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영호텔 촬영일기
여느 때와 같이 일 년에 반이 지나는 시점, 초여름이면 사춘기가 온다. 이상하게. 여전히 남들이 보기엔 제주도에서 자연을 즐기며, 매일 좋은 것만 보고, 노을을 올라갈 것 같지만. 또 어느 틈엔 서울을 올라가 면접을 보고, 앞으로를 고민하게 된 시점이다. 덩치와 다르게 세상 고민 다 안고 살아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내가 과연 사진을 좋아했나 라는 고민을 하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며 주말에 날씨 좋을 때 사진 찍는 게 그저 좋았던 나였는가 싶었을 무렵. 친한 친구의 집을 방문하니 친구의 고민은 오늘 애들 저녁을 뭐 먹일지, 코로나 확진 증가로 당장 내일 유치원부터 가지 않아 생활에 대한 고민이었다. 돌아보니 또래 친구들은 이제 전부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잘들 살아가고 있다. 이 시기에 하는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사진을 좋아하는가 하는 고민은 과연 이 나이 때에 맞는 고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고민은 사소하다. 편의점에 들어가 평소 먹던 것을 살지 1+1이 있을지, 선택장에게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긴박한 곳은 점심시간 서브웨이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요즘은 누구나 다 ‘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세상이다.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기록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서 특별하거나, 좋아요를 조금 더 받거나 등등 신상 카페를 가고, 지금 핫한 곳을 찾아가고 바쁘다 바빠. 색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가도 금세 지친다. 금세 지루해진다. 이게 다 생각만 많아고, 행동은 옮기지 않아서 인가.
이번 제주 부영호텔에서 진행한 여름 기록은 지금 나의 고민의 연장선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해외에 나가 지못하는 요즘. 남들에게 보이는 제주살이. 하지만 내겐 그저 살아가는 이 공간 제주도가 익숙해. 조금 더 새롭고, 낯설게 보고 싶었다. 부영호텔은 그런 공간으로 충분했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즐기며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만 곁에 두려고 했던 며칠이었다. 나무색으로 칠한 벽화에 미친 야자수 그림자, 타들어 갈 것 같던 햇볕에 닿던 시원한 물, 수영 후 먹는 치킨에 맥주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휴가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려고 하는 것도 휴가가 아닐까 싶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잘 찍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 돌아가는 물음 속에 머리가 질끈 다시 아파온다.
‘딱히 좋아하는 것’은 없지만, 싫어하는 것이 너무 명확하게 많아
좋아하는 것이 많다고 타인에게 늘 보일 수 있는 나의 성격
스스로 생각이 많아 스스로 피곤하게 하는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오랜동안 곁에 두고 나란히 걷고 싶다.
생각은 심플하게,
사진 앞에 지구력 이어 생겨라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