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그렇습니다
해가 넘어가는 날을 맞아 간만에 본가에 들렀습니다. 본가에 가면 마치 의식처럼 환복을 하고 안마의자에 착석하게 됩니다. 15분 전신 안마를 세 타임 돌리면 아주 저렴한 극락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심지어 2021년 마지막 날에서 2022년 첫날이 바뀌던 순간에는 안마의자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잠깐 몸 좀 푼다는 게 까무룩 기절해버린 거죠. 안마의자는 그저 평화. 2021년 최고의 소비도르는 단연 안마의자입니다.
흥미로운 건, 안마의자로 전신 안마를 몇 차례 받고 나면 내 몸 중 최근 안 좋은 부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번엔 어깨 쪽이 뻐근하더니 이번에는 척추와 골반 사이가 안 좋더군요. 단순히 깊은 잠을 줄 뿐 아니라 상태 진단까지 해주다니.
삶에도 안마의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몇 달은 연장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연장 마셔서 그런지 침전된 시기를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수면으로 가라앉는 기분이랄까요.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제대로 수면을 못 취하는 날이 이어지다 보니 감정적으로 날이 선 게 느껴졌고요, 이를 의삭하다 보니 나의 예민함을 어떻게든 타인에게 감춰야 한다는 스트레스까지 만들어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등록한 헬스 덕에 최근에는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상황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까지... 는 모르겠고요, 익숙하지 않은 쇠질을 하다 보니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잠도 잘 오고 말이죠. 작심삼일은 아니겠죠.
그저 어깨나 척추와 골반 사이가 안 좋은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유행가처럼 인생은 회전목마처럼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내려오길 반복하겠죠.
그렇다면 마음속에 안마의자를 놓고 의식을 치르듯 이너피스를 찾아보겠습니다. 정신없이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 같은 삶이라도 타인에게는 좀 더 사뿐하게 보일 수 있게 말이죠.
2021년보다 이루고 싶은 게 많은 2022년입니다. 절실하더라도 예민하지 않게, 조급하더라도 사뿐하게 스텝을 밟아 보겠습니다. 물론, 안마의자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