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학사 편입생 출신 간호사의 고군분투 엔클렉스 공부 과정
브런치를 잠깐 비워둔 시간 동안 나는, 목표했던 미국 간호사 국가고시 NCLEX 합격증을 손에 쥐고 돌아올 수 있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 다시 브런치로 돌아왔다. :)
1. 공부 시기의 상황(?)
나는 국가고시를 합격하자마자 내시경실 간호사로 바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 기간 동안 내시경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중이었고, 근무 시간은 주 6일 상근직이었다. 근무 시간은 8-17시지만 집이 멀고 이동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퇴근 후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사용하고 온전히 공부에 몰두하기 위해, 퇴근과 동시에 매일 독서실로 출근을 하도록 나름의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획했다. (집 들리면 퍼져버릴 것을 확실했던 나 자신...ㅎ)
그렇게 나는 매일 같이 퇴근과 동시에 집 근처 독서실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독서실 옆에 편의점에서 저녁 간단하게 때우거나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밤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피곤에 절여지고 또 절여졌던 시간이었다.
2. 공부기간 + 공부시간
NCLEX 서류 접수, ATT, ATT push 등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고 난 이후, 시험장과 날짜 선택은 딱 100일을 잡고 냅다 결제했다. 더 길게 잡자니 너무 지칠 거 같았고, 더 짧게 잡자니 나 자신이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지나고 보니 100일이 딱 적당했던 거 같다. 그중에 마지막 2주 정도 남겨두고는 너무 지치고 질려서 차라리 빨리 시험 치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뜻밖의 고문 기간이 되기도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3개월을 잡고 공부했지만 그중 한 달은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기만 했던 시간이었고, 두 달 정도 제대로 갈피를 잡고 '조금씩, 매일, 꾸준히'를 목표로 하며 공부를 했다. NCLEX에 대해 확실히 갈피가 잡혀있는 분이라면 두 달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_! (나는 NGN, sata 이런 기본 엔클 용어도 몰랐던 사람이었다...ㅎ)
물론 기록된 시간이 절대 전부가 아니다. 일하면서 공부하니 정신이 없어서 기록을 까먹고 공부를 이어갈 때도 많았다.
3. 공부 방법 (+ 내가 만약 다시 처음부터 공부한다면-!)
[1] 첫 한 달은 ㅅㅇㄷㅅ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했다. 이유는 개념을 잡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너무 광범위해서 이론은 읽지도 않고 그냥 교재에 있는 챕터 마지막마다 주어지는 문제들(합해서 대략 1000 문제)을 다 풀고 오답을 일일이 했었는데, 틀 잡기는 좋지만 추천하지는 않는 방법이다. 정말 너어어무 개념이 없다 싶을 때는 큰 틀 잡기는 좋지만, 개인적으로 실전 시험 문제를 푸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2] 남은 두 달은 ㅇㅇㄷ 60일 결제해서 주야장천 문제 풀고 오답하고를 반복했다. ㅇㅇㄷ 첫 한 달은 문제 수가 많은 계통별로 (중요 범위라고 생각했기 때문 - 예시로 성인에서는 심혈관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등 순서) 풀고 계통별로 나눠서 오답을 했다. 그러다가 이 방법도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고, 마음은 분주한데 맨날 오답하고 내용은 까먹고 다시 오답해도 또 다음날 기억 안나는 현실의 반복이었다.
[3] 결국 ㅇㅇㄷ 두 번째 달이자 시험 전 마지막 한 달은 계통을 다 섞어서 하루에 85 문제를 시간을 맞혀 놓고 풀고, 그다음 날에는 전날 풀었던 85 문제로 '얼룽뚱땅 오답'을 하며 이틀에 한 세트씩 해치우면서 공부했다. (+얼룽뚱땅 오답이란_ 틀린 문제들은 바로 오답노트를 하는 게 아니라, 틀린 문제들의 해설을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같은 내용이어도 눈에 바르고 바르다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건데? 싶으면 두 번째 달에 시작했던 계통별 오답노트에 추가로 메모하는 것!) 얼룽뚱땅 오답을 하다 보면,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적으로 읽게 돼서 눈에 잘 발리고, 이때 공부했던 내용들이 의외로 머리에 진득하게 남아서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3-1] ㅇㅇㄷ 모의고사는 두 개 다 쳤는데, 처음 친 모의고사는 시험 한 달 전에 치고 High가 나와서 내심 기분 좋았고, 두 번째 모의고사는 시험 2주 전에 치고 Borderline이 나와서 좌절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모의고사는 그냥 ㅇㅇㄷ 문제의 연장선일 뿐이기 때문에 모의고사 결과 따위에는 절대 목메달 지 않아야 한다!
