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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Dec 07. 2023

나의 든든한 뒷배가 희미해져 간다

브런치의 누군가의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부모의 생로병사 중 '로병사'를 함께 한다고 말이다.

엄마는 마음도 겉으로도 여린 사람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생활력도 강한 여성이기도 하다. 81세인 엄마는 당시 흔하지 않은 맞벌이를 하신 분이다. 지금도 자식들에게 1원 한 장 돈과 관련해서 손을 내미신 적도 없으시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항상 해결해 주셨고, 우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적이 없었다.

내가 엄마의 생활력을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것은 휴면계좌들을 정리할 때였다. 인터넷에서 한참 휴면계좌 정리 관련 기사를 보아서 내 것을 비롯하여 부모님 것도 모두 찾아보았었다. 두 번 놀랐는데 엄마의 휴면계좌가 꽤 많았다는 것과 거기서 30여만 원의 돈을 찾아냈었다. 그다음 놀란 것은 그에 비하면 아버지의 계좌는 정말 깨끗했다는 것..


그런 엄마가 이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나에게 묻고 의지하는 분야와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80세라는 나이의 분기점을 지나면서이다. 이번 이사를 하게 된 집을 찾을 때도 내가 나서서 이곳저곳 모시고 다녔고, 집계약과 집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집주인과 내가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 집 이사 전까지만 해도 집주인과의 연락은 부모님이 직접 하셨었는데, 이번 집 이사에는 나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부모의 나이 들어감을 바로 옆에서 본다는 것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뒷배경이라 여겼던 부분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낀다는 것이다. 다행히 두 분이 아직까지는 걷는데 지장이 없고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계시지 않아서 '병'은 실감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 가는 다가오겠지만 말이다.



- 대출금 상환을 마무리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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