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소음은 괴로워
가끔 한국 뉴스를 보다 보면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칼부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곤 한다. 물론 일본이라고 층간소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아파트 같은 맨션이나 집합주택 같은 이웃과 이웃이 벽을 맞대고 있는 주거형태는 필연적으로 층간소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단독 주택은 그것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여러 형태의 소음들이 존재한다. 우리 집은 집간의 거리가 10 m 정도 떨어져 있는 비교적 여유로운 마을에 집을 지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소음이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소음, 옆 집에서 잔디를 깎는 소음, 개 짖는 소리, 옆 집 아이들이 혼나는 소리 등등이다. 예전 월세집에 살 때는 외부의 소음이 차음이 거의 안되었기 때문에 밤에 자려고 누우면 도로의 자동차, 오토바이 소음이 그대로 들려서 수면에 방해가 되었다.
앞의 소음들은 외부에서 집 내부로 들어오는 소리이지만 집 안의 소리가 외부에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프라이버시 보호나 여러 가지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중요하다. 만약, 우리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이웃집에 들려, 다음날 이웃 사람이 "어제 부부싸움하셨나 봐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그것이 아니라도 음악이나 영화 같은 걸 이웃 때문에 즐길 수 없게 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위와 같은 이유로 산속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면 방음, 차음성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방음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알아보자.
집을 지을 때 뼈대를 구조라고 한다.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짓지만, 일본의 주택들은 습기, 내진, 비용 등의 문제로 목조나 경랑 철골 구조를 많이 쓴다. 방음성이 높으려면 밀도가 높아야 하므로 방음이 잘 되는 순서는 철근 콘크리트 > 경량철골 > 목조 순이다. 철근 콘크리트는 벽이 철근과 콘크리트로 전부 채워져 있으므로 밀도가 가장 높아 방음성이 제일 좋다. 경량철골이나 목조는 집 전체를 철골이나 나무로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사실 구조보다는 단열재나 석고보드로 벽을 틈 없이 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집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벽이고 그 내부에 들어가는 것이 단열재이다. 단열재의 종류에 따라서 흡음성능이 달라지는데, 같은 두께라면 그라스울이 발포계 단열재보다 흡음성능이 좋다(그래프 1번 참고). 그리고 같은 그라스울이라면 밀도가 높을수록 흡음성능이 좋아진다. 그러나 32K와 48K는 큰 차이는 없으므로 밀도는 32K 정도면 충분하다(그래프 2번 참고). 두께는 꽤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로 100mm 정도면 거의 완벽하게 흡음을 한다(그래프 3번 참고). 결론적으로 그라스울 32K 100mm 정도면 좋은 방음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면 단열성능도 좋아진다.
단열재 자체로 방음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벽에 흡음재를 추가로 넣어서 방음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2 중창을 쓰지만 일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진짜 유리 1개로 되어있는 창문이라 사실 창문으로 대부분의 냉기와 소음이 집 내부로 전달된다. 일본은 단독주택이 많아서 발코니에 따로 창문을 단다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1개의 창문으로 집 내부와 외부를 나누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즉, 거실 창문을 열면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창문 1개로 모든 것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유리를 3개 4개 겹치고 내부에 아르곤 가스등을 넣어 단열성능을 높이는 창문 등을 쓴다. 2중 창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위의 그림과 같이 4중 유리를 쓰게 되면 외부의 70dB(시끄러운 사무실)의 소음이 내부에서는 40dB(도서관)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일본에 직접 실험을 했던 사람의 블로그를 봤을 때, 실제로는 최대 30dB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발포계의 단열재이지만 두께가 190mm 정도로 두껍고, 창문도 4중 유리를 쓰고 있다. 그 덕분인지, 집 내부에서는 외부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내부 소리의 경우에도 집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도 밖에서는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이러한 방음 성능 덕분에 굉장히 쾌적한 생활을 하고 있다.