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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미 Mar 20. 2022

간호 편입생 실습 일기 - 아동간호학(조혈모세포 이식)

3학년 2학기 병원 실습 일기, 8주의 임상 실습 대장정의 이야기

이전에도 한번 언급했듯이, 나는 여성 간호 실습과 아동간호 실습을 제일 기대하고 있었다. 아동간호 실습도,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병원 실습은 원래 총인원의 반의 반 밖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머지는 교내 실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었다. 나는 무조건 병원 실습을 나가고 싶어서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병원 실습 선착순 폼이 열리자마자 신청을 했고, 다행히 성공을 한 덕에 1주일은 아동병원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실습으로 이번 한 해 동안 경남 지역의 메인 대학 병원은 거의 다 경험하게 되었는데, 나는 병원 임상 나가는 거 만으로도 감사했다. 어쩌면 이것이 자대 병원 없는 간호대의 현실이자, 또 반대로 좋게 생각하면 자대 병원이 없기 때문에 여러 지역의 대학병원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었다는 것-! 결론적으로 몸은 힘들고, 잘 곳 마련에 매번 머리가 지끈거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병원 실습이 교내 실습보다 좋고, 여러 병원 다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실습이 이때까지의 실습들 중에 정말 가-장 많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병동이었다. 아동간호 시습 나가기 전의 엄마의 팁은, '보호자들에게 눈에 미운털로 찍히지 마라'였다. 그리고 그 말은 실습 나가기도 전에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다른 동기들은 아이들을 다룰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 나는 오히려 반대로 실습 전부터 아이들 다룰 걱정보다 보호자를 대할 걱정이 더 앞섰던 거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기도 했고,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도 했기 때문에 걱정이 비교적 덜 되었지만, 아픈 아이를 케어하는 보호자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모 아니면 도라서....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동 실습하면서 열 올랐던 순간들을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다 보호자들로 인한 열불들이긴 했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너무 이쁘고 또 이뻐서 행복했던 실습 기간이었다.ㅎㅎ


내가 아동간호 실습을 하게 될 병동은 아동 종합병동이자 조혈모세포 이식 병동이 주라는 사실을 실습 사전 공지로 알고 있긴 했지만, 워낙에 긴 이름으로 괜히 복잡할 거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 그곳의 첫인상이었다. 와서 보니 이 병동은 백혈병 병동이라고 불릴 만큼 혈액 암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였고, 그리고 소수의 비뇨기계, 내과계, 신경계 아이들이 입원해 있기에 종합병동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 곳이었다.


백혈병 아가들이 많은 만큼, 위생과 소독에 굉장히 철저한 병동이었고, 격리 병상도 많았으며, 다양한 시술도 관찰할 수 있었고, 조혈모세포실 내부도 보호장구 풀로 착용하고 들어가서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실습 기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골수 검사하는 아가들을 지켜보고 자세 잡는 거 보조할 일이 많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던지.. 사실 굉장히 구체적인 과정과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을 나만 보는 일기장에 글로 생생하게 표현해두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어느 누가 나의 글을 보게 될지 몰라 공개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마음에 고이 내 일기장에 넣어두련다...


실습생들의 주 업무는 역시나 바이탈(혈압, 체온, 심박수) 측정이다. 근데 아동병동에서 바이탈 재는 것은 성인들을 측정하는 것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아가들 바이탈 측정하러 들어가면 일단 근무복 입고 들어오는 사람만 보고도 반사적으로 으앙! 하고 자지러지기 때문에, 실습생들 대부분이 아가들의 반응에 쩔쩔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들이 대다수였다. 보호자들은 협조하거나 그냥 될 대로 되라거나 두 분류로 현저히 나뉘기 때문에 다른 실습생들은 아동 실습 너어어무 어렵고 제일 힘들다고 말하던데, 나는 그 조차도 마냥 좋았다는 사실..ㅎㅎ 아가들은 웃든 울든 그냥 귀엽고 이쁨.ㅠㅠ 바이탈 측정하러 들어가서나 액팅 선생님들 따라다니다가 아가들이랑 눈만 마주쳐도 나를 빤-히 보는 초롱한 눈망울에 마냥 이뻐서 눈물 나겠다 싶었을 정도로.


