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내 집짓기
30대 이제 내 집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2년 전 우연찮은 기회에 일본으로 취업을 하게 된 나. 그때만 해도 이곳에 정착할 생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나는 집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제 결혼도 했으니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구한 월세집(일본은 전세 개념이 없다.)의 월세는 월 90만 원 정도, 그 정도면 다달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19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코로나가 찾아왔다.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준 이 바이러스는 나에게는 커다란 기회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집을 새로 짓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것은 주택담보대출 잔금의 1%를 매년 소득 공제해주는 "론 감세"제도가 10년에서 13년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3억을 빌렸다고 가정했을 때, 13년이면 약 3000만 원 정도의 이득이 있다. 그 외에도 증여세 감면, 주택 그린포인트 등의 여러 좋은 혜택의 지원제도가 생겨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돈을 풀어버린 덕분에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0.5% (변동)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35년 고정으로 해도 1.1% 정도). 이런 혜택을 외면하고 월세를 유지하는 것은 바보가 아닌가?
어떤 집을 지을까?
어렸을 적 나에게 집은 심리적 안정을 주는 공간이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만 오면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30대가 되고 직장을 가지면서 집은 마음속에서 투자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살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하면 청약에 당첨될까', '어디에 집을 사면 많이 오를까' 같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새집 문을 여는 순간 집값이 5000만 원 정도가 떨어진다 (도쿄 근교 제외). 이 곳에서의 집은 차와 같은 소모품 취급을 받았다. 지은 순간부터 점점 집값이 떨어져 30년 정도 지나면 집의 가치는 거의 0이 되고 토지 가격만 남는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집에 대한 가치관을 어린 시절로 돌려 "가족을 위한 집을 짓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비싼 쇼핑
나는 옷을 하나 살 때도 품질과 최저가를 따져가며 사는데 이 비싼 몇 억짜리 집은 짓기까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집을 살 때 (아파트의 경우) 구조 설계는 몇 가지 선택지 중에 고른다. 32평 A, B 같이 평수가 정해지면 선택지는 2-3개 정도가 일반적이다. 여기는 선택지가 무수히 많다. 설계는 물론이고 집 밑을 떠받치는 기초의 구조부터 집의 골조(목조, 철골), 단열 방식 등의 선택에 따라 나만의 집이 탄생한다. 나의 선택에 따라서 몇십 년을 불편하게 살 수도,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도 있고 지진, 화재 같은 재해에서 집이 무너질 수도, 견딜 수도 있다니 너무 부담감이 크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하우스 메이커를 방문하고 자료를 보면서 토지부터 집의 설계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부터 나의 집짓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