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줄 잡으소.
봄이 오면 꽃이 피듯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되뇌는 날들.
산에 들면 볼 수 있는 그 당연한 존재를
_ㅆ 과거형으로 쓰고 싶지는 않기에
오래도록 마음 한켠에 구겨놓고 주저한다.
그토록 당연한 일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러. 나.
더 생각하려 하지만
좀처럼 생각이 모이지 않는다.
조각조각 흩어진 기억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너는 인마... 내가 흰 산 꼭 데려간다'
지난가을 나를 울렸던 그 한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나누자. 정'
그 다정한 구호를 외치며 찡끗거리는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선생님은 무슨 선생님이냐 형님이라 불러'라고 말하던 지난겨울 고깃집의 냄새가 어제처럼 가깝다.
행님아!
이렇게 다정하게 자주 부를걸 그랬다.
말 많다고 타박 좀 덜하고.
담배 피운다고 구박 좀 덜하고.
매서운 눈으로 후배들의 등반을 지켜봐 주던 믿음직스러운 형님의 뒷모습이.
그 어깨를 바라보는 순간은 내내 따뜻했다.
그럴 때마다 참 든든했다고 좀 더 자주 말해줄걸 그랬다.
이렇게 후회하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형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야. 인마. 헛소리 말고 등반이나 해'
호통이 그리울 수도 있구나.
산화되어 무뎌진 바위날처럼
내 마음에 뭉근 시간이 찾아오면
그때는 꿈속에서라도 형님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한 줄로 엮인 서로를 돌아보며
단단히 매듭지어 오름짓을 할 테다.
형님의 한결같은 산사랑이 처음과 끝이었듯
나도 산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잡아본다.
때론 흔들리고 주저하는 날들이 오겠지만
그래도 걸어야겠다.
잡은 이 줄이 형님에게 쭉 이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