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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Sep 04. 2022

《서울 웨더 스테이션(Seoul Weathe》전시 후기

우리 속의 우리 탈피하기

서울 웨더 스테이션(Seoul Weather Station)은 전 지구적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로 급변하고 있는 기후 환경을 예술적 상상력과 학제 간 협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전시다.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미디어 아트로 제시되는 <불 피우기(To Build a Frie)> 작품은 1902년에 발표된 잭 런던(Jack London)의 단편소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앞선 책에서는 런던의 혹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인간을 비추는 화자를 비튼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라는 말에 '우리'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인류는 '우리'라는 포괄적인 온도를 가지나 때로는 가장 차갑게 배타적인 단어로 인류만을 가리킬 때가 많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비인간(non-human)이자 생명의 경계에 있는 로봇(Spot, 이하 스팟)의 관점을 취한다. 그의 관점을 통해 시간의 축을 종횡하며 지구의 모습을 가리킨다.


작품의 내러티브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공룡이 멸종하기 이전 급격한 지구의 기후와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의 풍화로 큰 바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된 어느 돌의 시점의 창작 소설이다. 이렇게 사실-허구의 내러티브를 앞서 말한 스팟이 엮어낸다. 작품 속 로봇이 비추는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 바깥의 우리는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본 작품은 어느새 기후 변화에서 기후 위기가 되어버린 이 상황에서 인간 위주의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함을 피력한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란히 손을 잡고 인간 둘이 내게 무언가를 적고는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가 사라졌었던 일이 생각난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적은 것은 비바람에 지워진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왜 지금 갑자기 생각나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경원 & 전준호, <불 피우기>에서 발췌 -


작품 속 서사의 속도를 미루어 보아 위의 '무언가를 적'은 것은 인류 전체의 역사를 뜻할 것이다. 화자인 돌 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인간은 점토로, 나무로, 종이로, 기계 속으로 흘러갔다. 작품 속에서 쏟아지는 텍스트의 사운드는 그러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우리가 역사를 해석한다고 생각할 때까지는 삶이 무섭지 않지만 역사가 우리를 해석할 것이라는 순간 삶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주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서술자로 인해서 더 디스토피아적이었다.



영화와 예술 작품의 디스토피아적 연출은 바깥으로 나오면 그보다 나은 현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으나 최소한 기후에 관한 한 인류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홍수, 식량난, 전쟁, 금융 위기. 궁금하다. 우리 문명이 붕괴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우리는 남아 있을까. 그게 우리, 우리의 직계 자손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란 '창세'를 다시 해나가야 하는 운명이란. 수 천년을 발전시킨 문명이 모두 무용해지고 모순임을 느끼는 감정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원전 사고와 쓰나미, 지금 오고 있는 태풍을 '견디는' 인류를 바라보면 기후 위기는 심화될 것이며 '인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으로 이주하면, 방벽을 이렇게 두껍게 높게 쌓는다면, 이렇게 만에 하나도 대비하지만 인류 역사를 통해서 깨닫는 것은 자신을 시험하려는 인간의 논리를 가볍게 웃어버리는 자연의 섭리다.



단순히 재난을 줄일 생각에, 불안을 품으면서도 쉽게, 지금까지의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로 세운 계획의 우리 안에 갇혀서는 인류는 지구를 지배한 가장 고등하면서도 멍청한 존재로 사라질 것이다. 자연을 극복하려 시작된 계획(역사)을(를) 이제는 친밀한 관계로, 배려를 전제하는 관계로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류는 더 이상 빌어올 미래가 없기에.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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