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아기를 돌본다는 것
갑작스럽게 출산을 하게 되어 많은 일정들이 뒤엉키게 되었지만, 무사히 출산 후 퇴원을 하고 12시간을 달려 이사까지 다 마치게 되었다. 남편은 약 6주 정도의 육아 휴직을 받게 되었고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던 참이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틈틈히 일을 해야했다. 병원에서 보낸 시간이 6주 정도 되었기 때문에 이사를 오자마자 며칠 쉬지도 못 하고 남편은 새로운 오피스로 출근을 해야했다.
시어머니께 "유모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사실 정말 진담 반, 농담 반이었다. 신생아를 혼자 돌본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긴장되는 일인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기가 혹시라도 아프면 어떡하지? 울어도 잘 달래지지 않으면? 일도 바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도대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도 눈 앞이 막막했다.
주변에 가족도 없고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내 책임 하에서 돌아갔어야 했는데 출근하는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생아의 하루는 그저 먹고 자고 싸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하지만 워킹맘의 하루는 한 번이라도 먹이려면 젖병도 소독해야 하고, 분유도 한 손으로 척척 타내야하며, 트름도 시켜주어야 하고 기저귀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것이었다. 잘 자면 다행이지만 환경이 여러 번 바뀌어 적응하기 힘들었던 아기는 잠도 찔끔자고 말고, 찔끔자고 말기를 여러 번...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결국 아기 띠를 매고 컴퓨터 앞에 앉아 타자를 두들겼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얼마나 새근새근 잘 자는지.
어깨와 허리는 너무나도 무겁고 아팠지만 이렇게 밖에는 할 도리가 없었다.
아기가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에 신생아 용으로 만들어진 아기 띠도 줄줄 흘러내려가기 일쑤여서 아기를 안정적으로 감싸기 위해 키보드 쪽에 수유 쿠션을 대고 일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전부터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거의 한 몸처럼 붙어 있었는데 하루가 정말 어떻게 가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내 끼니를 먹는 것도 고사하고 배앓이 때문에 새벽에도 마구 울어대는 아기를 달래느라 정신이 탈탈 털리는 지경까지 가기도 했다.
내 옆에서만 곤히 자는 아기 때문에 침대 위에서 같이 자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품에 끌어 안고 자야했다. 나도 잠을 자야 다음 날 어떻든 살아남을 게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물론 자는 동안에도 혹시나 아기가 숨 막혀하거나 불편해 할까 봐 깊은 잠은 잘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안 깨고 자 주는 게 어디냐는 심정으로 감사하며 눈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미숙아들의 신생아 시절은 너무나도 길고 너무나도 힘들다.
보통 3개월이 지나면 100일의 기적이라고 해서, 잠도 오래 자는 아이들도 있고 고개도 빳빳하게 드는 아기들도 있었지만 우리 아기의 경우, 100일 +6주의 시간을 더 해야 했기 때문에 신생아 시절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우리 아기는 도대체 언제 저만큼 클까?" "나한테도 100일의 기적은 올까?"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조그만했을 때 그저 힘들기만해서 차마 느끼지 못 했던 사랑스러움이 그립기도 하다. 물론 잠 못 자고 힘들어 했던 기억은 그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