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해지는 3가지 요소
마이데이터는 소비자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기 위해 생겼다. 데이터 주권이란 무엇인가. 전에는 유저가 특정 쇼핑몰에서 쇼핑을 해도, 해당 업체를 벗어나면 자신의 구매이력 같은 데이터를 쓸 수가 없었다. 해당 쇼핑몰만이 유저의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내부 고객분석을 깊게 하거나 CRM을 고도화 할 뿐, 고객이 이 데이터를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순 없었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활용한 서비스마다 흩뿌려진 자신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게 돕겠다는 정책이다. 위에서 말한 쇼핑몰 데이터 같은건 한참 멀었고, 우선은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에 적용될 정책이다. (마이데이터가 더 궁금하다면 https://blog.toss.im/2021/01/22/finance/news/what-is-mydata)
마이데이터가 전방위적으로 적용된다면 마케터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전에는 고객데이터가 우리 서비스 내에서 활동한 것만 파악가능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금융 활동을 하거나 소비를 한 데이터를 알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유저 개인화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고객 개개인의 LTV 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책도 제대로 시행된 게 아니라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현재 방향대로 흘러간다면 디지털 마케팅에서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1. 수신 동의를 넘어, 데이터 제공 동의 받기
뉴스레터, 앱푸시, LMS, 카톡플친 같은 다이렉트 메시지(DM)는 가성비도 좋고 개인화도 쉬워 마케팅 활용도가 높다. 딱 하나 허들이 있다면 수신동의를 받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광고성 메시지에 피로를 느낀 고객이 수신거부를 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정말 어렵다. 지금도 많은 기업이 자사 앱/웹 에서 다양한 넛지로 수신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동의도 수신동의와 비슷하다. 동의를 받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써먹을 게 많지만, 동의를 한 고객 입장에서는 딱히 뭐가 좋은 지 모를 수 있다. 게다가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종류도 많아서 고객이 동의여부를 선택해야 할 요소도 다양하다. 결국 고객이 복잡하다고 느끼기 쉽다.
복잡한 수신동의&제공동의를 고객에게서 한번에 다 받으려 하면 반감을 살 수 있다. 마케터는 고객의 어떤 활동 동선에서 어떤 데이터 제공 동의를 받을 지 설계하는 게 중요해진다. 할인소식에 관심있는 고객에게는 "할인소식을 전해드린다" 며 마케팅 수신동의를 받고, 금융 관련 문의를 한 고객에게는 "마이데이터 제공 동의를 해주면 맞춤 금융상품 추천을 해드린다" 는 방식처럼, 고객의 필요에 맞는 넛지 설계가 필요하다.
2. 보안 브랜딩의 시대
Z세대로 내려갈수록 개인정보 민감도가 높다. 전에는 고객이 본인 이메일 정도 제공하는 것에 그리 큰 부담이 없었지만, 이제는 이벤트를 할 때도 반드시 수집된 정보를 어떤 용도로만 쓰고 언제 폐기할 지를 명확하게 공유해야 한다. 게다가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보안 관련 이슈는 더 늘어나고 고객의 불안감도 높아질 것이다.
때문에 고객에게 "우리 회사는 고객정보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는 브랜딩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 금융회사가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강조하던 커뮤니케이션과 비슷한 형태의 브랜딩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 전반에 퍼질 것이라 생각한다.
3. 치솟는 CRM의 중요성
구글과 애플의 리타게팅 제한 조치로 갈수록 퍼포먼스 마케팅의 개인화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마이데이터로 개인화를 시도할 수 있는 데이터는 늘어났으니 , 리타게팅 및 CRM을 고도화 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자사 데이터로만 CRM을 했으니 우리 서비스를 잘 쓰는 유저 대상으로만 CRM을 고도화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데이터 제공 동의를 기반으로 신규 유저에게도 개인화 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수고객 중심의 CRM을 넘어 전방위적 CRM 고도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위의 3가지와 하위 시나리오는 사실 마이데이터 정책이 목표대로 잘 정착할 때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이다. 그리고 금융 분야부터 시작하는 거라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없던 걸 시도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 마이데이터 정책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아무쪼록 좋은 의도대로 마이데이터 정책이 잘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