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N페르소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반장 Nov 16. 2024

초콜릿과 돌, 나와 너

소통불가한 조직생활

상사는 관리, 지시, 통제를 중시해서
쉴 틈 없이 지시사항이 있다
조금 피곤하다거나 몰입할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숫자 하나, 글자 하나, 더 신속하지 않은 보고, 과자 부스러기 하나도 지적사항으로 돌아온다
타인을 믿지 않는 편이라 확인 사살을 여러 번 하고 점 하나를 찍어도 마무리는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
휴가를 가거나 출장을 갈 때도 마음이 무겁다

나는 개성, 화합, 주체성을 중시하고 기획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은 있지만 반복업무는 적성에 맞지 않은데 반해, 상사는 매분 매초 티끌 없이 완벽한 업무수행이라는 이미지를 선호하므로 내가 거슬릴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야간 근무와 잦은 외근에 지친 팀원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내가 사무실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보다는
매일 매끈한 화이트보드에 목록을 오류 없이 갱신하여 붙여 놓기를 바랄 것이다

나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기뻐하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지치는 날이면

이유 없이 친절하고, 베푸는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나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지만
당신이 순수하게 기뻐하는 순간을 사랑한다는
애정의 표현이다
당신은 나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나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마음이다

군대문화의 조직사회에서 이런 내가
별나고,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튀지 말고 조용히,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조언에 속앓이도 자주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내가 버텨온 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곳이자, 사람들이 숨기고 버리는 감정의 오물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어야 내가 몰랐던 면모들을 다시 보게 된다
비루하고 처참한 삶의 면모를 알아야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내가 원하는 건 혼란스러운 와중에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나의 힘이지,
안락한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느끼는 편안한 기분이 아니다

이토록 각박한 세상에서
친절하고 베풀고 자주 웃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은 누군가가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