수쌤이 실습 시작 전 OT 때, '겨우 일주일 실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너네 실습 끝날 즘에 분명 눈에 밟히는 아가들이 있을 거니까 얻을 거 열심히들 얻어서 가라.'라는 말을 하셨다. 그 당시에는 엥... 겨우 일주일 실습으로 눈에 밟히는 아가들이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진짜 실습 마지막 날에 눈에 밟히는 아가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ㅠㅠ 그중에서 몇몇 기억나는 아가들과의 해프닝들을 기록해보련당..ㅎㅎ


*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가들은 대부분 장기입원 아가들로 병원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들어오는 새로운 사람들 (의사, 간호사, 실습생, 그냥 사람)을 반기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ㅎㅎ 병원에만 오래 있어서 심심해서인지, 새로운 얼굴을 보고도 낯도 안 가리고 씩 웃고, 조금 큰 친구들은 말도 걸고 하는데 정말 너무너무 귀엽다.ㅠㅠ 물론 새로운 사람들 보면 난리 발광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마음만 아프지, 나는 딱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던 거 같다. 내 실습 기간 전에 동기 언니가 같은 병동에 실습을 먼저 나갔었는데, 그때 언니가 얘기해 준 썰도 너무 마음 아프면서도 동시에 귀여웠다(시도 때도 없이 이런 대면되는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병동). 대체로 항암 하고 있는 아이들이라 다들 머리가 없다. 한 꼬마 아가씨가 머리가 없는 게 서러웠는지 계속 머리카락 이야기를 하다가, 동물 사진을 하나하나 차례로 보다가 오징어 사진을 빤히 보더니, 오징어 다리를 보며 '너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좋겠다..'라고 했다며ㅠㅠ 너무너무 귀여운 발상에 심장이 녹아내리는데, 동시에 마음도 아프다는... 아동 병동이어서 그런지, 내가 그냥 아이들을 향해 마음이 더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마음 아프다는 표현을 속으로 자주 내뱉었고, 그럴 때마다 동정심을 갖기보다는 이 아이들의 건강과 보호자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기도로 응원을 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하며, 속으로 참 많은 기도를 내뱉는 시간이었다.


* 비뇨기계 쪽으로 입원한 아가들은 대체로 신우염에 걸린 굉장히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제일 어린 아가가 80일 정도 되는 작은 아가였는데, 정말 너어어어어무 이뻐서 진짜 눈이 안때지던...ㅠㅠ 또 같은 질환으로 8개월짜리 남자 아가도 있었는데 이 친구도 진짜 너무너무 귀여웠다.ㅎㅎ 이름도 너무 이쁜 아기고, 이 아가는 신장에 고름이 꽉 차서 등 쪽으로 관도 꼽고 있었는데 너무너무 순하고 눈만 마주치면 배시시 웃고 하루 종일 꼬물딱 꼼지락 침대 난간 붙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데 너무너무 이뻤다... 어머님도 굉장히 차분하시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셔서 실습 막바지에는 어머님이랑도 장난치고 얘기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ㅎㅎ


