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없는 인생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사실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너무 감정적이거나,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글들이라 멈추기도 해야 했다. 감사하게도 자영업 3개월 차.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들어오고, 일을 한다니 정말 신기하다. 올해 초 퇴사를 했다. 아니 이미 제주도 내려오면서 나의 회사생활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고용자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떤 보상도 없었기에 퇴사를 해야 했고, 제주도에 내려와서 살겠다는 마음이 실패했다는 생각이 컸다. 서울에 올라가 회사 면접을 보고, 몇몇 곳에서는 일해보자 했는데 다시 서울로 어찌 올라가냐... 내가 어떻게 제주도에 내려왔는데 말이지. 이 모든 게 1월에 다 일어난 일이었다. 작은 회사니까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니까, 직원들 그래도 생각해줬으니까 라며 좋게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스란히 피해는 내게 온 것 같다. 역시 돈이 문제다. 역시나 그곳은 잘되고, 문화사업을 선두 하는 것 같고, 독보적이고 선 해 보인다. 하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으니. 잘됐으면 좋겠다. 애증이라 하지만 생각하고 있는 가치와 행보는 응원한다.
1월, 2월 기로에 섰다. 제주살이 마무리 다시 서울 등등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혼자 있기도 하고 다시 결정해야 했다. 나이도 있고, 그렇다고 내가 과연 자영업 할 수 있을까?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보니 제주에 남게 됐다. 그리고 호시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브랜드는 제주에서 사진이라는 소재로 많은 사람들을 잇고 싶은 바람이 있다. 공간을 만든다면 인화된 사진을 팔고, 필름 현상 스캔을 하고, 엽서를 팔고 싶다. 늘 말했던 계획. 그래서 지금 돈을 열심히 다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신다면 묻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과연 너는 하고 싶어서 카피해서 오픈하는지? 그저 소문이기만 바래요)
막상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미 제주도에는 많은 웨딩 스냅, 여행 스냅 즉, 사진작가님들이 많다. 각자의 재능과 색으로 오랜 시간을 이어온 앞선 선배들이 많이 있다. 당장 오픈을 했는데 예약이 들어오지 않는다. 엇 불안하다. 그때 종운이가 옆에서 말한다. "엄지야 오픈하면 뭐 그렇게 예약이 꽉 찰 줄 알아? 사려니 가서 명함을 돌리던가, 셀프 웨딩 찍는 사람 한테가서 샘플사진으로 찍는다고 말하든가 뭐든 해보자" 병준이가 말한다. "자영업은 가만히 있으면 끝이야"
초심을 잃을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출근을 꼭 해야 해서. 불안감에 종운이에게
"종운아 네 작업실에 9시까지 출근해도 돼?"라고 양해를 구했다. 종운이는 흔쾌히 수락했다.
종운이 집에는 병준이가 사는데 그런 병준이가 나를 보고 "엄지야 너는 여기 오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는 요리를 못하고, 귀찮아하고, 해먹 지를 않는다. 잘 챙겨 먹지 않는 편. 그래서 직장 생활할 때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었는데 자영업 하니 더 그렇지 못하다. 종운이가 순두부 찌개를 같이 먹자고 만들어 놓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밖에 나가게 됐다.
"엄지야 밥 꼭 먹어라"
귀찮았다.
근데 친구가 밥을 했는데 구경은 해야지 라며 부엌으로 갔는데
순두부찌개를 덜어놨다.
그만큼............. 내가 귀찮아하는 걸 알고... 밥 챙겨 먹으라고....
그 순두부찌개를 먹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아직도 생각나면 눈물이 나네
정말 잊지 못할 장면이다.
더 잘살려고 선택하고 내려왔는데 내가 선택했는데 왜 이런 꼴이지.
애써 지난 광고회사에서 선배들이 그건 아니라고 뜯어말릴 때
아니에요 괜찮을 겁니다 했던 순간들부터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후회는 나를 더 갉아먹는다. 하지만 그렇게 한번 터진 멘털의 끝...
