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연하장 만들기
23년의 시작은 오랜 시간의 연수와 함께였답니다.
덜컥 '수석교사'가 되는 기회를 얻었고 수석교사가 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자격 연수'를 들어야 했지요. 숙박연수로 거의 한 달을 보냈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언제 23년이 지나갈지, 수석교사로 살아갈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지 않아서 두려움 반 기대 반의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12월 31일이네요.
새로운 시작에서 가졌던 기대와 흥분 그리고 두려움이 있었다면 마무리의 시간엔 조용한 성찰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성찰을 하고 계신가요? 저의 경우엔 얼마 전 '스쿨잼'에 마지막으로 원고를 보내고 업로드되었던 "몸을 낮추고 낮추고 낮추고"글을 통해 지금의 내 모습을 성찰하려고 했답니다.
'2024년은 ‘청룡의 해’라고 합니다. 오행 사상에서 청색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동쪽을 상징한다고 하고 특히 ‘청룡(靑龍)’의 ‘청(靑)’자는 땅을 뚫고 나온 새싹의 색을 뜻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로제트 식물들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푸르름을 잃어버리지 않고 견뎌내기를, 그래서 결국 어렵고 힘든 시기 동안 채워진 자신만의 생명 에너지로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존재가 되는 새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출처] [아이들과 생태교육] #6. 몸을 낮추고, 낮추고, 낮추고|작성자 스쿨잼
한국에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아이패드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사실 저에게 아이패드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주로 사용되었고 나름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 생각을 나만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이 자주 생겼고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 주어서 더 많이 그리게 되었네요. 더불어 저의 경우엔 칠판에 필기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서 저만의 작은 칠판에 어떤 생각이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답니다. 저에게 그림은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할 수 있는 매체라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년 새해가 되거나 명절이 되면 그림으로 그 시기를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고 올해도 그림으로 2024년을 표현해 보았답니다. 이번엔 아이패드가 아닌 칠판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는데 그 과정을 살짝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2024년은 '용'의 해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청룡의 해 라고 해서 더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용을 하나 그려야 하겠다고 말이죠. 사실 용은 2012년을 생각하며 그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 해에의 용은 '흑룡'이라고 해서 검은색을 바탕에 둔 용을 그렸죠. 그런데 막상 그리고 보니 동양의 용이 아닌 서양의 용 모습을 그린 것 같더군요.
(2012년을 생각하며 그렸던 흑룡 그림 / 스케치북 / 이경원 그림)
아마 이때 이런 용을 그렸던 이유는(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용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나온 용 모습을 참고해서 그리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엔 어떤 형태의 용을 그릴까 고민이 되었답니다. 서양용보다는 우리네 정서가 깃든 용을 그려보고 싶었으니까요.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물 / 이경원 찍음)
사진 위쪽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용이 보이시나요? 사진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찍히진 않아서 용 전체의 모습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얼굴부위는 비교적 알아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저만의 청룡그림을 이번엔 박물관에서 찍은 조각상 속의 용으로 정하고 그려보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칠판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칠판 그림이 가진 질감이 맘에 들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칠판에 직접 용을 그려야겠다 생각하고 그려보았지요.
최대한 사진 속에 보이는 용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보려 노력한 결과물이랍니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제가 나름 상상해서 표현했고 약간 민화 같은 느낌으로 그렸던 것 같습니다. 2024년이라는 글자와 청룡이라는 한자는 나중에 색을 칠할 생각으로 일단 비워두고 용을 칠하기 시작합니다.
색을 칠할 때 고민을 좀 했습니다. 다양한 색으로 용을 표현하고 특정 부위만 푸른색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를 푸른색으로 할지를 말이죠. 결론은 보시는 것과 같이 푸른색으로만 표현했지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청룡임을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면 이제 이 그림을 활용해서 주변에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한 작업을 합니다. 간단하게는 그림을 사진 찍어서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것이겠죠.
이렇게 세상 하나뿐인 저만의 용 그림을 다른 분들께 나누는 마음은 그 자체로 즐겁고 흥분됩니다. 누군가 제 용을 보고 새해엔 더 많은 희망과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게만 보내긴 아쉬워서 디지털로 작업을 조금 합니다.
위아래 약간의 여백을 두고 제가 하고픈 말을 써서 보내면 저만의 연하장이 완성되겠지요?
2024년 새해, 모두와 함께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며...
새해가 시작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왔고 앞으로 있게 되겠지요.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 저를 모르시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청룡의 기운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