* 내가 케이스로 잡았던 신우염 4살 여자 아가도 있었는데, 이 아이도 세상 이뻤다. 실습 기간 동안 케이스 때문에 자주 들락거리면서 정이 들었던 아가였다. 그렇게 케이스는 다 마무리하고 실습 마지막 날에 갑자기 대낮부터 하루 종일 열나길래 계속해서 follow up 한다고 30분마다 체온 측정하고 약 먹고 또 재고를 진짜 그날 10번은 넘게 왔다 갔다 했는데, 나도 하도 들락날락해서 미안해질 지경...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너무 미안해서 "00아 이모는 00이 자주 보니까 너무 좋은데, 00 이는 어때?ㅠ" 하면서 또다시 한번 체온 재는데 갑자기 나 빤히 보고 웃으면서 너무나도 예쁜 목소리로 "좋아요~"란다ㅠㅠㅠㅠ 진짜 이날 심장 소멸될 뻔..ㅠㅠㅠㅠ 어떻게 하루에 열몇 번씩 들락날락하면서 체온 잰다고 옷 들추고 거치적거리게 하는데 좋다고 할 수 있니 아가...ㅠㅠ 너무 감동이고 고마워서 잊을 수 없는 순간...


* 백혈병 5살 남아가 있었는데, 성장지연도 있어서 3살짜리 보다 몸집 작은 아이가 있었다.. 이 친구도 너무 귀여웠다..ㅠㅠ 그 병동에서 제일 오래된 친구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없고, 바이탈 재러 들어가도 한번 스윽- 쳐다만 보고 그러려니 자기 하던 일하는 아이. 이 친구 바이탈 재러 커튼 밖에서 말로 '똑똑~'하고 들어가면 내 얼굴 보자마자 SPO2(산소포화도) 측정하라고 오른쪽 꼬물이 손가락 이미 하나 뾱- 내밀고 준비하고 있고 왼쪽 겨드랑이는 체온 재라고 오픈하고 대기 타고 있는데 진짜 세상 귀여워ㅠㅠㅠㅠ


* 실습 마지막 날에 34개월 여자 아가가 항암 하러 새로 입원해서 들어왔다. 너무 쪼꼬미 하고 찐 애기였던 아이. 마지막 날 때쯤 되니 바이탈은 그냥 눈 감고도 기계처럼 할 수 있기에 그 아이가 있는 병상으로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로봇처럼 "똑똑 혈압 잴게요~" 하고 들어갔는데 보호자가 없길래... 음 이 애기 혼자 할 수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보호자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찰나에 그 아기가 나를 툭툭 치더니 "네 하세요~"라고 대답해서 진짜 깜짝 놀랐다ㅋㅋㅋ 설마 하며 '이모 혈압 재도 돼??' 다시 한번 물으니까 "네~"라고 또랑또랑하게 대답해서 너무 이쁘고 신기하고 놀랐다! 혈압도 spo2도 체온도 엄마 없이 너무 의젓하고 씩씩하게 재고 "고마워~" 하고 가려니까 "선생님 다했어요~? 감사합니다."란다...ㅠㅠ 진짜 너무 말 잘하고 의젓하고 겁도 없이 잘해서 진짜 너무 놀람! 너무너무 이뻤다... 이 아이를 마주하게 된 날이 실습 마지막 날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ㅎㅎ


이렇게 돌아보니, 역시나 나는 아가들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은듯하다. 뭔가 새롭고 신선한 감정, 날것의 감정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굉장히 알차고 풍성했던 실습 기간으로 제일 뜻깊은 기억으로 마음에 남을듯하다. 세상 모든 아가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렇게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으로 기억하며,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8주의 실습을 모두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알차고, 가장 열심히 살았고, 가장 허덕였고, 가장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래서 가장 뿌듯하고 스스로가 기특한 한 학기였다.


바쁜 가운데 나는 불안하기도, 외롭기도, 두렵기도, 사소한 걸로 숨이 턱 막히기도 하고, 좌절스러운 순간들도 제법 여러 번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 잠깐씩 힘들어 헀을뿐, 간호의 길을 걷는 나의 확신이 흔들리지 않음에 신기하고 감사했다. 앞으로 졸업 때까지도 분명 계속해서 이런 어려운 순간들이 나를 덮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예상이 되지만, 지금까지 해온 거처럼 다 때에 맞춰서 잘 풀어주시는 그분의 은혜를 믿으며 남은 길도 let Your will be done을 고백하며 당차게 걸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 이제 4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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