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에서 엄마들이 극찬하던 국산 유기농 쿠기와 롤케이크가 사실은 코스트코에서 사 온 것을 재포장하여 판매한 거라는 게 드러나 엄마들의 분노를 자아낸 사건이 있었다. 애초에 애들에게 빵이나 쿠키를 안 먹이면 되지 않느냐는 원론적인 얘기는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어차피 먹게 될 거라면 그래도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사서 먹이고 싶은 게 엄마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악용하여 아이들 먹거리로 장난질을 치는 사례가 요즘 꽤 빈번하다. 나도 육아휴직 기간에는 맘 카페에서 육아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들을 얻곤 했다. 궁금한 건 많은데 아는 건 없고, 사야 할 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찾게 된 맘 카페는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영아기 때는 각종 육아용품에 대해서, 유아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옷, 신발, 장난감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해서 조금 더 자라기 시작하면 학습지, 조기 학습법, 영어 교재, 학원 등 온갖 정보들이 넘쳐났다. 그중에 많은 회원들이 극찬하는 아이템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꼭 해주고픈 마음이 들고, 그 아이템이 너무 비싸 사줄 수 없는 경우에는 내가 마치 아이에게 충분히 뭔가를 못해주는 건가 라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맘 카페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고, 회원 등급을 높여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카페에서 정한 회원 승격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이벤트에 응모하며 열심히 카페 활동을 했다.
그러다 복직하면서 맘 카페 들어갈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는데, 웬걸, 아이 키우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보니 맘 카페에 매달려 거기서 말하는 게 마치 전부인양 착각하고 협찬받은 물건에 대해 마치 실제 사용후기처럼 교묘하게 작성한 광고에 속아 넘어가곤 했던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복직하고 하루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휴직해서 항상 같이 있을 때 맘 카페에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하느라 쓴 시간에 차라리 우리 아이 자는 모습이라도 한 번 더 봐 둘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맘 카페나 블로그에서 필요한 정보만 찾아보되 절대 집착할 필요 없다. 필요한 fact (사실)에 대해서 확인차 정보 검색하는 수준으로만 활용하면 되지, 거기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사고 다 하려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육아휴직 후 복직하고 나면 한동안 정말 말 그대로 멘붕이다. 아침마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기 다반사고 그렇게 출근하고 나면 맘 편히 일에 집중이 될 리 만무하다. 몇 달 또는 1년 가까이 쉬고 복직한 회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낯설고 불편하다.
게다가 원래도 가급적 야근을 안 하기 위해 일하는 업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일했었는데, 복직 후에 그렇게 일하고 칼퇴근하면 누군가 꼭 한마디를 한다. "그래, 애엄마는 집에 일찍 일찍 가야지~"
애 엄마라 일찍 가는 거 아닌데, 내 할 일 제대로 열심히 다 해 놓고 가는 건데,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말에 분노할 필요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당신을 정말 걱정해서 한 말이라면 고맙다 생각하면 되고, 만약 당신을 깎아내리려고 한 말이라면 그런 걸로 상대방을 깎아내려야만 본인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 낳고 변했다."는 말은 정말 웃기는 말이다.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변하지, 아이를 낳고도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다. 아이가 있으니 더 열심히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퇴근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아이가 있으니 혹시라도 아이가 아프면 양해를 구하고 병원을 가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내 한 몸 내가 챙기면 계획대로 일할 수 있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 되었으니 변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의 사정을 회사가 다 이해해주고, 회사 사람들 모두가 양해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좋다. 일을 하고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게 되는 회사 구조상 모두가 이상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생활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어느 회사든 상대방을 깎아내리면서 본인이 돋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나 업무방식(이라고 쓰고 '퇴근시간'이라고 읽는다) 본인 맘에 안 든다고 업무 성과까지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주변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나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해해주고 격려해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상처 받거나 할 필요는 없다.
나의 삶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가 그 가치를 우선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나를 비난할 수 없다. 이제 점점 단순히 일하는 시간, 노동적 근면성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 그거야말로 시간을 초단위로 쪼개서 쓰는 우리 워킹맘들이 제일 잘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혹여 주변에 '애 엄마가~'라는 불필요한 말로 나를 기죽이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절대 주눅 들거나 속상해하지 말자.
사랑해서 결혼 한 내 남편, 나와 함께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울 내 남편, 그런데 내 마음을 참으로도 모르는 내 남편이다. 사실 나는 남편과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크게 싸운 기억이 없다.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 둘이 뭐 그리 싸울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아이를 낳고 나서야 나는 남편과 내가 엄청나게 다른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아이 유아용품 구매 조건부터, 육아 방식, 훈육 방식, 교육 방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참 달랐다. 아직 만 세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음식을 흘린다고 그걸 훈육을 해야 한다는 남편과, 위험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아직은 알려주고 보듬어 주는 게 맞지 무슨 훈육이냐 생각하는 나는 '과연 이게 지금 아이에게 훈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냐'를 놓고 참 많이 싸웠던 것 같다.
밖에 나갈 때마다 만약을 대비해 온갖 갈아입을 옷과 갖가지 간식을 다 챙겨서 한 가방 들고나가는 나는 그렇게까지 다 챙길 필요 없다, 정 필요하면 밖에서 사면된다는 남편이 절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이들이 7살 4살이 되자 유모차를 타지 않고도 나들이가 가능해졌는데, 혹시라도 피곤해할지 모르니 유모차를 챙겨가자는 나를 탈지 안탈 지도 모르는데 그 큰 짐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냐며 남편은 이해가 안 된다 하였다. 그러다 결국 유모차 없이 에버랜드에 갔다가 둘째가 잠들어 버려 30분을 넘게 둘째를 앉고 주차장까지 오느라 진땀을 뺀 이후로는 내 말대로 유모차를 늘 가지고 다니는 걸로 결론이 났지만, 사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편도 나도 아이를 처음 키우다 보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시간도 없고 피곤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서로 충분히 얘기 나누지 못해서 기대와 다른 상대방의 행동에 더 화가 났던 것 같다. 남편이든 누구든 내 맘 같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닌가. 남편이 내 맘 같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부모로서 함께 고민을 함께 결정해나가야 한다.
워킹맘들은 늘 마음이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워킹맘들에게는 맘카페, 회사의 호사가들에 휘둘리지 말고 남편을 남의 편이 아닌 내편으로 만들어 함께 육아하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이제 그런 불필요한 모든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고 우리 아이에게 더욱 집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