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14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여름휴가는 자의든 타의든 보통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중복즈음에 몰리는데, 시원한 곳으로 옮겨 더위를 피한다는 뜻인 피서避暑라는 말 그대로, 산이든, 바다든, 강이든, 계곡이든, 일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진화하기 전의 인류에게 생존자체였던 삶은 야영野營이었다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은신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날것 그대로의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 현대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감각과 마주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겪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다.
천성이 느린 우리는 별장만큼 거창하거나, 캠핑만큼 복잡하지도 않은, 산책정도의 가벼움으로 여행하길 좋아한다. 야영野營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으니 충분히 즐기지 못할 테지만, 도심에서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었던 자연, 새벽안개, 까만 밤, 빗소리, 바람소리, 귀뚜라미소리 등등의 자연스러운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활동성이 강한 유전인자를 타고난 사람들의 조상은 산을 오르내리거나, 초원을 횡단하며 살아간 유목민이 아니었을까? 양들의 먹이를 찾다가 초목을 만나면 빛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는 길목, 펼쳐진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곳에 한동안 머무를 천막을 짓었을 테지. 아무리 사소한 건축일지라도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아내 "위협적이었던 자연이 찾아가는 장소가 되었다는 건, 일상이 자연과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일 거야."
남편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텐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현대의 산물이겠지. 실제로 유목민들에게 유용했던 말이 이제는 자동차가 된 것처럼..."
현대 도시생활에서 불가능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야영避暑의 즐거움은 일상에서 가장 먼 곳,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텐트를 치고 걷는 일이 아닐까? 그러기에 여름뿐만 아니라 한겨울에도 야영지를 찾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은 현대 도시생활의 바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