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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Apr 18. 2020

제3자 효과와 총선

민주 사회에서 동료 시민을 인정한다는 것

언론학에는 제3자 효과 (Third-Person Effect) 이론이 존재한다.*  이론의  부분을 쉽게 말하면 “A매체의 선동에 나는 넘어가지 않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넘어갈 것이라는 믿음,” , 언론매체가 나에게 끼치는 효과는 과소평가하면서도 남에게 끼치는 효과는 과대평가하는 믿음과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 층의 사람들은 보수 언론이 연일 증명되지 않은 사안, 혹은 대놓고 거짓인 정보를 사실인  뿌려  , “나는 가짜 뉴스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다 속아 넘어갈 텐데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보수 층이 그런 뉴스를 보고  정권을    “저 사람들은 거짓 선동에 넘어간 바보들이구나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보수 층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언론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칭찬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파탄 낸 현 정권의 무능에 대해 사람들이 다 잊어버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을 테고 이번 선거 결과를 “코로나 덕에 민주당이 이득 봤네, 100만 원 준다니까 그냥 넘어갔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민주시민이라면 본인의 생각과 판단에만 도취되면 안 된다는 것을. 나아가 본인의 논리가 유일한 논리일 것이란 생각과 본인이 어떤 형태로든 남보다 낫거나 뛰어난 시민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동료 시민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자 시민임을 기억하고, 그들의 민주적 선택에 대한 인정과 신뢰를 지녀야 한다. 타인이 나보다 무식하거나, 선동에  넘어가거나, 현실을  모를 것이라는 믿음, , 3 효과에 빠져 버리는 것이야 말로 나보다   공동체와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의 객관성과 전문성이 지금처럼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보수층과 진보층은 상호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다수가  정권의 정책, 그리고  정권이 꿈꾸는 장기적 이상향과 정치-경제-사회 철학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신념과 선택이 북한이나 중국의 제도를 추종하기 때문이거나 “민주당도 싫지만 미통당을 찍을 수는 없었기에따위의 수동성 때문이 아닌 개인의 논리적 사고의 결과이자 합리적 판단에 기반을  적극적 결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진보층도 마찬가지다. 미통당을 지지하는 것도 무논리와 수동성이 아닌 그들의 논리와 상황적 맥락에 따른 합리적 선택일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들이 매번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가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른  무조건 독재와 비민주적 정치체제 하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기만 하는 자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오히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일관성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혹시 내가 자유시장과 정치적 자유를 외치면서 박정희를  괜찮았던 대통령으로 추억하지는 않는지. 세금을  내기 위해 아파트 명의를 바꾸고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며 동시에  확장된 복지와 인권보호를 외치고 있진 않은지. 자유 민주주의자가 멋진 이유는 그가 공정한 경쟁과 노력을 값지게 여기기 때문이고 사회 민주주의자가 멋진 이유는 높은 세금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에게 주어진 특권과 혜택이 나의 잘남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스펙트럼 내에 있는 모든 이들이 정치인들의 일관성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의 일관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보와 보수 모두 서로의 진심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 표현되든 간에 보수의 정치적 이상향은 독재가 아니다. 친일도 아니다. 부자만  사는 불평등 국가도 아니다. 표현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비칠 수도 있고 실제로 그것을 원하는 소수도 존재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보수층의 진심,  그들의 애국심과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사회에 대한 보수적 문제의식은 진보층이 함께 공유해야 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마찬가지로 진보층의 정치적 이상향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국가를 북한에게 통째로 넘기거나, 미국을 버리고 중국에게 들러붙는다거나 아무도 노력하지 않고 그저 국가가 주는 돈만 받고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표현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비칠  있지만 마찬가지로 이들의 진심,  이웃에 대한 사랑, 불평등과 같은 부정의에 대한 분노,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 평화로운 문제 해결 방식 등은 보수층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결국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섞어서 중도층의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진심을 인정한  지점에서 정치적 토론과 합리적 의사결정을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모두 1) 동료 시민을 깔보게 되는 3 효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2) 스스로의 논리를 세밀하게 정리하고 3) 사려 깊게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고찰하여 스스로의 논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Davidson, W. Phillips. 1983. "The Third-Person Effect in Communication." The Public Opinion Quarterly 47(1). pp.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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