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약을 먹고 일찍 누웠다. 전기장판도 켰고 옷도 따뜻하게 입었고 이불도 덮었고 이대로 자면 꽤 오래 잘 수 있겠다. 감기도 뚝딱 낫겠지. 하며 잠을 청했다. 잠이란 언제나 그렇듯 언제인지 모르게 찾아온다.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 모를만한 꿈속을 헤매다. 잠에서 깼다. 아직 창밖은 어둡고 차가운 공기가 머리 위를 맴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그런데 몸 상태를 보아하니 아직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이불을 살며시 들춰내고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다.
몇 시지? 핸드폰을 켜려다 멈칫한다. 지금 몇 시쯤 되었을까? 출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아닐까? 몸이 안 좋은데 더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더 못 자면 더 아플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제발.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길. 다시 잘 수 있는 시간이 많길. 핸드폰 앞면을 두 번 두드린다.
AM 4:22
4시라니... 5시는 바라지도 않았고 6시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4시라니. 아직 3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 22분이 지나긴 했지만 무슨 상관이랴. 그냥 4시인걸.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이불을 목까지 올리고 미소를 머금고 잠을 청한다. 몸을 이불에 파묻으며 새벽 기운을 더욱 느낀다. 4시라니. 잠을 자는 도중에 깬 것이 억울하거나 화나지 않다. 그냥 더 잘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다시 자자.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상관없다. 어떤 꿈이든 오라. 나는 4시에 다시 잠이 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