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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트라 May 20. 2020

화장품을 선택하는 무해하고 건강한 방법

화학제품은 무조건 나쁘다? vs  자연주의제품은 무조건 좋다?


코스메틱 덕후가 로션 하나로 살게된 계기






과거에 나는 엄청난
코덕 (코스메틱 덕후)이였다.



나는 어릴때부터 유난히 화장품과 향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미국에 계시는 고모께서 매년 한국에 오실 때마다 향이 매우 풍부하고 이국적인 바디로션과 샴푸 등을 한아름 사다주시곤 했는데- 하필이면 그 제품이 빅토리아 시크릿과 조르지오 알마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빅토리아 시크릿의 그 다양한 향기에 매료된 후로 나는 용돈을 모아 향수를 사기 시작했다.
그 명품 향수를 아까워 쓰진 못하고 베개 맡에, 가방에, 손수건에 조금씩 뿌려 매일 틈날 때마다 킁킁 거리며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향수의 입문으로 명품 화장품에 눈을 뜨게 되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모두가 쓰는 챕스틱을 거부하고, 용감하게 백화점으로 달려가 크리스챤디올 립밤을 산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펄 가득한 (일반인이 절대 쓸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립밤을 잘못 사서는 입술에는 바르지도 못하고 손등에만 겨우 바르며 만족했다.
그 조차도 좋다고 매일 교복 주머니 안 깊게 넣고 2년을 다녔다.(2년이면 이미 사용기한은 훌쩍 지났을텐데)
그것이 여고생인 나에겐 그야말로 소확행이었다.


그렇다, 나는 백화점 1층에 반짝반짝 진열되어있는 명품 화장품에 대한 동경이 굉장했다.
오죽하면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번 알바비의 80프로를 당당히 화장품으로 샀을까.
꽂혀있던 브랜드 특정 기능성 라인의 제품들을 사서 책장 하나를 비워서 열맞춰 진열해놓으면 쓰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곤 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을 결국 끝까지 못썼던 걸로 기억한다.)
한 때는 완전한 코덕, 심지어 코스메틱 블로그까지 운영했었던 코스메틱 덕후였다.




그러던 내가 환경 그리고 자연주의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뜻밖에도 요가 경전을 공부하면서였다.
물론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부턴 이전처럼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릴 일이 많이 없어 관심이 많이 사그라든 상태이기도 했다.

요가 경전에서 말하는 아힘사, 즉 비폭력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서 나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행동들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부터였다.

아마 나의 본격적인 친환경라이프의 시작은 여기에서 부터 일 것이다.
동물실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고, 동물 실험하지 않는 Cruelty Free 그리고 Vegan 인증을 받은 화장품만을 고집하다보니 이전처럼 화장품과 향수를 쓸 수 없었다. (대부분 향료는 EWG 위험등급이다.)

그리고 로션 하나와 오일 하나, 그리고 선크림 하나만을 남기고 화장품을 모두 정리했다.
세가지 화장품만으로도 충분했으며, 버린 화장품들은 아쉽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향에 대한 갈증이 났다.
결국 아로마테라피를 배워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연주의 화장품
Cruelty Free, Vegan 인증 제품을
구입하거나 만들어 사용하기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로부터 1:1 개인 수업을 받았다. 전반적인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이론과 내게 필요한 제품들을 아로마 오일과 자연유래 성분으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로마 테라피 (Aroma Therapy) : 향기가 나는 식물의 꽃, 열매, 잎, 줄기, 뿌리 등에서 추출한 휘발성정유 즉 에센셜 오일을 이용하여 몸과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 몸 안에 있는 자가 면역력을 증강 시켜주는 자연 치료법


아로마에센셜 오일을 포함한 자연유래성분으로 내가 직접 쓸 화장품들을 만들며 그간 내가 사용해 온 제품들의 성분들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아팠다.

