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3개월은 안됐지만 거의 3개월 만이다. 원래는 번역 작업 중에 틈틈이 글도 쓰고 책도 보려고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정해진 작업량을 해내는 데만 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니까.
나는 나 하나만 챙기면 되는 처지가 아니니, 어찌 보면 처음부터 욕심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삼켜버렸고,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갔고, 학원을 안 갔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나는 계속 작업을 해야 했다. 제 아무리 코로나라고 해도 마감일을 미룰 순 없을 테니.
이번 번역 작업은 2월 초에 시작했다. 그때 2월에 휴교령이 내려졌을 때는, 염치없지만 시댁에 일주일 우리 엄마한테 이주일 이렇게 애들을 맡기고 작업을 하다 보면 2월이 무사히 지나고 3월엔 학교에 가겠지 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5월을 바라보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작업 기간은 3개월. 2월 초에 시작했으니까 5월 초에 마감이다. 그동안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차곡차곡 잘 작업해냈다. 이쯤 되면 마무리 단계니까 좀 여유가 생기겠지 했는데 더 목이 조여 온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엄마의 도움도, 시댁의 도움도 감사하고 좋지만, 또 어찌 생각해보면 차라리 긴급 돌봄을 보내는 게 속 편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긴급 돌봄에 보내는 직장맘들이 보면 행복한 소리 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눈물을 삼키고 아이를 들여보내는 그 마음을 나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냥 나랑 우리 애들이 조금 불편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여러 가지로 눈치 보지 않아도 될 텐데.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심장이 쿵 내려앉을 일도 없을 텐데. 허탈한 마음을 고마움으로 덮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텐데.
이번 주부터 초등 저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당연히 학교 등교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교육 공백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아이의 온라인 수업과 텔레비전 수업을 봐주면서 내 일까지 하려니까 정말이지 힘이 많이 든다. 하나라도 누가 좀 봐주면 작업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참 여의치가 않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냥, 전부 내 선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야 맞는 것 같다. 그래야 기대하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다. 또 그래야 좌절하지 않는다.
2주가량 남은 작업 기간. 어찌어찌해서 결국 마감일 잘 맞춰서 끝내긴 할 것 같다. 그런데 많이 힘들 것 같다. 나도 우리 애들도.
이번 번역 작업처럼 힘든 작업이 앞으로 또 있을까? 없을 것 같다. 더 큰 재앙이 닥치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