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책만 쓰면 망하는 이유
올해는 책쓰기 열풍이 다시 찾아온 것 같다. 유명한 유튜버와 사업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책 출간에 뛰어들고 있다. PDF 자료, E-BOOK, 유튜브 영상, 브런치 글, VOD 강의 영상 등 콘텐츠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은 대부분 '종이책'이라는 출판물과 종국에는 연결된다. 아마도 종이책이 지닌 강력한 권위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말 그대로 책은 여러 콘텐츠들의 최종 종착지이거나 중간 경유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책이라는 출판물 하나로 돈을 벌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그렇기에 이왕 책을 낼 거라면 반드시 내 업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첫 번째 책은 북토크 한 번 제대로 못 해보고 처참히 망했다. 유명한 출판사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으나 결과물로 보자면 초판 인세 200만 원 정도와 작가라는 타이틀 외에는 내게 남은 것이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반면에, 두 번째 공저로 출간한 책은 내게 3,500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여러 대학교, 기업, 공공기관 강의 출강 기회와 VOD 제작 기회까지 가져다주었다. 월 천이 더 이상 남에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내 경험과 여러 출판 시장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업'이 되는 콘텐츠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업이 되는 콘텐츠에는
과연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첫 번째, 해결책을 담고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돈을 벌게 해주는 노하우, 효율성을 높여주는 노하우,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노하우 등 기꺼이 돈을 지불하여 얻어내고 싶은 정보가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도서에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지만 에세이 도서에는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 것도 다 해결책과 관련이 있다. 세상에는 감성적 공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보다 해결 방법 그 자체를 찾느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세이 장르라 하더라도 나만의 해결책이 있거나 기존 통념과 반대돼서 한 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풀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어야 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사전 홍보 채널이 확보된 콘텐츠여야 한다.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나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내기에 훨씬 유리하다. 그 사람들은 출간만 하면 책을 구매해 줄 예비 독자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이 되는 콘텐츠가 되게 하려면 내가 운영하는 SNS에 출간 전부터 내가 쓴 글들을 많이 올려놔야 한다.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등 글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업로드할 수 있는 채널이라면 미완성된 상태더라도 미리 배포해놔야 한다. 기왕이면 폐쇄적인 플랫폼보다 확산성이 큰 유튜브, 블로그 같은 채널이 더 좋다. 유명 유튜버들의 책 출간이 잦은 이유도 출판사들이 이들의 홍보 역량을 원하기 때문이다. 책도 결국 잘 팔려야 하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같은 주제의 책이더라도 남들과 조금은 달라야 한다.
콘텐츠는 단순한 매뉴얼이 아니다. 나만의 통찰력이 담겨 있어야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다. 유튜브 관련 도서를 쓰더라도 그냥 유튜브 잘하는 법을 알려주기 보다 '기업 담당자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홍보법', '억 소리 나는 유튜버들의 스피치 노하우', '나만의 감성 VLOG 찍는 법' 등 조금이라도 콘셉트가 뾰족하거나 달라야 한다. 여기서 콘셉트가 뾰족하다는 것은 타깃 독자가 넓지 않다는 걸 뜻한다. 당신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1세대 유튜버가 아니라면 무조건 타깃 독자를 줄이는 게 유리하다. 좁은 타깃 독자를 만족시키면 이후에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처음부터 넓은 타깃 독자를 잡았는데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영영 잡을 수 없다. 남과 다른 뾰족한 나만의 논리나 곤조, 생활 속 통찰력, 기존 통념을 깨는 시각 등이 담겨있어야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잘 쓴 콘텐츠는 당신의 커리어와 업에 날개를 달아준다. 돈을 버는 콘텐츠만이 가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돈이 안 되는 일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기왕이면 당신이 돈이 되는 콘텐츠를 썼으면 좋겠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