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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Nov 08. 2022

완벽함의 추구와 자이가르닉 효과

쇼핑몰 운영자라면 꼭 알아야 할 20가지 심리법칙 19. 자이가르닉 효과

행동의 가치는 그 행동을 끝까지 이루는 데 있다.
- 칭기즈칸



잊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힘



최근에 뒤늦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하나 있다. 공감 가는 스토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간간히 등장하는 뼈 때리는 잠언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저녁시간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퇴근시간까지 참기에는 내 인내심의 한계가 너무 짧다. 이제 3회까지 봤는데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사무실이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볼 기회를 찾는다. 


사실 조금 더 일찍 본다고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전달되는 감동의 깊이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안달복달하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단순한 호기심인가, 지루함인가? 아님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인가?


소셜게임 <에브리타운>의 퀘스트 화면


PC나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퀘스트'에 대해 잘 알 것이다. 퀘스트는 게임 진행 중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을 뜻하는 데, 사용자는 퀘스트의 각 과제를 보며 "이것만 끝내야지"라며 집중하게 된다. 사실 퀘스트를 달성하다 보면 시간을 잊은 채 게임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퀘스트에 집중하는 것일까?



끝내지 않아 찝찝해, '자이가르닉 효과'


1927년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식당,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능숙한 웨이터는 따로 적지도 않고 밀려드는 주문을 오차 없이 처리한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손님 하나가 그에게 묻는다. “제가 아까 주문한 메뉴들을 기억하세요?” 그러자 웨이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웨이터는 그 손님의 주문뿐 아니라 다른 손님의 주문도 서빙이 끝난 후에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그는 서빙 중에만 주문 메뉴를 기억했던 것이다. 


이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그의 스승 ‘쿠르트 레빈’과 함께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기획한다. 우선 실험 참가자 164명을 A, B 두 집단으로 나눈 후, 간단한 과제를 주었다. A 집단은 과제를 진행할 때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고, B 집단은 과제를 하는 도중에 중단시키거나 다른 과제로 넘어가도록 했다. 실험을 하고 난 뒤, 자이가르닉 교수는 각각의 그룹에게 풀었던 과제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오히려 집중력 있게 하나의 과제만 풀었던 A 집단보다 중간에 간섭을 받았던 B집단의 참가자들이 2배 이상 과제를 더 잘 기억해냈다. 


재미있는 것은 B 집단이 기억해 낸 과제 중 68%는 중간에 그만둔 과제였고 끝까지 완료한 과제에 대해서는 단지 32%만 기억해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뭔가 끝맺지 못한 일들에 있을 때 사람들은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해 낸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어떤 일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기억에 오래 남고 이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한다. 우리가 '첫사랑'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나 틀린 시험문제를 더 오래 기억하는 것. 도착하지 않은 택배가 계속 신경 쓰이는 것도 이러한 자이가르닉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의 원인


인간은 생존을 위해 수많은 정보들을 처리해야 한다. 불행한 것은 뇌가 가진 처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새로운 정보를 플래시 메모리(단기 기억)에서 하드디스크(장기기억)로 옮기고 싶어 한다. 그래야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완료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단기기억에 남아 쉬고 싶은 뇌를 계속 자극한다. 자극 받은 뇌는 우리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불확실한 것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면 긴장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게이머들이 어떻게든 '퀘스트'를 완료하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마음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가 일어나는 또 다른 원인에 대해 심리학 박사인 페리 버핑 턴(Perry Buffington)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메시지보다 부정적인 메시지에 보다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끝까지 마무리한 일에는 큰 만족감을 느끼고 빨리 잊어버린다고 한다. 반면 완수하지 못한 일에는 지금까지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더해져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완료되지 못한 일을 쉽게 잊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제는 했지만 제품은 언제 오나?


최근 소비 트렌드로 '크라우드 펀딩'이 떠오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사업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이 '와디즈', '텀블벅', '카카오 메이커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투자받는 것을 의미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제품 수준의 상품 콘텐츠가 사용자들에게 제공된다. 상품의 제작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상품의 기획 내용과 제작 스토리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하게 공개한다. 더불어 투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알린다.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한 사람들은 '소비자'라기보다는 '사업 파트너'에 가깝다. 


