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에 책은 몹시도 요긴한 물건이다. 여행 전엔 여행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친절한 안내자라면, 여행 중 책은 휴식 시간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요, 여행 후엔 지나간 여행의 추억을 음미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과 책은 제법 궁합이 잘 맞는 짝꿍이다. 서울 연남동에 자리한 ‘여행책방 사이에’는 떠남의 설렘이 그대로 묻어난 장소이다. 이곳은 어린이책을 주로 펴내는 출판사 하라컴퍼니의 사무실과 면해 있으며, 이 출판사를 이끄는 조미숙 대표가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여행책방 사이에를 운영하는 조미숙 하라컴퍼니 대표
다양한 책들을 단정하게 정리해 놓은 책장들 한편에는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과, 앉아서 책을 뒤적여볼 수 있는 테이블, 기념품 코너도 알차게 마련되어 있었다. 서가에 꽂힌 책은 총 400~500종. 개중엔 여행 정보서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현해줄 여행지의 문화와 관련된 책, 여행 중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들도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주말이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이곳을 찾는 여행족들도 꽤 된다고 했다. 최근엔 몽골을 여행하는 한 그룹이 오리엔테이션 및 여행 계획 수립에서 여행토크까지 일체를 이곳에서 진행했다.
조미숙 대표는 이곳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에 2~3회씩은 공식적인 여행토크를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MBC 라디오 ‘여행의 맛’ 진행자인 노중훈 여행작가의 토크 프로그램이 올해 말까지 매달 열릴 예정. <유럽을 그리다> 저자인 배종훈 작가의 여행 드로잉 교실도 열리는데, 개설하자마자 금방 정원이 찰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사이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는 여행자의 서재다. 한편에 각종 LP판들이 꽂혀 있어서 그 정체를 궁금해 했더니,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김동영 작가가 이 코너에 “여행할 땐 책보다 음악이 좋다”며 여행하며 듣기 좋은 음반들을 추천해 놓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여행작가 최갑수의 서재가 전시됐고, 오기사(오영욱)의 서재도 전시 예정이란다.
조미숙 대표는 여행책방 사이에가 “여행 얘길 쏟아낼 수 있고, 여행 이야기를 접하며 대리만족도 느끼고, 여행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여행과 여행의 중간, 너와 나의 사이에서 만들어질 수많은 여행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31길 13 2층
운영 시간 평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토요일 오후 1시 ~ 오후 9시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70-8630-5630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saiebook
▼ 여행책방 사이에 자세히 보기
▼ 여행책방 사이에 조미숙 대표가 추천하는 책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오영욱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서울 시내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 서울을 새롭게 보게 되는 느낌이 든다. 꼼꼼한 건축물 그림과 함께 각 건물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건축을 통해 새롭게 서울을 여행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서 이 책이 좋았다.”
<여행의 공간> (우라 가즈야 / 북노마드 / 2012년)
“일본 건축가 우라 가즈야는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신이 묵은 호텔의 도면을 직접 줄자와 연필을 들고 다니며 측량을 한다. 그가 도면과 함께 호텔의 역사와 서비스, 디자인, 인테리어를 꼼꼼하게 메모한 기록을 엮어서 낸 책이다. 자신이 머문 호텔 방에서 단순히 하루 묵고 나오는 게 아니라, 그 호텔의 공간과 역사 모두를 깊이 들여다 보는 행위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 이봄 / 2012년)
“숲과 자연을 보면서 생각한 생의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누가 봐주지도 않는 숲에서도 피었다가 지는 게 꽃들이 자라는 이유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숲속에서 한번씩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 (박영자 / 한길사 / 2014년)
“영국 여행할 때 이 책을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홍차가 영국 문화 곳곳에 배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읽었다. 영국 문화를 새롭게 보게 됐고, 그곳에 가면 꼭 홍차를 마시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정현주 / 예경 / 2015년)
“작가가 김환기 화백의 작업실을 비롯한 파리 곳곳에 관련된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고 쓴 책이다. 묘사된 김환기, 김향안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나도 파리를 서너 번 다녀왔는데, 다시 파리를 방문한다면 책 속 장소들을 돌아보며 그들의 얘기를 되돌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김상근 / 21세기북스 / 2010년)
“어린이책 출판사 일을 하면서 볼로냐 북페어에 참가하면서 더불어 피렌체에 갈 기회가 서너 번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한 후 ‘내가 피렌체에서 뭘 보고 왔지’란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예술이라면, 이 책은 큐레이터처럼 어디를 봐야 할지 알려주고, 또 도슨트처럼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이 책만 읽고 가도 피렌체 풍경이 달리 보일 것이다.”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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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DB 2016.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