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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리공 Sep 13. 2020

친절하다고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다시 해석하는 고객만족> 을 읽고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 감정 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체의 감정 활동이 직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을 감정노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 노동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CS'다. CS를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키워드로는 '갑과 을' , '화난 고객' , '고통받는 CS 담당자' 이 있다. 


저자는 더이상 이런 구시대적 CS에서 한 걸음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진짜 고객만족' 에서는 임직원을 잘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과거의 CS에서는 고객이 왕이고 직원이 무조건 친절해야 했지만 이제는 내부고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부 고객이 만족해야 외부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는 법이다.  


'직원이 왕이다'를 실천했던 천리마마트(출처:TVN)


또한, 저자는 서비스 제공 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원하는 건 무한한 친절보다 기대한 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끝없이 무언가를 만들면 기대수준만 과하게 높아지고 리소스 낭비가 심해질 수 있다. 그보다는 고객 불만이 생기지 않게 가이드라인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만들고 임직원이 이를 지키게 한다고 고객이 만족하는 건 아니다. 가이드라인이라는 시스템이 만들 수 있는 최고점은 고객이 만족도 불만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 상태까지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본인이 알바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노부부가 할인 혜택을 모르고 그냥 결제를 하기에  알바였던 저자가 이를 자세히 알려주었고 후에 노부부의 자녀가 이 이야기를 듣고 저자를 회사게시판으로 칭찬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대목을 보고 생각했다. 고객이 불만이 없는 상태까지는 가이드라인과 좋은 시스템이 만들고, 고객이 만족하는 지점까지 끌어올리는 건 '진정성 + 개인화' 인 것 같다고 말이다.


진정성 있는 개인화서비스가 과한 사례 (출처:로이터통신)


알바였던 저자는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할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엄밀히 말하면 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미 노부부는 결제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고객이 좀 더 좋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노부부의 현재 상황에 맞는 혜택을 찾아주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고객만족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장에서 이런 진정성 있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에 있는 임직원에게 여유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사례에서도 만약 인력이 부족해 저자가 다른 일에 바빴다면 고객을 챙길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출처:무한도전)


또한 저자가 고객을 관찰하는 눈썰미가 없고 다양한 할인 혜택도 몰랐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런 고객만족을 계속해서 만들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주변 고객을 돌아볼 수 있는 리소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교육도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마케터로서는 이 책의 인사이트를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해봤다. 고객을 직접 만나기보다는 진행한 캠페인이나 서비스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고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뻔하면서도 놓치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해보았다. 지금 내가 기획한 서비스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단순 지표를 높이는 것인지 아니면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것인가를 말이다.


또한, 유저를 면대면으로 만나는 게 아닌 마케터로서는 어떤 개인화로 고객만족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제품의 첫 구매는 차별화 포인트에서 비롯되지만, 재구매는 고객의 이전 만족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사 서비스/제품의 첫 경험에서 개인화까지 경험할 수 있다면 충성고객을 만드는 데 유효할 것이다. 고객이 어디서 왔는 지 알아보는 유입채널 데이터,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아는 웹/앱 내부 활동 데이터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저자 강조하는 CS는 단순 친절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마케팅에서 단순 판매를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중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고객만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책이었다. 


비즈니스에서 고객이 중요한 걸 진작부터 알았던 펭수 (출처:자이언트펭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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