오뚜기 크라우드펀딩 (출처: 텀블벅 홈페이지)


'오뚜기'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대체 수산물 제품 판매'에 도전한 바 있다. 식물성 원료 콩단백으로 만든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는 건강과 환경, 동물복지 등을 중시하는 제품으로 오뚜기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상품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목표금액 대비 2,247%의 투자금을 달성해 '대체육'에 관심 많은 젊은 층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비고 치킨&고수 만두’와 ‘코리안 비비큐 만두’ (출처 : 와디즈)


반면, CJ제일제당은 또 다른 크라우드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비비고 치킨&고수 만두’와 ‘코리안 비비큐 만두’를 판매하였다. 미국 프로농구팀 LA 레이커스 유니폼 콘셉트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한정 판매했는데 펀딩 마감일 오전까지 목표금액의 86배에 달하는 4,300만 원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최근 소비자들이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시하려는 제품이 내가 추구하는 취향과 가치에 부합한다면 오래 기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클라우드 펀딩은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펀딩을 통해 고객들의 소비성향과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고 안정적인 판매채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유통채널인 셈이다. 


둘째, '크라우드 펀딩'이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구매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선 투자, 후 상품 인수'라는 펀딩의 속성상 소비자들은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 고통이 되지 않게 펀딩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제작완료 전까지 고객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제품에 대한 개선사항을 청취할 수도 있고 제작과정 중 일어난 에피소드를 공유할 수도 있다. 더불어 추첨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한정판 굿즈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이를 통해 펀딩 제품은 고객들의 기억 속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만나지 못하는 연인을 자주 생각할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것처럼 오랜 기간 단기 기억속에 머물게 되는 제품은 그 매력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한 온라인 쇼핑몰 전략


1. 진행률 표시하기

출처 : 부킹닷컴, 핌키 상품 검색, 결제 시 진행률 표시


밥이나 음식이 다되기 전에 꼭 뚜껑을 열어보게 된다. 사람들은 일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알기를 원한다. 이는 현재 내가 어느 단계(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나머지 과정 모두를 빨리 완료하게 만들기도 한다. '진행률 표시'는 고객이 구매 과정 중에 자신이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다. 이는 결제 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게 하거니와 일단 완료되면 안도감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2. 장바구니 이탈 고객 대상 이메일/푸시 알림


이탈 고객 팝업 공지 (출처 : 29cm 홈페이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쇼핑몰을 떠난다. 회원 가입하다 떠날 수도 있고 검색 후 찾는 상품이 없을 때 쇼핑몰 창을 닫을 수도 있다. 또한 결제 시 오류로 이탈하거나 나중에 쇼핑하려고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대로 방치하면 쇼핑몰 담당자는 고객들을 버린 게 된다. 결제 완료까지 가지 못하고 쇼핑을 중단한 사람들은 '자이가르닉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 그 사람들 마음속에는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욕구가 남아 있다.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구매 독려를 위한 '알림 팝업'이나 '이메일', 'SMS' 등을 활용한다면 구매 포기자의 상당수를 구매자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알림을 보낼 때는 고객들이 원하는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것을 잊지 말자. 



3. 원페이지 결제

원페이지 결제 (출처 : 29cm, 러쉬 홈페이지)


결제 페이지로부터 고객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문 완료까지 하나의 페이지로 만드는 것이 좋다. '원페이지 결제'는 고객들에게 결제 과정을 짧게 느끼게 하고 한눈에 들어오게 만들어 안정감을 준다. 일단 주문을 시작하게 되면 자이가르닉 효과에 따라 고객은 결제 과정을 끝까지 추적하고 완성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때 쇼핑몰 운영자는 고객들이 어떤 부분에서 끝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명확하고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완료되지 않은 항목에 대한 숫자 알림

미완료 숫자 표시 (출처 : ASOS, 큐텐, 29cm 홈페이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읽지 않은 메일의 숫자는 해당 알림을 클릭하게 만든다.  특히 완성되지 않은 작업을 표시하는 '배지 숫자'는 사용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유발한다. 2002년 연구에 따르면 70%의 사람들은 읽지 않은 이메일에 6초 이내에 반응했다고 한다. 물론 소비자들 마다 경우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누구는 읽지 않은 1,000개의 메일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빨간 동그라미 안에 숫자는 고객으로 하여금 클릭을 유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임엔 틀림없다.   



5. 이벤트 메일 제목


뉴스레터를 보내거나 쇼핑몰 이벤트 메일을 발송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메일 제목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하여 '마침표를 찍는 제목의 메일' 대신 아래의 광고 카피와 같이 고객으로 하여금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싶게 만들면 효과적이다. 짧고, 불완전해 보이며, 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문장이 불완전해 보이도록 끝에 말줄임표를 사용한다면 이는 고객의 호기심을 증가시키고 나머지 내용을 알고 싶게 만든다. 


이메일 제목의 예

ㆍ 트윈 케이크가 답답한 나이라면…. 파우더만으로 불안한 나이라면….(화장품)

ㆍ 그곳에 가면…..(아파트)

ㆍ 오래오래 입고 싶어서….(세탁기)

ㆍ 뽑아 쓰기는 쉽지만….(자원절약 공익광고)   





자이가르닉 효과


"어떤 일을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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