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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있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대요. 돈을 벌겠대요."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욕망이 한 번 할퀴고 가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독을 빼는 데 시간이 걸려요."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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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에서 산꼭대기에서 나풀거리는 형상에 미혹된 어린 소년들이 공포에 질려 광기의 의식을 치를 때 "사실 저것은 단지 죽은 사람일 뿐이다"라고 외쳤던 소년은 죽임을 당했다.
철학자/종교인을 상징했던 소년이 제일 먼저 군중에게 죽임을 당했고, 지식인 소년은 군인 소년이 굴린 돌에 죽었다.
'진실불허'
반야심경에서는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다고 했지만, 진실을 구한다는 것이 죽음을 불사하는 투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기어코 그런 수고를 한다.
한강 작가가 세계인의 보편성을 그려낼 수 있었던 건, 줄곧 어둠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깊이 침잠해 진실을 구한 덕분이었다.
프로이트가 그랬고 라캉도 그랬다.
괴테가 그랬고 박경리가 그랬다.
타인의 얄팍한 오해에는 고집스레 반항하고, 진심으로 믿게 된 것에는 자신을 깨뜨리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을 깊이 이해하여 진실을 구하는 노력은 삶의 본질에 닿아 있었다.
인간의 배꼽 아래에서 뿜어내는 생명의 소리를 캐낸다면 그들의 언어와 닮았을 것이다.
뭇사람들의 영혼은 구질구질한 생활 속에서 그들이 찾아낸 시적인 순간에, 운다.
시(詩)는 고양된 자신과의 만남이라 했다.
시는 높은 차원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변화 없이, 단지 울고 말 것이라면
시는 필요 없을 거라고 했다.
고양된 나를 만나야
언어로 포획되지 않는 진실의 문을 열고
진정 타인을 만날 수 있다.
만남이 삶이다.
어떤 다짐도 소용없을 것이라 회의할 때도 많지만
당신이 울고 웃는 일상의 조각들이 별처럼 빛날 때
기꺼이 밤하늘이 되어 주리라,
어둡고 광활한 진실의 바다에서 시를 구하리라, 고
다짐하는 밤이었다.
값비싼 강의를 하나 등록했고
20권의 책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