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세번째 책 출간 <제주는 잘 있습니다>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아주 사소한 긴 글
가까운 지인들은 알겠지만 그리 성격이 활발한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편도 아닌, 모나고 예민한, 제주를 좋아했지만 자연도, 바다도 좋아하지 않고, 사진을 좋아했지만 지금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지난 3년간 아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올라갈 거라고 늘 생각했고, 서울과 제주 어차피 타지 생활은 똑같기에 공간만 옮겼지 그다지 제주에 산다는 것이 마냥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주에 살아서 좋겠네’,’제주 살아서 좋지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곱씹어 보게 됐습니다.
며칠 전에 쓴 글이 있는데요
“제주에 산다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산다고, 부모님이 이해는 하냐는 어설픈 관심. 팔자 좋다고 부러워 말고, 질투도 말라 그 속에 가진 치열함과 무게감은 표현하지 못할 뿐 각자의 몫일 테니”
이 섬은 살아가기에 매우 치열하지만 또 여기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따뜻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했고, 이렇게 만나서 감사한 사람들도 있고, 웃고 울던 날들. 그리고 멀리서 응원해 주는 가족,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좋았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 <좋은 건 같이 봐요> 두 번째 책이 나오고 호흡이 너무 빠른 느낌이 들지만 지난 제주살이 하면서 느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보다 제주살이를 훨씬 오래 하고 있는 선배들 앞에 번데기 주름 잡듯 글을 쓴 것 같아 부끄럽지만 셋째가 나왔습니다.
자식도 셋이면 많은 건데.
아무튼 셋째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책입니다. 더는 없습니다. 이제 저의 호시절을 준비할예정입니다
출판사 서평
서울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나로 서기
섬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익숙해 편안하기까지 했던 도시 생활을 접고 하루아침에 도민이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꿈의 섬 제주라도 기존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하는데 쉬울 리 없다. 맥(도날드)세권, 스(타벅스)세권을 어떻게 포기하고, 언제나 어디로든 닿을 수 있었던 편리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저자가 처음 제주에 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주는 머무는 곳보다 잠깐 들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시간이 하나둘 쌓여가며, 빠름의 편리함 대신 느림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느림은 고요하고 꼼꼼해서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해본 적 없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남들이 보기엔 볼품없을, 거창하지도 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오늘은 어떻게 재밌게 보내지?’ 같은 것들. 하지만 막상 그 질문을 곱씹어 보면 그렇게 중요한 고민을 왜 평소엔 안 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사는 게 뭐 있나? 재밌고 편안하게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면 된다. 제대로 쉴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던 저자가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숨을 고른다. 그래야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는지보다
어떻게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도 가끔은 머뭇거렸고 힘이 들었다. 월세나 전세 개념이 익숙했던 저자는 제주에서 연세를 내는 삶에 익숙해져야 했고, 분리수거는 꼭 특정 요일을 지켜서 내야 했다. 아프기라도 하면 차를 끌고 최소 30분씩 달려 병원으로 향했고, 제주살이보다 처음으로 독립해 혼자가 된 1인 가구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렇게 힘겨운데도 계속해나갈 이유가 있는가? 그럴 가치가 있을까? 수많은 불안과 의심이 저자의 마음속에 싹트기도 했다. 두고 온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졌으며, 그들 또한 돌아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휘청일 때마다 제주에서 맺게 된 인연들이 저자를 격려했다. 고되기만 했던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또 1년이 되면서, 조금씩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실패하고 말았다는 우울감 대신, 해냈다는 성취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삶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엄지사진관이 사랑받는 이유
사람들에게 사랑을 건네기 때문
엄지사진관의 사진은 꾸준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아마 저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조금 더 잘 살아내려는 의지, 타인을 쉽게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선의,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보려는 노력, 눈앞에 닥친 위기를 마주하려는 용기. 그런 수많은 감정이 저자의 사진에서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좋은 것은 혼자 독식하고 나쁜 것은 어떻게든 널리 나누는 이기심이 만연해졌다. 좋은 걸 나누면 배가 되고, 나쁜 걸 나누면 반이 된다던 말은 다 옛말이 되었다. 그러나 그 옛말을 저자는 묵묵히 지켜낸다. 좋은 것은 어떻게든 타인에게 나누려 하고, 나쁜 것은 꿀꺽 삼킨다(얼른 소화되어 배설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우리는 엄지사진관의 사진에 따스함과 동시에 애틋함을 느낀다.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밖으로 내보낸 적 없던 저자의 목소리와 사람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시선이 함께 담겨 있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책이다. 이 책을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 온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그렇게 좋으면 제주에서 살아”
그래서 시작된 삶의 이야기
모두가 사랑하는 섬 제주의 모든 순간을 담다
시절을 기록하는 작가 엄지사진관
제주의 모든 순간을 당신에게 건네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섬, 그리하여 언제나 그리워하게 되는 섬 제주에 엄지사진관이 닿았다. 그러나 여행이 아닌 생활자로서 떠나지 않고 머물기로 했다. 엄지사진관은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사진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작가다.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시선을 따라가면 여행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제주의 일상과 구석구석에 닿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왜 제주를 애정하고, 언제고 닿고 싶어 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어진다.
일상은 여행 같고 여행은 일상 같다. 누군가가 여행으로 오는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에서의 삶은 유독 여행과 일상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일상과 여행 사이의 삶 속에서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