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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Kwon Sep 06. 2022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동물농장

소설 동물농장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

어느 날 밤 돌풍이 너무도 세게 불어서 농장 건물 바닥이 들썩거릴 정도로 흔들리고, 헛간 지붕의 기왓장이 몇 장 날아가 버렸다. 헛간에 있는 티비에서 슈퍼 태풍이 올라오고 있고 오늘 밤부터 아침까지 태풍이 동물농장 위를 지나갈 것이라고 했다. 동물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전혀 잠을 자지 못했고 닭들은 큰 소리로 꼬끼오 하고 울부짖었다. 나폴레옹은 이것은 최근의 가뭄을 해결할 아주 좋은 기회이며 태풍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몇몇 돼지들은 지구 온도가 뜨거워지고 있어서 세계 각국의 농장에서 생산량을 줄이고 협력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가뭄이나 홍수 같은 기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불안해진 동물들은 앞으로 우리 농장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동물들 각자가 노력해야 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창 밖 너머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농장 밖으로 나가보니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다. 지난 밤 내린 비로 지하에 있던 마차를 밖으로 빼내려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물에 잠겨 죽은 말 두 마리 이외에 나무도 많이 쓰러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풍차도 아무 피해가 없이 튼튼하게 서 있었다. 나폴레옹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 보시오 동무들. 인간들은 태풍이 온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 동물농장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소. 오히려 지난 밤에 내린 비로 가뭄 문제가 해결되었고 올해는 옥수수 생산량이 늘 것이오. 최근 동물농장 내의 여러 문제로 모든 식료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그것은 기후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우리는 식료품 가격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오."




그러더니 나폴레옹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가느다란 눈을 반짝이며 돼지들을 째려보았다. 나폴레옹은 돌아서서 몇 걸음 가다가, 잠시 멈춰 서서 엄숙하게 몇 마디 덧붙였다.




"일부 동물들 사이에서 이것이 지구 온난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지구 온난화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오. 게다가 우리 동물농장이 현재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오? 경제가 침체되어 있소. 같잖은 기후 문제는 넣어두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경제성장률을 두 자리수로 올릴지 생각해야 하오. 여전히 우리는 성장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동물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오. 혹시나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난 소비자 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는지 잊지 마시오. 게다가 북쪽 시베리아 농장에서는 옆 농장을 자신들에게 주지 않으면 올 겨울 땔감을 더 이상 팔지 않는다고 하오. 세상은 이렇게 무섭게 돌아가고 있소. 우리는 경제력을 키워서 시베리아 농장의 위협에 맞서야 하오."




복서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들은 알고 있어요. 매년 여름이 더 더워지고 폭우가 내리는 날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게다가 올해는 가뭄으로 땅이 쩍쩍 갈라져서 저쪽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가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전과는 뭔가 달라지고 있다구요. 다들 느끼고 있어요. 어젯밤 뉴스에서는 이 모든 일들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구요."




스퀼러가 나서서 복서의 말에 반박했다.




"동무들! 걱정 마시오. 지구 온도가 2도 오르기 전에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오. 물론 기후가 변화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오. 옥수수 가격이 50% 인상을 앞두고 있단 말이오. 이런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동물농장의 모든 동물들을 위한 것이오."




그 말을 들은 복서는 갸우뚱했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를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이 싫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는 돼지들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요! 문제는 경제요. 우리는 생산량을 더 늘려서 경제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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