[4] 추가로 ㅅㅍㄴㅅ으로는 큼찍한 개념들을 반복해서 보고, 헷갈리거나 죽어도 안 외워지는 개념들을 시각화된 자료들로 외워버렸다. (그림이나 노래 그리고 밈? 같은 자료들이 단기간에 외우기 아주 좋았다.)
4. 시험 직전날 공부
마지막 공부는 꼼꼼하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공부하면서 정리했던 ㅇㅇㄷ 요약과 오답 노트를 훑었다. 여러 번 통으로 훑고 또 읽고 또 형광펜을 칠하며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개념들 다시 한번 정리하다가 다음 날의 컨디션을 위해 일찍 누워서 잠에 들었다. 떨리기도 하다가 실감이 안 나기도 하다가 감정이 오락가락했던 D-1이었다.
5. 시험 당일: 준비물 + 시험장 후기
시험 당일에는 아침에 눈이 너무 일찍 떠져서 당황했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던 거 같다. 아침 6시쯤 눈이 떠져서 전날과 똑같이 만들어둔 오답노트와 요약집을 무한번으로 반복했다. 그런데 시험 1시간 정도 남겨두고 두려움이 갑자기 너무 실감 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장감에 헛구역질과 동시에 급성 위경련이 찾아왔다. 순간적으로 명치가 너어어무 아프고 고통스럽고 어지러운데, 갑자기 눈앞이 안 보여서 너무 무섭고 심장은 쿵쾅쿵쾅... 일부로 온몸에 힘을 빼기 위해서 바로 침대에 누워 가장 편한 자세로 심호흡을 했더니 다행히 증상이 조금씩 괜찮아졌다.ㅠㅠㅠ 진짜 태어나서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이었다... 1년에 한 번뿐인 국시보다 더 긴장할 일이었나...ㅠ
암튼 시험장에 들고 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여권! 여권!! 여궈너어어언!!!!!이다. 물이랑 달달이도 챙겨가면 좋다 해서 챙겨 갔는데, 하나도 안 먹고 나왔다. 그리고 온도에 워낙 예민해서 혹시나 에어컨이 추울까 봐 남방 하나 챙겨 갔는데, 오히려 문제 풀면서 몸에 열이 올라서 반팔 입은 채로 시험을 마무리했다.
나는 시험이 오전 10시 30분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분 전에 가서 시험장에 앉아 있었는데 전 시간 시험에 자리 하나 비어있는데 바로 들어갈래? 하길래, 그냥 빨리 끝내고 싶어서 망설임 없이 YES_!!!
들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규정 설명해 주고 싸인 받고, 전자기기 제출하고, 정맥 스캔하고,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서 A4 사이즈보다 조금 큰 화이트보드랑 네임펜 그리고 귀마개까지 받아 시험 칠 자리로 안내를 받아 앉았다. 그리고 또 화면에 몇 가지 설명 읽으면서 넘기다 보니 시험 시작-
6. 시험 후기 + 꿀팁
나는 85문제를 2시간 조금 넘게 풀고 나왔다. 시험은.. ㅇㅇㄷ로 문제 푸는 법에 익숙해서 크게 어색하거나 낯설지는 않았지만, 다만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 스스로 멘탈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풀 모든 문제의 정답을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며, 한 문제- 한 문제를 최선을 다해 읽고 풀었다. 열심히 시간 계산하며 꼼꼼히 풀다 보니 점점 뒤로 갈수록 붙을 거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84와 85 문제에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85 문제를 제출하자마자 화면이 딱 꺼졌고, 이건 붙었구나 확신을 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걸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한 나 자신에게 엄청난 보상이었다.
[팁 1] 힌트가 있었어도 못 풀었겠다 싶은 아예 모르겠는 문제는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시원하게 넘기되, 대신 화이트보드에 문제랑 내가 제출한 정답은 혹시 몰라 메모를 했었다.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또 나올 수 있으니까!)
[팁 2] SATA는 무조건 100% 확신하는 정답만 선택하고, 헷갈리는 보기는 정답으로 절대 선택하지 말고 화이트보드에 메모해 두기! 마찬가지로 또 다른 문제에 응용돼서 나올 수 있기 때문!
[팁 3] 문제는 정-말 꼼꼼하게 읽어라! 연습 문제 풀 때 나는 ~인 것은 그리고 ~아닌 것은 이를 꼼꼼하게 안 읽고 반대로 풀어서, 전부다 오답으로 나온 적이 너무 많아서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차 하면 소중한 문제 통으로 날아간다.
시험 끝나고 손을 들면 또 안내를 해준다. 안내해 주는 데로 따라 하고, 여기서 또 중요한 건 제출한 핸드폰은 비닐 그 채로 감독관에게 내어줘야 한다. 내 손으로 직접 비닐을 뜯으면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시험 결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꼭 감독관이 비닐을 뜯어준 핸드폰만 받기!! 그곳에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기? 가 정답인 거 같다. 내 모든 사소한 행동에 허락을 받자! 명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