굶어 죽어도 작년보단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악물고 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월, 3월 하나 둘 일이 들어오게 되고
그사이에 내가 쓴 책이 2권 나왔다.
참 인생 알 수 없어. 서울로 대학 가서 서울에서 회사생활하고,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애를 낳고 이렇게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다.
하루하루 바쁘고, 힘든데. 너무 행복하다.
돌이켜보면 제주도에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기회라 생각하고 왔는데 그 기회는 철저히 실패로 남겼다. 그래서 무너졌다. 또 반대로 이 모든 것을 이어나가게,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났다. 삶은 이렇게 양면적이고 아이러니하다. 2월 알 수 없는 터널을 조금은 빠져나와 봄을 보내고, 비수기라고 하는 여름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즐겁게 나아가고 있으니 하나하나 감사하고, 겸손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오늘 오는 손님 한분 한분 어떻게 찍을지, 어떻게 두 분의 무드를 담을지 고민하는 게 더 정신적인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언제까지 작년에 있었던 일들을 미워하고, 갇혀있는 건 네게 너무 에너지 소비이다.
1월 자영업 시작 전 서울을 잠시 다녀오는 길에 썼던 글
서울로 대학을 가고, 관제사가 꿈이었던 20대 초반의 시간. 이제는 맥주 한 캔 마시며 그땐 왜 그랬을까 웃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니. 생각해 보면 재수, 삼수, 취업 준비 때 시험이나 면접운은 왜 지지리도 없을까 원망했던 날들. 떨어진 자존감을 높이는데 마음먹기라고 하지만 내 마음이 불안하고, 당장 배고파 죽겠는데 자존감 끌어올리겠나 했던 때.
열심히 살면 계획하는 것만큼 될 줄 알았는데 인생은 그렇지 않더라.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었고, 계획이 틀어져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유연함이 필요했을지도.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일이 없으면 불안할 것 같아 하루하루 도전이라 느끼는 요즘. 30살이 될 때 앞자리 바뀐다고 센티했는데 크게 아무 일 일어나지 않고, 30대가 정말 좋다고 느끼는 요즘. 잊고 있던 20대 시절 덕분에 이만큼 왔다고 생각하기에 매 순간의 선택은 최선은 아니었어도 차선이었기를
돌이켜보면 호시절이라 생각했던 순간순간 페이지를 나중에 예쁘게 접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방학 끝. 35페이지 호시절을 향해.
인스타그램에 섰던 글
대부분 오시는 손님들의 첫마디가 언제 제주에 왔냐. 어떻게 제주에 정착하게 됐냐인데. 그러다 보니 제주에서 지내며 불합리하고, 호구 같았다는 모습이 이제야 스친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지 하며 병준에게 말하니. ‘덜 바빠서 다른 더 신경 쓸 여유도 있네!’라며 웃으며 말한다. 그래 덜 바쁜가 보다. 지나고 나서야 말하는, 상황에 조리 있게 말도 못 했던 왜 이렇게 바보였을까.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기엔 착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바보였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흘러갔네. 이런 생각은 나를 더 갉아먹는다 집어치우자. 더 바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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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기. 조급함보다는 한번 더 숨 고르기.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있지 말기. 주어진 상황에 늘 감사하기 그래서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사실 왜 하고, 왜 선택했냐는 물음에 몰러 어쩌다 보니 라고 답했는데, 마음이 건강해져서 생각해봐도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서라는 말로 예쁘게 포장하고 싶다가도 그렇게 답이 안 떨어지는 것도 있으니까. “바빠 보인다”라고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바쁘지 않을 때 들으면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정말 바쁘다. 바쁘다고 느끼는 정도는 일보다는 책을 읽을 시간이나, 글 쓸 시간이 없다는 점. 생각지 못하게 지인들의 일정을 까먹는다는 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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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다. 그전에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 그래서 잘하고 싶고, 그래서 조바심이 날지도 모른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내가 시간을 컨트롤 가능해서 좋은데, 그만큼 나를 더 관리하고, 다그쳐야 할지도.
바빠서 좋다고 말하고 아직도 침대 위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