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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Jul 24. 2022

토이, 유희열, 거짓말 같은 시간

장담컨대, 그의 걱정만큼 지난 추억이 모두 쉽게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 겁

"지난 추억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는 얘기는 평생 가슴에 흉터로 새기며 살아가겠다."


뮤지션 유희열이 표절 논란에 남긴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게 토이의 노래는 내 인생의 BGM이기도 합니다.


삶은 정리하며 20곡의 음악을 꼽아보자면 1~2곡은 무조건 포함된달까요,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했을 때도 추억에 대한 상실감이 이만큼 크진 않았습니다.


짝사랑을 한탄하며 듣던 <좋은 사람>, 지나치게 고심하며 선곡한 싸이월드 BGM <In your Face>, 여전히 발라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 <여전히 아름다운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청춘의 피날레를 알리는 것 같았던 <뜨거운 안녕>과 <안녕 스무살>, 친한 친구의 실연곡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다시 들어도 참 아름답고 잔인한 <세 사람>까지. 어느 누가 타인의 인생에 이리도 큰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요.


군대 휴가를 나와 짬이 날 때면 VOD 다시 보기로 몰아보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그 시절 나에게 유스케는 인디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거든요.


음악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없으니 이번 논란에 대해 무어라 말을 보태기 어렵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코멘트가 나올 상황이라 더 보탤 필요도 없겠죠. 정말 표절이 맞다면 그의 잘못이 분명 맞고요.


별개로 내게 그의 음악이 자동 재생되는 추억이 거짓말 같은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날씨가 하루종일 맑은 어느 날 그의 노래가 생각날 수 있겠죠. 누군가에게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들으면 씁쓸한 표정으로 좋은 사람을 흥얼거릴 수도요.


장담컨대, 그의 걱정만큼 지난 추억이 모두 쉽게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 형태가 흉터건 뭐던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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