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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Nov 21. 2021

장기하만큼 단단한 사람이 돼보겠습니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 중에서 이렇든 저렇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애정해 마지않는 뮤지션 장기하가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펴내고 한 말입니다. 인터뷰를 보고 오마이걸마냥 사알-짝 설렜던 게 나 또한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계기는 간단합니다. 더 나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돌아보면, 나를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을 미련할 만치로 꽁꽁 싸매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찌됐건 "암세포들도 나의 일부"라던 정신 나간 드라마 대사와는 달리 이 또한 나의 일부라면 이를 인정하고 털어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왔던 겁니다. 그러니 괴로울 수밖에!


최근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여기에서는 유미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온갖 세포들이 나옵니다. 이성세포, 감성세포, 상처 기록 세포, 불안 세포, 히스테리우스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특정 시기에 한 세포가 활약(?)하게 되면 그 세포가 본체의 정서를 지배하게 됩니다. 과거의 나였다면, 상처 기록 세포, 불안 세포, 히스테리우스가 돌아가며 대장 노릇을 하고 있지 않았을지, 상상만 해도 어질어질하네요.


솔직히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마주하고 파헤치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행위 자체는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 백신을 맞으면 며칠 몸살을 앓더라도 강해진다는 것이겠죠. 이를 제쳐두더라도 괴로운 것들을 글로 써내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위로받는  사실입니다.


"책(글)을 쓰는 건 나를 위로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좀 더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요. 써놓고 들여다보면서 얼마나 이게 내 행복에 도움이 되는가 생각도 하게 됐죠."


라는 장기하처럼 더욱더 단단한 사람이 돼보겠습니다.


이제 대놓고 따봉을 요구할 정도로 강해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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