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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Nov 03. 2024

행복도

매일 마다 일기를 쓰고 있다. 중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썼으니 600일이 넘어가고 있다. 하루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짧게 한 줄로 마무리할 때도 있는 일기다. 그런 일기를 노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적고 있다. 이것저것 배워가면서 일기를 꾸미고 있는데 일기 한쪽에 '행복도'라는 칸을 만들어 놓았다. 1부터 100까지 오늘 하루의 행복감을 표시하는 곳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얼마나 오늘 행복했는지 복기해 본다.

그런데 한 번도 행복도는 100이었던 적이 없다. 대부분 50~70을 오간다. 80일 때도 극소수다. 행복한 일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행복에 대해 너무 인색한 것일까. 오늘 마셨던 맛있는 주스. 좋아진 하늘. 집에서 건강히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모든 것이 행복한 것 투성인데 왜 내 일기장의 행복도는 이리도 낮은 것일까. 

혹시 90이나 100으로 하루를 정리하면 너무 만 족 한 건 아닌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큰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만 감사와 행복을 같이 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돌이켜보니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나에게 참으로 인색하고 엄격했다. 매번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비난과 저주를 쏟아냈다. 내 만족과 행복의 수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은 아닌지. 아니 애초에 행복을 정의해놓지 않은 것은 아닌지. 깊어지는 이 밤에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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