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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과 열심 Mar 08. 2024

프롤로그_나를 찾아가는 Q&A

쓰다 보면 선명해질지 몰라

운전을 하다 보면 가장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경로를 이탈했을 때다. 2~3초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재탐색하는 짧은 시간 아무런 미래를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막막해진다. 그런데 운전에 조금 익숙해진 요즘은 예전처럼 이 순간이 마냥 겁나지는 않는다. 곧 새로운 경로를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줄 테니까. 그렇게 조금은 헤매더라도 결국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     


비록 인생에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가만 보면 살아가는 것도 비슷한 거 같다. 늘 경로를 이탈하기 마련이고, 잠시 멈췄다가도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구도 가장 빠른 길을 알지 못하며, 애초에 설정된 경로 자체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 이탈하는 경로도 없다. 더듬더듬 길을 찾아나가고 그렇게 언젠가 멀리서 바라보면 선으로 이어져 경로가 되어 있을 뿐이다.      


‘글’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그 ‘더듬더듬’의 과정 중 하나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조금씩 만나다가 한 친구가 돌아가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의 글로 풀어보자고 제안했다. 아무런 형식도 제약도 없기에 글을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전히 마감 직전에 간신히 쓰고 있지만, 쓰다 보니 왠지 글에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직 ‘글’이라는 나침반 하나를 부여잡고, 지금의 내 경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의 단서를 조금씩 찾을 수 있을지도.      


그렇게 내게 질문을 건넨다

예전에 심리상담을 받을 때 ‘좋아하는 것’을 묻는 단순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정말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 후 좋아하는 게 떠오를 때마다 수첩에 끄적였다. 그렇게 서른 개 정도의 목록이 채워졌을 때쯤 수첩을 닫았다. 그곳엔 목록만 나열되어 있을 뿐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사가 있는 글, 생각의 흐름이 보이는 글을 쓰면 조금은 선명해지지 않을까? 앞으로 이곳에 쓰일 글들은 하나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나간 흔적이다. 그렇게 제자리에 멈춘 듯 천천히 가고 있는 경로를 조금씩 재탐색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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