일단 이름이 다 길고 어려워서 뭐가 뭔지 모를 뿐 더러 일일이 하나씩 찾아보니 몸에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거나 위험등급의 유해성분들이 꽤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 입이 떡 벌어지고야 말았다.
특히나 화장품에서 좋은 향을 내는 인공향료는 대부분 높은 위험등급 인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상에서 매일 쓰는 (샴푸, 바디워시,치약,화장품) 모든 제품들의 대부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유해물질 즉 경피독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도 알게됐다.
이렇게 안전하지 못한 것들을 오랫동안 의심없이 써왔다니.

큰 탈이 없었던 이유는 감사하게도 내가 크게 예민하지 않은 건강한 피부이기 때문이겠지.







아로마테라피를 접하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자연이 가진 어마어마한 에너지였다.
아로마테라피에서 쓰이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위험등급의 인공향료처럼 단순 향이 좋아서 좋은게 아닌, 자연이 만들어내는 물질들이 향기분자를 통해 체내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또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배출되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실 처음 아로마테라피를 접했을 때 내가 느꼈던 아로마 오일의 향은 기대보다 더 향기롭거나 좋지 않았다. 아마도 인공향료에 익숙해진 탓이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낯선 향들도 자주 접함에 따라 이내 익숙해지면서 좋아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아로마 테라피를 공부하면서 내가 원하는 향과 효능에 따라 만들어 쓸 수 있는 점은 이전보다 향을 훨씬 더 다채롭고 깊이있게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오히려 이제는 인공향료가 다량 함유된 제품을 접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두번째는 그간 써오던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들이 사실상 만드는 과정과 재료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직접 만들다보니 특정 화학 성분을 조금 더 가감함으로써 텍스쳐가 달라지고, 또 다른 기능성 제품으로 본다는 것에 당황했다.

물론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그 경험으로 인해 수많은 화장품을 미련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3년째 여전히 로션과 오일 하나, 겨울철엔 크림 하나를 더하며 지내고 있지만 화장품에 수많은 소비를 하고, 여러겹 레이어링하며 화장품을 공들여 바르던 3년 전과 (심지어 더 어렸다!) 지금의 피부 컨디션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족함 또한 느끼지 않는다.

변화가 있다면, 피부컨디션이 일정해졌다는 것인데
생리 전에 존재감 확실하게 올라오던 뾰루지도 잠잠해졌고, 겨울철이면 무엇을 발라도 찢어질 듯한 건조함 또한 느낄 수 없다.



바쁜 와중에 언제 그걸 다 만들어 써?


처음엔 샴푸와 로션,세럼,크림,여성청결제까지도 만들어썼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매번 그렇게 모든 제품을 만들어 쓴다는 것은 여간 쉬운게 아니었다.
특히나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운 것들은 (대개 점도가 있는 크림이나 로션같은 제형) 만들기가 다소 번거롭고 까다롭다.

반년정도 열심히 만들어 쓰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환경을 생각하는, 성분도 좋은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지금은 직접 만들기 번거롭거나 만족도가 낮은 것들은 좋은 제품을 찾아서 사용하는 편이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깊어지면서 화장품 용기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일단 만들어쓰는 오일의 경우는 다 사용후 용기를 재사용을 하고 있고,   가급적이면 플라스틱이 아닌 것, 혹 플라스틱이라면  재활용이 안되는 유색용기에 담긴 것은 피하려고 한다.




한동안 종이스파우트에 담긴 맞춤 화장품을 정기구독하여 사용해왔다. (기후변화와 개개인 피부 컨디션을 고려하여 만들어져 받아볼 수 있다)
매 달 기후데이터에 따라 바뀌는 성분이 간혹 피부에 맞지않아 피부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일도 종종있어서 장기구독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하지 않는 점이 굉장히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렇게 친환경 용기에 담긴 안전한 성분의 화장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가급적이면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큰 영향없이 안전하더라도 자연, 그리고 인간보다 작은 생물체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좋다, 화학성분은 나쁘다 라고 맹목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에 이 제품이 내게 오기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내게 왔는지, 그 과정에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고, 또 자연성분의 제품들을 사용 시에는 내게 적합한지 스스로의 몸상태를 체크해보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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