를 내어도 들어주지 않았고,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한 당연함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던 경력직들 사이에서 등골 터지는 기분.


'사회생활 처음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투정이지. 누구나 하는 고민일 거야'라고 스스로를 넘겼다. 넘기고 넘겼다. 그러다 생각했다. 내가 가고자 했던 '경력직'은 어느 분야의 경력직이더라. 난 경영학을 전공했고, 마케팅이 배우고 싶었다. 


커가는 회사에서 그 과정 속 회사의 마케팅들을 몸소 실현하면서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회사를 들어갔지만, 정작 나는 그때그때 남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문득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경력직'이 되겠구나 싶은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고 난 고민하고 고민하여 회사를 관두었다. 


퇴사를 결심하기 전 몇 개월의 걸쳐 나의 이런 고민들을 회사 팀원들과 공유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하자 그래도 아니라면 떠나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마케팅이 하고 싶으면 마케팅 책을 읽어요. 간접경험으로 쌓아요.' 요구해도 금방 잊히기 마련이었고, 내 목소리에 힘을 얹고 싶다면 더 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신뢰를 쌓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뭘 더 얼마나 성실해야 했어야 했고 그들이 원하는 신뢰가 아첨이었던가.


업무가 연속성이 떨어지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는 것이 너무 많고 지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네가 열정이 없어서 그래. 실제로 네가 하는 일들이 뭐가 있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집에 남아서 야근이라도 해', '막내인 네가 챙겼어야지', '이거 할 사람 없으니 걔 시키죠' 


그래 내가 여기서 목소리에 힘을 가질 수 있게 더욱이 노력해야지 했으나 난 지쳐갔다.  그 작은 스타트업에서 고민 나눌 팀원도 없었다. 온갖 편견으로 얼룩져버린 첫 직장은 그렇게 나와 작별했다.




그렇게 백수 2개월 차에 난 다시 두 번째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면접 때부터 전 직장의 대표하고는 달라 보였고, 팀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곳도 이제 탄력을 받아 서비스를 키워가던 곳이었다. 그곳에 난 입사했다. '이번엔 실수하지 않아'. 두 번 때 스타트업도 여전히 일당백을 해내야 했고 힘들었지만 천천히 맞춰가고자 했다. 


애정을 가지려 했고 노력했다. 내가 입사할 당시 회사에 큰 행사가 있어 한 달가량은 본 업무인 서비스 마케팅보다는 행사에 더욱 치중했다. 공연을 기획하고, 나서서 운영관리를 도맡았다. 그런 모습이 행사 당일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비쳐 좋은 평을 받기도 했다. 


믿어갔다. 

그러다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잘 받지 못했고 다 내 잘못이 되어갔다. 러다 대표가 일대일 면담을 하자 하였다. 난 그 면담에서 당일 권고사직을 당했고, 그날 바로 짐을 싸서 나가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게 입사한 지 딱 한 달 되었을 때였다. 


이유는 그러했다. 업무능력이 떨어지며,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것 같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행사 준비로 바빴기에 정형화된 업무에 사이클을 맞춰가는 게 힘들었으며, 이미 있던 직원들끼리 친한 상황이었기에 낄 수 없는 묘함이 있어 노력하고 있었다. 한 달이었다. 겨우. 결국 다 내 탓이란다. 여태껏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늘 당장 나가 달라 했다. 그리고 사람들 사기가 저하되니 자신이 사직을 권고한 것은 말하지 말라 했다. 그렇게 난 개인 사유로 퇴사한 것으로 공론화되었다. 알고 보니 그렇게 내보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행사 때 급히 쓰려고 날 채용한 거였나. 권고사직이라니. 그것도 당일에. 나가 달라니. 그날 어땠는지 아직도 생생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울음도 나지 않았고 억울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인사관리 전공서적에서만 보던 권고사직이라니. 내가 큰 손해를 입혔나.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등등. 


그렇게 두 번째 직장을 잘렸다.


그 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쉬어야 했다. 기나긴 겨울이었다. 2019년의 겨울은 유독 추웠다. 가야 할 방향을 잃은 기분이었고, 우울한 생각들이 잊히지 않았다. 


그렇게 난 아직도 가슴 아픈 후유증을 마음에 담아둔 채 휴식기에 있다.

회사를 관두고, 이직을 하고, 잘리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했다. 나에 대해, 거쳐온 곳들에 대해. 이 상황을 객관화하고 싶었다. 나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았기에.


난 점차 좋아졌다. 우울감을 벗고 지금은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거쳐온 곳들은 누군가에게는 맞는 신의 직장이었을 수도 있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동료들이었을 것이다. 그저 나랑 맞지 않았고, 그곳에 내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 무엇도 탓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내가 본 것들이 고 느낀 것이었으며, 그 경험으로 하여금 난 성장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하고 싶다.



 여기까지가 짧은 내 직장생활 일대기다. 이제 하나씩 내가 겪고 느낀 것들에 대해 차근차근 정리하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쉐어하우스 TM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