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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세담 Aug 04. 2019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꿈꾸는 이유 (1)

'해외에서 한달살기'는 최근 대한민국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매우 핫한 주제다. 누구네는 어디로 한달살기를 갔다 왔다더라, 누구네는 지금 한달살기를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도 없고 정말 천국이라더라, 한 번만 다녀오려고 했는데 다녀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서 이번 방학때 또 간다더라... 등등 아이와 함께 해외에서 한달살기에 대한 여러 후기글과 이야기들이 온라인으로 또는 주변인으로부터 전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그와 관련된 기사나 여행사/유학원의 광고도 넘쳐나고 있다.


하긴 누군들 한달간 일도 하지않고 해외에서 이국적인 생활을 즐기며 여행하는 것을 싫어할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꿈꾸지만 한달이라는 시간을 해외에서 생활하려면 비용이 꽤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맞벌이의 경우 비용 외에도 한 달이라는 시간 자체를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먼저 봉착하게 된다. 어느 회사를 다니던 직장인들이 휴가를 한 달이나 가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도 육아휴직을 1년씩 쓰지 않던 시절에 혼자 육아휴직을 1년 쓰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것과 비슷하게 프랑스도 아닌 한국에서 한 달씩 휴가를 간다는 것은 아직은 낯설고 (거의) 불가능한 일인 듯하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한달살기를 하려면 휴직 또는 퇴직 밖에 방법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 해외에서 한달살기란 엄청난 투자이자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아이들과 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다녀오는 짧은 휴가 말고 내가 평소 살아보고 싶었던 멋진 곳에 가서 제대로 재충전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현지인처럼 생활하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싶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세상이 이렇게 넓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여 스스로 느끼게끔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Canada Vancouver, 스탠리 파크에서 바라보는 다운타운 (출처:Pixabay)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아이들과 한 달이 아니라 일 년 정도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밴쿠버는 내가 대학교 때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의 즐거운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꼭 나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 아니라도 밴쿠버는 매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3위 안에 들만큼 연중 날씨가 20~27도 사이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날씨에 미국과는 달리 총기에 대한 위험도 없고, Diversity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 문화 덕분에 외국인, 특히 동양인에 대해서도 친절한 편이라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에도 부담이 적은 곳이다.


요즘에는 밴쿠버에 중국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영어는 하나도 안 들고 중국어만 배워서 돌아왔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 비율이 높아진 점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수준 차이가 엄청난 미국과는 달리 기본 공립학교의 수준이 꽤 높은 편이라 굳이 사립학교를 보내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교육을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괜찮은 곳이라 생각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드는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캐나다 현지 공립학교를 보내는 비용과 큰 차이도 없을 듯하였다.


문제는 그 긴 기간을 휴직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교육비나 식비는 원래 드는 돈이라 치더라도 주거비용이나 차량 렌트비 등 해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필요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반해, 그 기간 동안 수입은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커진 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가족은 항상 함께 살아야 한다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려면 1년을 부부 모두 휴직을 하고 나가야 하는데 남편과 나 둘 다 1년을 휴직을 하자니 한국에 있는 집 관리도 걱정되고 두 사람 모두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현지에서 지출만 하게 되는 상황이 쉽지 않아 보였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을 스스로 자초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면 좋은 점만 가득한 1년이 되겠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그렇게 무리해서 1년을 다녀왔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비용이나 경력 측면에서 잃는 것이 더 클 것 같아 결국 캐나다 1년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참 계획을 하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 그렇게 허무하고 우울할 수가 없다었. 아... 정말 세상 우울하다...



'내가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꿈꾸는 이유 (2)'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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